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배틀넷 약관이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블리자드는 곧바로 약관을 변경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배틀넷 이용약관 중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약관 17개를 수정, 또는 삭제하라고 블리자드에게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18일 발표했다.
배틀넷 약관 중에서 유저생산 콘텐츠에 대한 2차 저작권, 지나친 개인정보 요구, 사업자 면책 조항, 자의적인 계약변경 등이 불공정 약관으로 시정조치를 받았다.
■ 일부 2차 저작권을 인정할 필요 있어
지금까지 블리자드는 2차 저작물에 대한 유저의 소유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배틀넷 약관에 따르면 유즈맵은 물론 팬아트, 게임방송까지도 블리자드가 소유권을 갖는다.
하지만 공정위는 게임 내 구성요소를 활용했다고 해서 모든 권리를 블리자드가 가지는 것으로 한정시키는 건 부당하다고 밝혔다.
리플레이, 유즈맵 등 게임 내 구성요소만을 활용한 콘텐츠는 블리자드의 소유권을 인정하되, 유저가 서비스 제공과 홍보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게임과 분리된 콘텐츠는 전적으로 유저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블리자드가 이용자의 사전 동의 없이 콘텐츠를 판매, 대여, 양도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나친 개인정보 요구도 도마에 올랐다. 배틀넷 약관에는 경우에 따라서 유저가 금융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블리자드가 게임 내 모든 콘텐츠를 검열하거나 공개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여기에는 유저 간의 대화나 통신내용도 포함된다. 블리자드는 이에 관련해 어떠한 사생활 보호도 기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이 부분에 대해 환불요청이 있을 때만 계좌번호를 제공하고 모든 콘텐츠의 사전검열이나 감시, 개인정보 공개를 그만둘 것을 주문했다. 유저가 생산한 콘텐츠에 대한 책임도 유저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 지나친 면책과 계약변경 조항 삭제
공정위는 지나친 면책조항과 계약변경 조항도 지적했다. 배틀넷 약관을 보면 블리자드는 어떠한 경우라도 게임으로 생기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공정위는 이 부분이 사업자의 책임을 고객에게 부당하게 이전시킨 것으로 봤다. 현행법 상으로 게임 클라이언트에 의해 문제가 생기거나 해킹, 아이템 유실 등은 사업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약관을 블리자드의 고의, 중과실이 없을 경우에만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블리자드가 통지만 하면 이용자의 계정을 정지하거나 요금 등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도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모든 계약조항은 사전통지 후에만 변경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계약해지나 잔여금액에 대한 환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경우는 예외다. 금전적 손해배상이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약관도 손해배상이 가능한 것으로 바꿀 것으로 요구했다.
■ 유저의 권리를 보장하는 의미가 커
블리자드의 대응은 신속했다. 공정위로부터 약관 변경을 고지 받은 블리자드는 지난 17일 배틀넷 이용약관을 개정했다. 개정된 약관에는 공정위에서 지적한 내용이 거의 모두 포함돼 있다.
이번 약관 변경으로 일반 유저가 느끼는 변화는 당장 없을 전망이다. 불공정 약관이 대부분 ‘문제 발생 시 블리자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2차 저작권에 대해서도 블리자드가 약관을 앞세워 유저의 이용권을 강제로 제한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
물론 블리자드 게임 이용자들에게 의미는 크다. 앞으로 계약해지로 인한 환불이나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유저의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많은 논란을 빚어 왔던 콘텐츠 사전검열 문제도 일단락됐다.
블리자드 코리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으며, 빠르게 관련 약관을 모두 수정하고 공지사항으로 유저들에게 통보한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