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 짙은 게임을 포르노그라피와 동일한 유해 컨텐츠로 간주하는 규제 법안이 미국에서 통과돼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Oklahoma)의 주지사 브래드 헨리(Brad Henry)는 지난 12일 '부적절한(inappropriate) 폭력장면'이 담긴 게임을 하드코어 포르노그라피와 동일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11월 1일부터 오클라호마 주에 적용될 이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오클라호마에서 부절적한 폭력장면이 담긴 게임을 진열하거나 미성년자에게 대여, 판매할 경우 '중범죄'로 간주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11월 1일 이후에 오클라호마의 모든 게임매장은 '부적절한 폭력게임'으로 규정된 모든 게임 패키지를 진열장에서 내려야 하며 포르노 잡지나 비디오처럼 '감춰놓고' 판매해야 한다. 문제는 과연 어디까지 '부절적한 폭력게임'으로 보는가 하는 기준이다.
오클라호마 주는 미국의 공식 게임등급단체인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가 부여하는 게임등급을 무시한 채, 차제적인 기준에 따라 '부적절한 폭력게임'을 선정해 이번에 통과된 법안을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오클라호마 주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무의미하거나 과장된 폭력장면이 담긴 경우 ▶이야기전개에 필요하지 않은 폭력장면이 담긴 경우 ▶사실적인 폭력의 결과묘사 ▶큰 고통이나 피해를 입히기 위해 잔인한 무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담긴 경우 ▶고문을 하거나 주인공이 폭력을 무분별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경우 '부적절한 폭력게임'으로 간주된다.
오클라호마 주에서 이같은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E3를 개최하고 있는 미국의 게임단체인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는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클라호마의 법안이 11월 1일부터 시행될 경우 <GTA> 시리즈를 비롯해 <갓오브워> 등 콘솔용 액션게임들 대다수가 '부적절한 폭력게임'으로 규정돼 게임매장에서 공개적으로 진열,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기사업데이트]
오클라호마의 게임규제 법안 제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게임유통사들의 단체인 ESA는 오클라호마의 게임규제 법안 무효화를 위해 정면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ESA의 더글라스 로웬스타인 회장은 "ESA는 오클라호마 입법부의 행동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 이번에 제정된 법은 오클라호마 시민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며 곧 오클라호마 연방 법원에 새로운 게임규제 법안의 철폐를 위한 소송을 정식으로 제기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 동안 ESA는 이번 오클라호마가 제정한 것과 유사한 게임 규제법안들을 철회시킨 판례를 남긴 바 있다.
더글라스 회장은 "우리는 각 주의 입법부들이 게임에 대해 갖는 관심을 존중한다. 하지만 지난 5년간 6건의 법정 소송을 통해 이번 오클라호마와 유사한 법안을 모두 철회시켜왔다. 법원은 이런 규제법안이 위헌이며 게임이 무조건적으로 폭력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판결을 내려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SA는 그동안 미국의 각 주들이 제정하려고 했던 게임 규제법안들을 대부분 저지해 왔지만, 이번 오클라호마와 지난 3월 유타에서 제정된 모호한 게임규제법안은 제대로 막지 못했다. 이제 ESA는 법안을 철회시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국내에서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규정하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제도가 있으며 지난 2004년 <리니지2>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해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현재는 엔씨소프트가 행정소송과 유해매체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아직까지 실제 게임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는 상태다.
긴 기간동안 진행돼 온 <리니지2>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재판은 조만간 판결이 날 예정이며, 만일 유매매체물로 지정될 경우 <리니지2>는 19세 이하의 미성년자들이 이용할 수 없는 게임이 된다. 또 게임 시작시에 유해매체물이라는 표시를 해야하고 각종 영업 및 광고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