<파이널 판타지>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여전히 뜨거웠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CEK)는 28일 오후 강변 테크노마트 하늘공원에서 <파이널 판타지 13> 한글판 출시 기념 이벤트를 진행했다. 정식 시리즈 최초로 한글화된 <파이널 판타지>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킹덤 하츠> 시리즈와 CG 영화 <파이널 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으로 유명한 하시모토 신지 총괄 프로듀서, <파이널 판타지 5>부터 꾸준히 시리즈에 참여했던 키타세 요시노리 프로듀서, <파이널 판타지 7>에서 이벤트 구성을 맡았던 토리야마 모토무 디렉터가 참석했다. <파이널 판타지 13>의 개발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또, 행사의 시작 전과 후에는 다양한 보너스가 담긴 현장판매 이벤트가 진행됐고, 10대가 넘는 PS3와 PSP, PSP go 등 막대한 경품이 말 그대로 ‘쏟아졌다’. SCEK가 <파이널 판타지 13> 한글판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느끼게 만드는 대목이다.
왼쪽부터 토리야마 모토무 디렉터, 하시모토 신지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 키타세 요시노리 프로듀서.
유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날 행사는 저녁 시간, 그것도 야외에서 진행됐다. 체감기온 15도에 강한 바람까지 부는 궂은 날씨였지만, 행사장은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는 오후 8시까지 유저들로 가득했다. SCEK 관계자조차 ‘예상외의 반응’이라며 놀랐을 정도다.
현장판매 이벤트도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특히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포함된 디럭스 팩은 현장판매 시작 후 30분도 지나지 않아 전량 매진됐다. 디럭스 팩을 사기 위해 4시간이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린 유저도 있었다.
디럭스 팩의 매진 소식에 유저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SCEK 측에는 테크노마트 게임매장에서 판매 중인 <파이널 판타지 13> 타이틀을 구입한 후 영수증을 가져오면 디럭스 팩으로 교환해 주는 임시조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역시 테크노마트 내의 <파이널 판타지 13>이 순식간에 동나면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정도다.
현장 판매처 앞의 줄은 줄어들 줄을 몰랐다.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된 행사는 개발자와 유저의 만남, 사인회를 끝으로 종료됐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하시모토 신지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는 향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한글화를 묻는 유저들의 질문에 “여러분의 열정이 정말로 가슴에 와 닿았다. 돌아가서 사장님에게 반드시 전하겠다”고 답하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아래는 <파이널 판타지 13>의 개발자와의 질의응답(Q&A)을 정리한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 13>의 게임 진행 방식이 이전 RPG들과 상당히 다르다.
크게 나눠서 보면, <파이널 판타지 13>은 미래적인 느낌을 주는 코쿤이라는 도시와 원시적인 땅인 펄스, 두 지역으로 구분돼 있다.
코쿤에서의 게임 플레이는 이벤트 중심의 일직선 진행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한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의 취향에 맞춰 제작했다. 반면, 후반에 등장하는 펄스는 모험이 가능한 원시의 땅이다. 코쿤만큼의 이벤트는 없지만, 대신 자유도가 높다.
두 진영을 이용해 서로 다른 게임의 모습을 하나의 타이틀 안에서 보여 주고 싶었다.
게임의 초반 도입부가 너무 길다는 의견도 있다.
<파이널 판타지 13>은 처음 게임을 즐기는 초심자를 많이 고려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게 복잡한 전투인데, 유저가 자연스럽게 전투에 익숙해지면서 TV 드라마 같은 이벤트를 통해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때문에 도입부가 조금 길어진 듯하다.
20년을 이어져 오던 전투 승리 음악이 바뀌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작곡가가 바뀌었다. 메인 음악을 맡은 사람에 맞춰 그 분의 음악으로 게임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초코보를 탈 때 나오는 음악 이외에는 모두 바꿨다. 개인적으로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추가적인 다운로드 콘텐츠 판매 계획은 없나?
없다. 게임 제작 중에는 DLC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는데, 토론 끝에 패키지만 제대로 만들자는 결론이 났다.
<파이널 판타지>가 시작된 지 20 년 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파이널 판타지>시리즈를 전 세계에 제공해 왔는데, 이번에는 한국에도 제대로 발매해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첫 한글화인 만큼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지금까지 영어 버전으로는 많이 개발해 봤는데, 한글화는 처음이라 모든 것이 생소했다. 한글도 처음 봤을 때는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보였을 정도다. SCE 한글화 스탭의 도움이 컸다.
한글화가 영어가 아닌 일본어 기준으로 돼 있다. 유저들의 취향을 고려한 것인가?
그렇다. 지금까지 아시아 유저들은 대부분 <파이널 판타지>를 일본어판으로 즐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유저들이 영어판이 아닌 일본어판을 희망한다는 말을 듣고 일본어판을 기준으로 작업했다.
지금까지 스퀘어에닉스는 내수용 게임을 만들고 한참이 지나서야 영어 버전을 만들었다.
아무래도 스퀘어에닉스의 주력 타이틀이 RPG 중심이라 로컬라이징 양이 많은 편이다. 지금까지는 로컬라이징 시간도 약 일년에서 일년 반 정도가 걸렸다. 이 속도로는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최대 반년 이내에 해외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파이널 판타지 13>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발매된 경우라고 생각한다.
이후 다른 타이틀도 한글화 발매를 할 생각이 있나?
한글화 계획은 아직 완전히 백지 상태다. 오늘 발매될 <파이널 판타지 13>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 다만, 오늘 본 유저들의 열정은 가슴에 남는다. 돌아가서 사장님에게 꼭 전하겠다.
■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콘셉트는 최신 기술과 드라마
시리즈를 개발할 때 <파이널 판타지>는 기본적으로 이런 것이다 라는 콘셉트 같은 게 있나?
두 가지 콘셉트가 있다. 최신 기술의 도입과 드라마틱한 스토리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매회 최신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특히 하이퀄리티 그래픽에 많은 신경을 쓴다.
장르가 RPG인 만큼 스토리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인간 드라마, 즉 영화와 같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스토리의 영감을 얻었다는 말도 들었다.
사실이다. 스토리 작업 초반에 <겨울연가>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한국 드라마가 표현하고 있는 두 남녀의 순수한 사랑에 영감을 받았다. <파이널 판타지 13>의 두 주인공의 러브스토리에도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다.
키타세 프로듀서는 매우 많은 시리즈에 참가했는데 이번 <파이널 판타지 13>을 빼고 어떤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드는가?
<파이널 판타지 13>의 로컬라이즈로 인해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계기가 <파이널 판타지 7>의 성공이다. 그래서 계기를 만들어 준 <파이널 판타지 7>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
그럼 혹시 <파이널 판타지 7>을 리메이크할 계획은 없나?
여러 나라에서 듣던 질문이다. <파이널 판타지 13>을 이정도 퀄리티로 만드는데 3~4년이 걸렸다. 그런데 90년대 게임을 분위기를 살린 채 지금처럼 만든다면 그 10배의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때문에 바로 착수하기는 어렵다. 다만, 유저들의 요구가 많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언제나 마음 속에 품고 있다.
본편 이외의 <파이널 판타지 버서스 13>의 개발 소식도 듣고 싶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파이널 판타지 14>도 개발 중인 만큼 발매는 그 이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하시모토 프로듀서는 <어드벤트 칠드런> 이후 새로운 <파이널 판타지> 영화를 제작할 생각은 없나?
딱히 예정은 없다. 대신 항상 새로운 CG 기술은 염두에 두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