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게임 페스티벌’(Anime X Game Festival, 이하 AGF) 2022가 12월 3일부터 4일까지, 양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됐다.
국내 최대의 서브컬처 행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AGF는 이외로 역사가 길지 않다. 2018년 "왜 한국에는 서브컬처 박람회가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돼 18년과 19년 행사를 성황리에 진행했으나, 코로나 19로 인해 2년을 쉬어야 했기 때문. 그래서 약 3년 만에 개최된 이번 행사에 대해 많은 마니아들의 시선이 모였으며, 기업들의 참여도 역대급이었다.
이번 행사는 AGF라는 이름에서 Game을 의미하는 G가 확실하게 강화된 느낌이었다. 카카오게임즈, 넥슨게임즈 등 대형 게임사가 일찍이 참가를 타진했고, '노벨피아' 등 최근 급성장한 웹소설 브랜드까지 <러브 인 로그인>이나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 같은 게임을 시연했다.
혹여나 현장을 가지 못했을 독자를 위해 풍경기를 담는 한편, AGF 2022에 대한 이모저모를 이야기해본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무시무시한 인파가 몰린 현장, 게이머들은 비명 섞인 환호
킨텍스 제 2관에 몰린 엄청난 대기열. 입장 시작 직전의 모습이다.
대기열은 킨텍스 제 1 전시장부터, 행사장이 위치한 제 2 전시장까지 이어졌다. 아마 400m 이상은 될 것이다.
이번 2022 AGF에는 가히 역대급이라 할 만한 인파가 모였다. 행사가 개최된 토요일(3일) 기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의 인파가 새벽부터 입장을 기다렸다. 대기열은 제 1 전시장부터 행사장이 위치한 제 2 전시장까지 이어졌는데, 한 참관객은 "킨텍스에서 지스타가 개최됐을 때 이후로 이 정도 대기열은 처음 본다"라고 언급했다.
행사장 입구에서 관람객들을 처음으로 맞이한 대형 게임 부스는 카카오게임즈다. <우마무스메>가 첫 오프라인 행사를 연 만큼 부스 곳곳에서 신경을 쓴 티가 역력했다. 게임 인증 이벤트와 퀴즈 게임, 경품 추첨 등의 행사가 진행됐으며, 게임에 등장한 인형 뽑기 게임 이벤트를 마련해 성공한 사람에게 추가 굿즈를 제공하기도 했다. 추첨 경품 역시 '온천여행권'이나 '티슈'를 제공하는 등 게임 콘텐츠를 반영한 모습이었다.
행사장 정면에 있어 수많은 인파가 몰렸던 카카오게임즈 부스
간단한 이벤트에 참여하고 굿즈를 받을 수 있었다.
인형뽑기는 난이도 덕분인지 성공하는 사람이 적었다.
기자는 추첨 경품으로 티슈를 받았다. 컨디션 다운...
가장 반응이 좋았던 현장 룸매치
"질 수 없다" (왼쪽이 이겼습니다)
파워풀 홀스(말세다)
<우마무스메> 부스 옆에 위치한 <에버소울>은
크리스마스를 콘셉트로 잡고 코스프레이어와의 포토 타임 등 이벤트를 진행했다.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는 게임 내에 등장한 '흥신소 68'과 '게임 개발부' 부실로 부스를 꾸미고 이용자들이 직접 '메모리월'에 포스트잇을 붙여 응원 메세지를 남길 수 있도록 했다. 현장 부스 관람객들에게는 투명 포토카드와 틴케이스 세트, 흥신소 68 테이프, 대형 쇼핑백 등의 굿즈를 제공했으며, 행사 중간 김용하 PD가 직접 부스를 방문해 관람객들과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블루 아카이브> 부스
"1일 1악"
게임개발부 부실
관람객들의 응원 메시지
<블루 아카이브> 김용하 PD와 차민서 PD 등이 부스를 방문해 유저, 코스프레어와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최근 넥슨과의 퍼블리싱 계약이 종료되고 "자체 서비스"를 천명한 <카운터사이드> 또한 유저들에게 음료수 및 굿즈를 나눠주는 트럭을 세워 주목을 받았다. 박상연 PD가 직접 굿즈와 음료수를 나눠주고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 이용자들의 호평을 샀다. 많은 인파가 몰려 준비한 굿즈가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소진돼 행사가 조기 종료된 것이 아쉬움을 살 정도.
음료수를 배포하는 트럭을 끌고 온 <카운터사이드>
직접 관람객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준 <카운터사이드> 박상연 디렉터
노벨피아 역시 주목할 만했다. 최근 급성장한 웹소설 플랫폼을 상징하듯 입구에 대규모 부스를 선보였으며, 웹소설 관련 시연 외에도 메타크래프트와 온파이어게임즈가 협업해 개발하고 있는 비주얼 노벨 게임 <러브인 로그인>의 체험대를 마련했다. 최근 웹소설이 만화화 혹은 게임화되며 IP를 크게 확장해 가고 있는데, 이런 트렌드를 잘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디앤씨미디어의 부스에서는 넷마블이 개발한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가 시연됐다.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 역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임이다.
노벨피아 부스
12월 22일 출시 예정인 <러브인 로그인>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 체험 부스
그 밖에도 <기적의 분식집>을 개발한 테일즈샵이 <랜덤채팅의 그녀>라는 신작을 공개했으며, 글로벌 게임 퍼블리셔 CFK가 참가해 <식스타 게이트: 스타트레일>, <홍마성 레밀리아 비색의 교향곡>, <닌자 일섬>, <셔터냥! Enhanced Edition> 등 자사 라인업 4종을 선보였다.
<앙상블 스타즈!!> 부스에도 많은 관람객이 모였다.
부스 뒤편에서는 라이브 동영상이 재생됐다. 아키하바라에서 실컷 본 풍경을 여기서도 볼 줄이야
이번 행사 역시 많은 코스프레이어가 찾아왔다. 그 중 최고는 이 '스페이스 마린'이 아닐까
# '엔데믹'과 서브컬처 게이머의 성원이 만들어낸 풍경, 지속 가능할까
이번 AGF 2022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엔데믹이 만들어낸 행사에 대한 욕구다. 코로나19가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관광, 행사 등 움츠러든 업계가 리오프닝 효과를 얻어 다시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게임 행사 역시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령 AGF 2022 직전 개최된 지스타 2022에서는 제한된 규모로 개최된 2021년 행사의 부진이 무색하게 약 18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모였다.
때마침 서브컬처 게이머의 오프라인 게임 행사에 대한 욕구도 정점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서브컬처 게이머들은 충성도가 높다고 평가받지만, 높은 충성도만큼 게임사가 '재투자'를 통해 유저를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고객'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원하고 있다.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만큼 개발사 역시 이런 성원에 보답해 줬으면 좋겠다는 열망이다.
대표적인 예시는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다. <우마무스메>는 소통과 운영 문제로 8월 말부터 이용자들의 시위와 유저 간담회가 이어졌는데, 당시 이용자들의 핵심 요구 중 하나는 "유저를 위한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열어 달라"였다. 이에 이용자들의 건의사항을 수용해 진행된 첫 번째 오프라인 행사가 바로 이번 AGF에서 열렸다.
기존 게임 행사와 AGF가 구분되는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보통 게임쇼는 신작이 공개되고 체험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반대로, AGF 참여는 신작을 공개한다기보단 출시된 게임이 각종 오프라인 이벤트와 공식 굿즈를 통해 팬들에게 보답하는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와 <카운터사이드>는 각각 김용하 PD와 박상연 PD가 직접 행사장에 등장해 관람객들과 소통했다.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줄 다른 서브컬처 행사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되는 '코믹월드' 행사에 기업들이 공식 부스를 유치하기도 하나, 코믹월드는 게임보다는 만화 위주, 그리고 2차 창작자들이 모여 굿즈를 판매하는 성격이 더욱 강하다. 이번 AGF 2022는 이런 게임계의 트랜드를 파악하고, 서브컬처 게이머의 니즈와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다만, 예상외의 흥행만큼 아쉬운 점이 보이기도 했다. 우선 관람객들의 의견에 대한 확실한 피드백이 필요해 보인다. AGF는 행사가 개최될 때마다 늘 인파 통제에 대한 불만을 받아 왔는데, 이번 행사에도 역대급 인파가 모이면서 같은 의견이 어김 없이 등장했다.
가령 몇몇 부스는 이용자 참여형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행사 관람 및 대기줄 형성이 이동 통로에서 이루어졌기에 다른 관람객의 이동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행사장 재입장이 쉽지 않음에도 관람객들이 안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여의치 않았다는 점도 지적받았다. 다행히 안전을 위해 일정 관람객이 모일 때마다 대기 후 행사장에 입장시키는 조치가 취해져 인파로 인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런 입장 제한과 관련한 내용이 행사 전날에야 공지돼 불만을 사기도 했다.
상기한 이유로 인해 앞으로도 흥행이 예상되는 만큼 다음 행사에서는 공간 확보 및 질서 유지 등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행사장 자체의 규모를 키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올해 AGF는 킨텍스 제 2 전시장 1.5홀(전시장 1홀, 스테이지 0.5홀) 규모로 개최되었는데, 이 공간을 넓히고 보다 많은 이용자들을 수용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AGF 2022가 이번 행사를 통해 서브컬처 게이머의 마음을 확실히 잡은 만큼, 다음 연도 행사에는 보다 다듬어진 진행과 함께 더욱 멋진 행사를 선보일 수 있길 기대한다.
(출처: 카카오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