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PS3를 발표했던 2005년 컨퍼런스의 데자뷰 같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의 E3 2010 컨퍼런스를 취재하고 나서 든 느낌이었다. 전 세계 미디어 관계자들이 E3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놀랄 만한 깜짝 발표, 혹은 새롭게 공개되는 신작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소니의 E3 컨퍼런스는 플랫폼 홀더 3사의 컨퍼런스 중에서도 마지막을 장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한 내용을 보면 새로운 것이 거의 없었다.
<킬존 3> <포탈 2> <데드 스페이스 2> <어쌔신 크리드: 브라더후드> 등이 소개됐지만, <포탈 2>를 제외하고는 이미 사전에 따로 발표회가 진행됐거나, 다른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신작들이 대부분이었다. 컨퍼런스의 진행 자체는 짜임새가 탄탄했지만, 내용물의 신선도가 아쉬웠다.
소니의 컨퍼런스 현장에는 많은 기자들이 참석했다. 3DS를 공개한 닌텐도의 미디어 컨퍼런스가 끝나고 약 30분 뒤에 컨퍼런스가 시작된 것을 떠올려 보면 의외의 인파였다.
닌텐도 컨퍼런스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디어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참석한 미디어 관계자들이 기대했던 것은 그동안 대부분 맞아 떨어졌던 소니 관련 소문들, 그 중에서도 PSP 신제품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니가 대규모 셔틀버스를 동원해 닌텐도 컨퍼런스가 끝나자마자 기자들을 태워 온 것도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신형 Xbox360을, 닌텐도는 3DS라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발표한 만큼 ‘PSP2에 대한 루머’는 소니의 컨퍼런스가 끝날 때까지도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그 어떤 깜작 발표도 없었다. 예상 밖의 발표라고 해 봐야 ‘PS 무브’가 생각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다는 것 정도였다.
실제로 소니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동안 함성과 박수가 쏟아진 횟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 박수도 발표 중간에 나온 것이 아니라, 발표가 끝난 후 보내는 의례적인 답례에 가까웠다.
컨퍼런스가 끝나고 만난 해외 기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 소니 컨퍼런스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Good’이라고 답한 기자들이 대부분이다. 닌텐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컨퍼런스에 대한 평가가 ‘ Very Good’, 혹은 ‘Wonderful’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참고로, 소니는 컨퍼런스에 입장한 기자들에게 3D 안경을 나눠 주고 <킬존 3>의 3D 입체영상 시연을 선보였다. 블록버스터급 FPS 게임과 3D 같은 신기술을 좋아하는 게임 기자들은 대부분 <킬존 3>의 3D 시연에 대해 후한 점수를 매겼다. 소니 컨퍼런스의 핵심은 PS 무브가 아니라 3D 시연이었다고 생각하는 기자들도 꽤 많았을 정도였다.
/LA(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