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이하 KeSPA)가 e스포츠 공공재 논란에 불을 지폈다.
KeSPA는 31일 각 매체에 배포한 기자회견 보충자료를 통해 e스포츠를 위한 게임 사용이 공공재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 “상업적 논리만으로는 위험, 공공재로 봐야 한다”
KeSPA가 e스포츠용 게임을 공공재라고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 e스포츠는 게임과 다른 문화고, ▲ 지금까지의 정책적 지원이 의미가 없어지며, ▲ 한 기업의 독점으로 이뤄진 대회는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KeSPA는 미국의 다이렉트TV가 진행했던 챔피언십 게이밍 시리즈가 결국 상업적인 논리로 중단됐던 예를 들며 블리자드의 자체 리그 진행을 우려했다.
KeSPA는 e스포츠 종목(게임)을 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 ‘스타가 공공재?’ 블리자드와 KeSPA 대립
이어서 KeSPA는 “축구공을 만든 아디다스가 월드컵에 축구공 사용료를 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라며 “원칙적으로 스포츠는 지적재산권 협상 대상이 아니지만 이례적으로 블리자드에게는 적절한 게임 사용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블리자드 한정원 북아시아 대표는 지난 27일 “<스타크래프트>가 공공재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공공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는 블리자드의 중요한 지적재산권 중의 하나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곰TV를 운영하는 그래텍의 배인식 대표 역시 “영화나 드라마, 음악, 방송, 서적 등 문화부가 지원하는 것은 공공재가 아니다. e스포츠에서 어떤 기업이 활동한다고 해서 정부가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쉽게 좁혀지지 않는 관점의 차이
종합해 보면, KeSPA와 블리자드가 바라보는 e스포츠의 성격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곧 <스타크래프트>의 공공재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e스포츠 전문가들은 블리자드가 “지적재산권을 보호 받기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한 것과, KeSPA가 블리자드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하는 것의 근본적인 이유를 공공재 논란에서 찾고 있다.
이러한 논란을 인식한듯 KeSPA는 공공재와 e스포츠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입장을 상당히 자세하게 발표했다. 아래는 KeSPA가 자체적으로 질문과 대답을 만들고 정리해서 31일 오후 각 매체에 배포한 자료 중의 일부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하 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Q> 블리자드는 리그에서의 게임 사용을 공공재가 아니라 지적재산권에 대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는데,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게임은 종목사의 자산이 맞으나 게임과 e스포츠는 다르다. e스포츠는 게임을 소재로 했을 뿐 플레이어 중심이 아닌 관람문화 중심으로 발전되며 수 많은 관계자들의 노력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차원의 문화이다. 이미 중국에서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 받았고, 지난해 실내 아시아 경기대회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스포츠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는 추세다.
- 또한 스포츠는 일부 마니아나 특정 기업의 사유물이 아니다. 일반 관중들이 보고 즐기며 참여하는 공공적인 성격을 갖는다.
- e스포츠가 공공재가 아니라 블리자드라는 다국적 기업의 자산에 불과하다면, 한국에서의 e스포츠 산업과 관련된 정책이나 협회의 존재 의미는 처음부터 잘못된 셈이 된다. 대통령배 게임대회나 대표적 문화 콘텐츠로서의 육성, 공군게임단 운영과 같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의미가 없어진다.
- 스포츠는 일반 공중에 대한 시청권(Public Viewing)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고, 공공적인 성격의 것. e스포츠 역시 블리자드의 프로모션 논리로만 접근되어서는 안 된다.
- 특히, CGS 사례 등 한 기업이 독점하고 자사의 이익만 추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대회는 아무리 많은 자본을 들여도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해외 사례들도 많다.
※ CGS 사례: 지난 2007년 미국 NewsCorp 산하의 DIREC TV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초의 글로벌 게임 리그로 출범한 챔피언십 게이밍 시리즈(CGS)는 연간 예산만 2,500만 달러에 달할 만큼 위용을 자랑했으나, 불과 1년 만에 문을 닫으며 독점 계약 선수들의 임금 체불, 이들의 이탈로 인한 유럽 리그의 붕괴라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 전체의 위기를 낳은 바 있습니다.
CGS는 대회 출범 시 각 지역 대표팀을 뽑아 리그 독점 출전 계약을 맺어 그들을 귀속시켰으며, 높은 연봉에 솔깃한 유명 미주, 유럽 게이머들이 팀을 탈퇴해 CGS와 계약을 맺음에 따라 G7으로 일컬어지던 유명 클랜들을 연쇄적으로 붕괴시켰습니다.
게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수익이 나지 않자 상업적 논리에 따라 1년 만에 리그를 중단함으로써 유명 선수들의 임금이 상당부분 체불된 데다 갑자기 소속 팀이 없어진 그들의 미래도 불투명해지며 미국 및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을 위축시켰던 사례입니다. 저희가 보는 블리자드의 자체 리그 진행 계획이 우려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Q> 협회 측은 블리자드의 지적재산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 원칙적으로 스포츠는 지적재산권의 협상 대상이 아니다. 축구공을 만든 아디다스가 월드컵에 축구공 사용료를 내라고 하는가? 자동차 회사들이 카 레이싱 대회에 사용료를 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블리자드는 지적재산권 문제를 떠나 한국 e스포츠 발전의 최대 수혜자 중의 하나이다. 한국 e스포츠 발전에 힘입어 스타크래프트1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제품수명(Product life cycle)이 길어지는 등 많은 혜택을 입었다. 협회가 운영하는 게임 리그도 정품 CD를 구매하여 진행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와 12개 게임단은 스타크래프트의 비중과 게임 제작사로서의 권한과 의미를 존중할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으며 블리자드에게 적정한 ‘게임 사용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협상 초기에 이미 밝혔었다.
KeSPA는 관중의 볼 권리를 먼저 내세웠다.
Q> 협회가 인정하는 지적재산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 게임 개발사로서 존중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라는 의미로서의 지적재산권이다.
- 그러나 블리자드는 e스포츠의 안정적 리그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계약 기간, 스폰서 유치 및 마케팅 계획, 방송 계획 등 리그와 관련된 모든 활동에 대한 사전 승인과 함께 스폰서십, 중계권 등 모든 수입에 대한 게임 사용료 이상의 로열티 및 서브 라이선스 비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선수들의 실연과 방송중계기술 등을 통해 생산되는 2차 저작물인 경기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 협회 재무회계 투명성에 대한 자료 제출 및 감사 권한 등 원저작권자로서의 권리를 넘어선 무리한 요구사항들을 주장하고 있다.
- 이러한 요구는 협회가 법무법인의 검토를 통해 부당한 경영간섭이자 불이익한 거래조건의 설정이라고 지적 받았을 만큼 일반적인 권리주장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으며 향후 게임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최근 사태가 마치 지적재산권 분쟁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본질은 지적재산권 문제보다는 블리자드가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욕심을 내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e스포츠의 발전 토대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Q> 협회에서도 방송중계권 판매 등 사적인 이윤 추구 행위가 있지 않았는가?
- 협회가 방송중계권을 통해 이익을 얻은 것은 없다. 협회는 문화부 산하 비영리법인으로서 수익을 내지 않는다. 방송중계권료는 전액 경기운영 등에 재투자된다.
- 협회는 매년 회계감사 자료를 이사사들에 공개하고 있고, 중계권료에 대한 전액 재투자 부분에 관련된 회계자료 등도 필요하다면 공개할 수 있다.
- 근본적으로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경기력 향상에만 몰두하려면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 즉 직업적으로 안정돼야 하는 것처럼 스포츠가 발전하려면 일정 정도의 산업화가 꼭 필요하다.
- 12개 게임단이 매년 많은 투자를 해 왔고, 협회도 방송중계권료를 전액 경기운영과 방송제작에 재투자하는 것도 이러한 토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도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