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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계정 거래 ‘1억원 배상 공증’ 법적인 효력은?

공증은 예방책에 불과, 개인 거래는 여전히 위험

휘영 2010-06-23 20:56:47

온라인 게임 계정을 현금거래할 때 ‘공증’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일부 계정이 수백만 원 이상으로 거래될 경우 공증은 필수 절차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공증은 현금거래 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 한다. 특히 계정의 현금거래로 인해 잠재적인 범법자가 양산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증이란? 공증은 일상생활에서 발생되는 거래의 증거를 보전하고 권리자의 권리 실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특정한 사실이나 법률 관계의 전부를 공적으로 증명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계정 거래에서는 법률 행위 또는 사적 권리에 관한 사실에 대해 작성자의 성명이나 기명이 날인돼 있는 문서를 공증하는 ‘사서증서의 인정’을 이용한다.

 

 

 

■ 공증의 효력은? 예방책에 불과

 

현재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의 계정 거래는 매우 빈번하다. 거래 가격이 적게는 3~5만 원에서 많게는 10~100만 원에 이른다. 500만 원 이상 수천만 원 규모의 거래도 성사되곤 한다. 하지만 게임사는 약관 상 계정 거래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계정이 거래된 후, 판매자는 게임사에 주민등록등본을 한 통만 보내면 계정을 찾아올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계정 매물이 쏟아지는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 사이트.

 

물론 돈을 받고 판 계정을 일방적으로 찾아오는 행위는 타인을 기만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사기죄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며, 거래가 이루어지고 6개월~1년 뒤에 계정을 찾으면 ‘사기의 의도’를 증명하기 힘들어 처벌이 어렵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거래 금액이 높은 경우 구매 당사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원하게 된다. 이때 선택하는 것이 거래 사실, 혹은 계정 포기 각서에 대한 공증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계정 거래에서 공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 플레이를 인터넷 방송으로 중계하는 것이 취미인 A 씨는 지난해 3천만 원을 들여 한 MMORPG의 계정을 구입했다. 고가의 거래가 이루어진 만큼, 법무사를 통해 판매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계정을 환수할 경우 A 씨에게 1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각서를 공증했다.

 

그렇다면 공증된 각서는 법적인 효력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서는 법적인 효력은 있지만, 강제적인 집행력은 없다. 실제로 판매자가 자신의 계정임을 증명하여 계정을 찾아갈 경우, A 씨가 각서 대로 1억 원을 배상 받기 위해서는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법무법인 봄’의 허지은 팀장은 “계정 거래 공증은 사서인증으로, 집행력이 없는 단순한 증명자료다. 민사 소송 결과도 역시 보장해 주지는 않으며, 승소하더라도 피고가 항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증된 각서는 민사 소송에 대한 소명자료로 활용될 뿐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민사 소송을 통해 1억 원을 받으려면 긴 소송 기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만일 승소하더라도 피고의 항소가 이어지면 소송 기간은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공증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자료 중 일부일 뿐이며, 판매자의 ‘양심’ 확인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게다가 공증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갱신해야 하는 불편함도 뒤따른다.

 

 

■ 그래도 계정 거래는 이루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법률의 보호를 벗어난 계정 거래는 이루어지고 있다. 거래가 많은 만큼 계정 구매자의 피해도 끊임 없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계정 거래 자체가 약관 위반이기 때문에 게임사에 하소연할 수도 없다.

 

온라인 게임 유저들은 법적으로 계정 거래가 금지되지 않는 이상, 계정의 현금거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월에는 대법원이 <리니지>의 게임머니를 현금거래해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 현금거래 합법화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게임사가 아무리 ‘계정을 거래하지 마세요~’라고 외쳐 봐야 공허한 메아리만 울릴 뿐이다. 계정을 거래하는 목적인 ‘레벨 업과 성장 과정 배제, 상위 콘텐츠의 향유’를 만족시키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게임사가 현금거래가 적발된 계정에 제재를 가한다고 해도 계정을 거래하는 이들의 마음가짐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부 게임 유저들은 개인정보 유출이나 정보변경 문제로 공식적인 계정 거래가 어렵다면, 계정 간 캐릭터 이전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원한다. 게임 내 캐릭터를 아이템처럼 거래의 대상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계정을 거래하는 이유가 ‘잘 키운 캐릭터’에 있기 때문이다.

 

 

■ 캐릭터 거래 시스템을 제공하는 시도

 

한빛소프트가 서비스하는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캐릭터는 ‘카드’로 거래된다. 이에 따라 이 게임에서는 필요한 캐릭터를 다른 유저로부터 구매하는 일이 일반화되어 있다.

 

게임하이가 개발·서비스하는 <데카론>도 캐릭터를 서버 안의 다른 계정으로 이전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리미엄 아이템을 사용하고 인증절차만 거치면 게임 안에서 ‘교환창’을 통해 손쉽게 캐릭터가 거래된다.

 

캐릭터를 아이템처럼 거래할 수 있는 <데카론>.

 

게임사가 직접 캐릭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관점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음성적인 계정 거래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실제로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데카론>에서는 음성적인 계정 거래에 의한 사기 피해 접수가 줄어들었다.

 

한빛소프트 관계자는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육성할 수 있는 캐릭터가 70여 개에 이르는 특성 때문에 모든 캐릭터를 다 키워 보는 것이 매우 어렵다. 캐릭터 카드 거래 시스템이 유저들에게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관계자는 캐릭터가 유저의 자산 개념이 되었기 때문에, 밸런스 패치나 업데이트에 유저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보통 계정 거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은 없다. 다만, 게임 내에서 아이템 사기처럼 캐릭터 카드 사기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게임하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계정 거래 사기를 당한 피해 접수가 많았다. 하지만 캐릭터 이전 서비스를 제공한 다음부터는 거의 모두 없어진 상황이다. 캐릭터 거래를 보다 안전하게 할 수 있어 유저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계정 거래를 100% 막을 수 없다면, 유저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안전한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게임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구체적인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해당 서비스를 통한 수익은 그리 큰 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