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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7박8일 취재후기] E3 2010에 다녀왔습니다!

음마교주와 깨쓰통의 E3 2010 현장 취재 뒷담화

정우철(음마교주) 2010-06-22 17:26:50

세계 3대 게임쇼라 불리는, 아니 불렸던 E3 2010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습니다. 대부분 이번 E3를 부활이라고 부르면서 큰 기대를 가졌고, 어느 정도는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도 E3 2010을 취재하기 위해 현지에 기자를 보냈습니다. 4년 만의 E3 취재이지만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현장을 경험했던 음마교주와, E3 취재가 처음인 깨쓰통 기자가 LA 컨벤션 센터에서 생생한 현장을 보고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번 E3 2010을 어떻게 보셨나요? 취재한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흥했으나 과거의 영광은 아직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전성기를 지난 노장의 모습이랄까요? 그럼 E3 2010에 대한 마지막 관람평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현남일 기자


 

 


4년 만의 E3, 그리고 첫 경험의 관점 차이


지금까지 음마교주는 E3라는 게임쇼를 모두 4번 경험했습니다. 올해를 합하면 5번이 되는 군요. 하지만 깨쓰통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독일 게임컨벤션(GC), 일본 도쿄게임쇼(TGS), 중국 차이나조이 등 웬만한 게임쇼는 다 가본 깨쓰통 기자가 E3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선배 기자인 음마교주와 후배 기자인 깨쓰통이 바라본 E3 2010은 사뭇 다릅니다. 음마교주의 시선으로 본다면 전성기였던 2005년과 2006년의 E3와 비교할 때 규모가 줄었죠. 하지만 깨쓰통의 시선으로는 큰 전시장을 메운 신작과 각종 소식이 터져 나온 미디어 컨퍼런스 등으로 신세계를 본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미디어 컨퍼런스를 현장에서 본다는 것은 어쩌면 기자라는 직업의 장점 중 하나죠.

 

깨쓰통: 무엇보다 이번 E3는 여태까지 가 봤던 어떤 게임쇼보다 매머드급이슈가 풍성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닌텐도의 3DS Xbox360의 키넥트 등 새로운 하드웨어가 발표됐고, 그걸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게임쇼는 최근 2~3년 사이에는 없지 않았나 싶거든요.

 

음마교주: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 E3의 특징이라면 매년 5~6월 사이에 개최된다는 점이니까. 우리에게는 상반기의 마지막 분기이지만, 해외 게임업체에게는 연간 결산(매년 3월 31일 마감)이 끝난 뒤 첫 분기를 마무리하는 기간이라는 건 알지? 즉 한 해의 장사를 위해 발표하는 자리인 셈이야. 일단 처음 와본 E3에 대한 느낌은 어때?

 

깨쓰통: 결국 E3를 위해 게임업체들이 이슈와 신작을 준비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게임쇼라는 게 괜히 붙는 명칭이 아니구나 싶었네요. 또 개발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다른 게임쇼보다는 많았고요.

 

닌텐도 컨퍼런스 현장 취재는 한국 기자로서는 흔한 경험이 아니다.

 

음마교주: 이슈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E3라는 행사의 성격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야. 알겠지만 TGS나 GC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E3는 미디어 및 업체 관계자들로 관람을 제한하고 있지. 지금까지 취재해 온 경험에 따르면 E3에서 발표한 것을 미디어가 대중에게 전달하고, GC TGS를 통해 일반인이 체험하는 단계를 밟고 있어. E3에서 개발자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지.

 

깨쓰통: 그런데 키넥트 프리미어를 보면 일반인도 많이 온 듯한데요? 행사 자체는 발표보다 쇼를 보는 데 치중한 느낌도 있고요. 솔직히 미디어 컨퍼런스는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도 하니 굳이 일반 관람객은 올 필요도 없어 보이고요.

 

음마교주: 맞아. E3 2010이 기존 E3와 다른 점 중 하나가 개막 전에 일반인도 즐기는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지. 기자 입장에서는 카메라와 영상 촬영이 금지된 행사라는 점이 불만이지만, 사전행사 자체가 일반인을 위한 것이니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

 

생각해 보면 액티비전의 사전행사에서 어셔를 비롯한 유명 뮤지션이 공연할 줄은 나도 몰랐어. 설마 내가 어셔의 공연을 직접 눈으로 보는 날이 올 줄이야….

 

 어셔의 실제 공연을 연출한 액티비전의 전야제 행사.

 


■ 관객의 규모가 아닌 이슈의 규모가 중요


깨쓰통: 그런데 관람객 수가 약 45천 명이라는 것은 좀 의외인데요. 옛날에는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린 적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규모가 줄긴 줄었나 봐요. 물론 컨슈머 게임쇼가 아닌 탓도 크겠지만요.

 

음마교주: 음… 2005년에 7만 명, 2006년에 6만 명이 왔었지. 물론 미디어와 게임업계 관계자가 이 정도로 왔다는 것은 상당한 수준이지. 결국 E3는 유저들이 와서 즐기는 것보다 미디어를 통한 기사화 및 업체 관계자들의 체험을 중요하게 본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

 

세계적인 게임쇼 치고는 관람객이 그리 많지는 않은 E3.

 

깨쓰통: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취재하거나 원하는 게임을 체험하는 데 훨씬 편했던 것 같아요. 닌텐도 부스에만 3DS(+젤다)를 체험하려는 사람들이 2~3시간 기다리는 정도였고, 나머지는 매우 편했으니 뭐….

 

음마교주: TGS GC와 비교하면 취재하는 데 쾌적한 환경인 건 확실해. 특히 전시장 규모는 전성기였던 2005년과 비교하면 2/3 정도로 줄었거든. 실제로 참가 부스만 본다면 절반으로 줄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거야. 웨스트홀 같은 경우는 캡콤, 소니, 닌텐도를 제외하면 전멸이라고 봐도 무방했어. 물론 2005~2006년과 비교하면 말이지.

 

깨쓰통: 지스타가 20만 명을 넘겼고, TGS19만 명의 관람객을 모은 반면, 이번 E3 45천 명이라는 점은 실패했다고 평가할 요소는 아닌 듯한데요?

 

물론 인기 부스는 2~3시간 대기는 기본인 만큼 관람객이 몰리기도 한다.

 

음마교주: 관람객 수로 게임쇼를 평가한다면 지스타가 세계 최대 게임쇼가 되겠지. 물론 관람객 수는 평가의 척도가 될 수 있어. 하지만 관람객 수보다 이슈의 수로 비교하는 것이 E3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는 방법이야. 이슈 면에서 본다면 여전히 세계 최대의 게임쇼라는 이름은 유효한 E3 2010였다고 생각해.

 

 


■ E3 2010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음마교주: 그나저나 이번 E3를 취재하면서 눈에 띄는 게 하나 정도는 있을 법한데?

 

깨쓰통: 물론이죠. 모션 컨트롤을 주제로 한 게임들, 특히 댄스 게임이 많았다는 점은 인상 깊게 남네요. 독일 GC에서는 연주와 노래를 하는 게임이 많았던 것을 보면 아마도 미국의 문화는 춤을 추는 것이 가장 인기 있기 때문이겠죠.

 

음마교주: 그런 점도 있겠지. 아마 지스타에서 직접 체험하는 댄스 게임이 나왔다면 관객들이 호응하기는 힘들었을 지도 몰라. TGS도 마찬가지고. 이제는 모션 컨트롤로 경쟁하게 된 닌텐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도 각각 분전했지.

 

미국이니까 관람객의 적극적인 댄스시연도 가능했을 것이다.

 

깨쓰통: 키넥트의 경우는 사우스홀 전체를 도배한 듯한 점이 인상 적이던데요. 퍼스트파티 외에도 서드파티까지 게임을 들고 나왔을 줄은 몰랐어요. 반면 소니는 자사 부스 외에는 PS 무브 타이틀을 보기 힘들었어요. 닌텐도 Wii야 미국에서는 대중적인 게임기가 됐으니 제외하고요.

 

음마교주: 나 같은 경우에는 행사장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느꼈어. 과거에는 각 부스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였거든. 과거 지스타가 걸스타라고도 불렸지만, 이는 과거의 E3도 마찬가지였어. E3 자체가 18세 미만 관람 금지이다 보니 부스 걸의 복장은 옷이라기보다 천조각이라 부르는 편이 적절할 정도였지.

 

2005년 E3 당시 부스걸의 모습. 무려 국산 게임인 RYL의 부스 모델이다. 

 

깨쓰통: 올해 부스걸은 거의 안보이던데요. 있다고 해도 코스프레 모델 정도인 듯한데….

 

음마교주: E3 2006부터 비키니 복장은 퇴출됐지. 미국은 수영복 모델이 따로 있어서 적어도 그들은 E3에서는 일자리를 잃은 셈이야. 전시장을 보면 대부분 진행요원이고, 코스프레 모델도 복장은 얌전한 편이지.

 

수영복 모델은 전시장 밖에 한두 명 정도 있었어. 이 역시 게임에 집중하라는 의도로 이슈가 스테이지 쇼보다 게임 자체에 집중되길 원해서 일거야. 4년 전만 해도 스테이지에서는 거의 춤판이 벌어졌으니 뭐….

 

E3 2010에서는 플레이보이 모델도 게임을 알리는 데 녹아들어갔다.

 

깨쓰통: 그래도 유명인은 상당히 많이 와서 쇼를 하는 모습을 봤는데요? 플레이보이 모델이 등장하거나 말이죠.

 

음마교주: 나도 플레이보이 모델은 살짝 기대(?)했거든. 근데 복장이 참 수수하더라고(허탈한 웃음…;;). 그래도 게임에 집중하고 게임을 알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 WWF 때 왕년의 슈퍼스타였던 밀리언달러맨이 THQ 부스에 등장한 건 의외였고.

 

 훌라춤도 복장 위반이기 때문에 전시장 밖에서 공연해야 할 정도.

 

 

 

 밀리언달러맨과 같은 유명인이 직접 행사장에서 게임을 알리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 반가웠던 한국 게임 부스의 부활


음마교주: E3 2010에서 한국 게임이 등장한 것도 반가운 일이지. 올해는 넥슨하고 블루홀 북미법인이 사우스홀에 부스를 만들었어. 반응도 나름 성공적인 평가를 내리더라고.

 

깨쓰통: 그러고 보니 행사장에서 거의 20~30% 정도의 관람객이 <던전앤파이터> 가방을 들고 다니던데요. <영웅전> 모자도 많이 쓰고 다니더라고요. 이런 거 보면 넥슨 부스는 확실히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고 체감할 수 있었어요.

 

가방 같은 사은품은 관람객을 이동하는 광고판으로 만드는 데 최고의 아이템이다. 

 

음마교주: 그러게 말이지. <테라>의 경우 1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는 관람객도 있었어. 어떻게 보면 한국 온라인게임도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서양 유저들의 관심을 꽤 받는다고 봐야겠지. 거의 콘솔 게임 중심의 전시회였던 E3가 이제 온라인게임도 상당히 보이니 시대의 흐름으로 볼 수도 있어.

 

깨쓰통: 하지만 한국 업체 부스는 자리가 코너 쪽이어서 아쉽더라고요. 좀 가운데로 빠질 수는 없나 모르겠네요.

 

음마교주: 전통적으로 E3 부스 위치는 고정이야. 얼마나 오랫동안 참가했나, 또 얼마나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가에 따라 부스 위치를 선점할 수 있거든.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EA 등은 항상 고정자리이지. 제일 좋은 자리이기도 하고.

 

 

 

깨쓰통: 엔씨소프트나 NHN, 네오위즈게임즈 등은 왜 안 나왔을까요?

 

음마교주: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엔씨소프트의 경우 <길드워 2> 독일 게임스컴 2010에서 처음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니 굳이 E3에 나올 이유가 없었겠지. 또 미디어 및 업체 대상 전시회보다 컨슈머 게임쇼가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깨쓰통: 그러고 보면 넥슨이나 엔매스는 사업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미디어에 소개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엔씨소프트야 이미 이름을 알렸으니 컨슈머 게임쇼인 독일 게임스컴에서 유저의 체험이 유리할 수도 있고요. 또, <길드워>도 유럽에서 인기가 좋으니까요.

 

 유명 모델을 부스모델로 뽑은 이유도 미디어에 노출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 현장 취재기자가 뽑은 E3 베스트와 워스트


음마교주: 그럼 올해 E3에서 가장 좋았던 것과 나빴던 점을 골라볼까? 키넥트, PS 무브, 3DS는 일단 제외하자. 기사로 많이 다뤘으니 여기서 또 이야기하면 중복될 것 같아.

 

깨쓰통: <젤다의 전설: 하늘을 향한 검>을 베스트라고 생각 합니다. 거의 2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대기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콘텐츠의 재미나 구성이 대단했어요.

 

깨쓰통 선정 E3 최고의 게임 <젤다의 전설> 신작.

 

음마교주: 나는 프로젝트 나탈(키넥트) 프리미어와 액티비전 사전 행사를 베스트로 뽑고 싶네. 나탈 프리미어는 하나의 공연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고, 실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라고 봐도 무방했어. 액티비전은 유명 연예인의 공연이 대단했지. 게임에서 따진다면 <뱅퀴시>는 뜻하지 않게 발견한 보물인 느낌이 들더라.

 

깨쓰통: 그 유명한(?) 닌텐도의 컨퍼런스도 인상적이었네요. 시차적응 안 돼서 졸릴 만도 했는데, 졸 틈이 없는 컨퍼런스 진행은 우리나라의 모든 게임사들이 한 번쯤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음마교주 선정 E3 최고의 게임 <뱅퀴시>.

 

음마교주: 사실 난 소니 컨퍼런스 들어가서 조금 졸았어. 2005 PS3 발표했을 때의 그 느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데… 3D 시연 외에는 그다지 흥미로운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지.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키넥트 프리미어 때문에 감흥이 좀 식었고.  

 

깨쓰통: E3 자체는 처음 경험해서 그런지 대부분 신선했고 좋던대요. 취재만 아니라면 하루 더 했으면 좋을 정도였어요. 그리고 미국 인터넷 회선 최악이에요. 동영상 업로드 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리니 이런 데서 어떻게 온라인 게임 사업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음마교주: 난 올해 인터넷 환경은 천국인데? 4년 전에는 목숨을 걸고 새벽에 한인 PC방에 가서 작업했어. 호텔이나 숙소에서는 거의 불가능했으니 말 다했지. 올해는 1시간밖에 안 걸리더군. 물론 처음 온 사람이라면 짜증이 날 만도 하겠지만.

 

 

깨쓰통: E3는 아니지만 마지막 날 NBA 파이널 경기가 있었다는 것과 LA 레이커스가 우승하는 날 거리에 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의미 있는 일이겠죠? 밤에는 전쟁이 나는 줄 알았을 정도니 말이에요.

 

음마교주: 뭐 그런 셈이지. 아마 깨쓰통은 올해 다른 해외 게임쇼에 가면 조금 실망할지도 몰라. 대부분 이미 해 본 게임을 또 다시 하는 격이니까 말이지. 이런 점에서 보면 유명 메이저 업체가 다 참여하고 새로운 정보를 공개하는 자리라는 것이 E3의 진정한 힘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