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SPA는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블리자드의 일방적인 협상 중단과 그래텍과의 계약에 대해 “지난 10년 간 키워 온 e스포츠 시장과 선수, 팬을 무시한 처사”라며 비판했다. 강경대응을 하겠다는 보도자료도 배포하며 블리자드의 성의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하지만 KeSPA는 구체적인 강경대응 방법의 발표를 다음 기회로 미루고, 기자들의 질문에 “블리자드의 재협상 의지가 있다면 응할 생각이 있다”고 밝히는 등 협상을 계속해 나갈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 “e스포츠는 게임과 다르다”
KeSPA는 먼저 e스포츠가 단순한 게임 서비스와는 다르다고 못을 박았다. 게임은 유저와 개발사 정도만 있으면 되지만 e스포츠는 선수와 관객, 경기장 등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다.
협회에서 밝힌 국내 e스포츠 시장은 450여 명의 선수와 12개 프로게임단, 1,800만 명의 팬을 갖고 있는 규모다. 이 정도면 단순한 게임 서비스를 넘어 새로운 문화 창출이라는 게 KeSPA의 주장이다.
그만큼 KeSPA는 <스타크래프트>가 팬들의 볼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일종의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KeSPA의 최원제 사무총장은 “핸드볼 등의 스포츠에는 저작권 개념이 없지만 <스타크래프트>는 개발사에 대한 존중의 뜻으로 사용료까지 지불하겠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었다”며 이번 협상결렬을 블리자드의 무리한 수익 추구 및 통제권 요구 탓으로 돌렸다.
블리자드가 주장하는 e스포츠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라면 KeSPA가 내세우는 e스포츠는 ‘진짜 스포츠’로 가는 진화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KeSPA는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비영리단체임을 강조했다.
■ “블리자드 발표, 왜곡 많다”
KeSPA는 블리자드의 불성실한 협상태도에 대해서도 거듭 비판했다. 블리자드의 마이클 모하임 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방적으로 협상결렬을 알린 것은 제대로 된 협상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원제 사무총장(왼쪽 사진)은 “블리자드는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를 계속했지만 KeSPA는 원활한 협상을 위해 참아 왔고, 그래서 대응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처음부터 요구사항을 모두 공개했으면 지금의 여론은 반대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KeSPA는 블리자드가 주장한 비밀유지협약(NDA)에 대해서도 애당초 NDA는 없었으며, 만약 NDA가 있더라도 인터뷰를 통해 협상결렬 및 불만들을 공개한 마이클 모하임 사장이 먼저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KeSPA는 사무국과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을 별개로 보는 블리자드의 인식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최원제 사무총장은 “모든 의사결정은 사무국과 게임단이 유기적으로 조율한다”며 KeSPA에서 주장하는 것이 사무국만이 아닌 게임단 전체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 “진정성 알아 주면 협상 재개될 것”
KeSPA는 비판과 별개로 블리자드와의 협상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KeSPA는 블리자드와의 협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오늘 기자회견장에서 KeSPA는 강력한 대응 방침이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의 계획을 자세히 밝히는 것을 피했다. 이후의 협상에 부쩍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보였다.
KeSPA는 오히려 “블리자드도 (우리의) 진정성을 아는 즉시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블리자드와 KeSPA의 협상이 긍정적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오는 8월 이전에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도 내놨다.
다만, KeSPA의 이러한 주장은 지난 27일 블리자드 한정원 북아시아 대표가 “KeSPA 사무국과는 협상하기에 이미 늦었다”고 말한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아래는 기자회견장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앞으로 그래텍과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블리자드든 그래텍이든 협상의 대상은 상관없다. 팬들의 볼 권리를 위해 8월 이전에 협상이 마무리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아직까지 그래텍과 접촉한 적은 없다.
블리자드에서 e스포츠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나.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는 있었다.
강경대응이라고 발표했는데 정작 대응책이 안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달에 공개할 것이다. 블리자드의 답변을 기다리겠다.
사무국에 대한 블리자드의 불신이 크다. 앞으로도 게임단과 함께 협상할 것인가. 우리가 함께 나온 이유다. 자꾸 사무국이 게임단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데 협회 사무국과 게임단은 매달 회의를 열고 의견을 조율 중이다. 앞으로도 사무국이 대표로 나설 것이다.
회계감사권 이야기가 매번 나오는데, 사실 계약에서 회계감사는 당연한 것 아닌가. 감사권은 블리자드의 주장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KeSPA는 자체적으로 외부의 회계감사를 받는다. 예산집행 역시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과정이나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거기에 블리자드가 추가로 감사를 요구하는 건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의 감사라면 모르겠지만 상시 회계감사는 과도한 요구다.
만약 이번에도 협상이 결렬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렬될 경우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그때 가서 이야기하겠다.
협상에서 블리자드는 지적재산권이라는 유리한 카드를 갖고 있다. 우리도 저작권자의 잠재적 시장을 침해하는 지에 대해 많은 검토를 했다. 지적재산권에는 공공의 이윤에 대한 부분이 있다.
만약 블리자드의 지적재산권만 인정해 준다면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블리자드의 마케팅을 대행해 준 셈이다. e스포츠는 대한체육회에서도 인정하고 중국에서는 이미 76번째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 받았다.
제도나 규칙을 만들어 스포츠의 영역으로 치닫는 이때, 블리자드가 과도한 저작권을 요구한다면 앞으로도 모든 e스포츠 게임은 종목 개발사의 입맛에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스포츠가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남을 것이다. 블리자드는 e스포츠를 마케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에 과도하게 집중한 협회가 이번 문제를 초래했다는 말도 있다. 인정한다. 게임 종목 편중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고민 중이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협회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안다. 우리도 왜 이렇게 됐는지 굉장히 많이 반성했다.
블리자드는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를 많이 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이를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었다. 그래서 협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불신하는 유저가 많지 않나 생각한다. 만약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 내용을 다 밝혔으면 상황은 반대였을 것이다.
협회 입장에서는 그동안 프로게임단의 비전을 보여 주는 소통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는 정책과 비전에 대해 팬들과 더 많이 소통할 것이다.
지난 번 무리한 협상 내용을 공개한 후에도 여론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협회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솔직히 전문을 공개할까 했지만 계약 파행이 아닌 협상을 원하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았다.
한정원 대표는 <스타크래프트>가 공공재가 아니라고 밝혔다. <스타크래프트>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2>에 대해 공공재라고 한 적은 없다. 공공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협상을 한 것이다. e스포츠화를 거치면 어느 정도 공공재로 자리잡을 거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도 같은 반응을 보이나. 해외에서도 e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들 대부분도 우리처럼 게임의 저작권료 이상을 요구하는 블리자드가 과도하다는 생각이다.
블리자드는 해외 어디에서도 이런 주장을 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WCG도 처음에는 블리자드가 돈을 내고 종목을 책정시킨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 시장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이러는 의도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