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의 승부조작을 둘러싼 법정싸움이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2부는 24일 오후 2시 <스타크래프트>의 승부조작 행위를 둘러싼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번 공판의 주제는 브로커 박모 씨의 ‘공갈’ 여부다. 박모 씨는 지난 1차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중 공갈에 대한 부분을 부인했다. 대신 증인으로 전직 프로게이머인 두 박모 씨(구분을 위해 이하 1과 2로 표기)를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박모 씨(1)는 2009년 프로리그 챔피언십 등 총 3경기를 조작하고 75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박모 씨(2)는 2009년 팀 평가전에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현재 기소돼 있다.
24일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두 박모 씨는 검사의 질문에 답변하며 승부조작을 행한 경위와 승부조작 방법, 협박성 발언 여부 등에 대해 상세히 진술했다.
두 박모 씨는 먼저 승부조작을 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두 사람 모두 승부조작의 시작은 ‘비공식 경기’였다. 공식 경기 만큼 승패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비공식 경기인 만큼 지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승부조작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이후 더 이상의 승부조작을 원치 않은 박모 씨(2)는 승부조작의 대가인 700만 원이 미지급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브로커 박모 씨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모 씨(1)는 브로커로부터 “승부조작의 결과가 좋지 않아 피해를 보상해야 하고, 한국e스포츠협회와 프로게임단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고 공식 리그에서도 승부조작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박모 씨(1)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승부조작 사실을 다른 이에게 알리는 이중조작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 상대방 모르게 전략 유출, 엉성한 콘트롤도
2차 공판에서는 승부조작의 방법도 공개됐다. 상대방에게 전략을 유출하고 일부러 유닛 콘트롤을 어설프게 하는 방식이다.
박모 씨(1)는 첫 번째 조작 경기와 세 번째 조작 경기에서는 자신의 유닛 콘트롤을 어설프게 하고, 두 번째 조작 경기에서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원모 씨가 마모 씨를 통해 상대방인 진모 씨에게 자신의 전략을 유출했다고 진술했다.
박모 씨(1)가 승부조작 경기에서 사용한 전략은 저그의 ‘12 드론 앞마당 멀티’였고, 이를 미리 알고 있던 진모 씨는 극상성인 테란의 ‘센터 2 배럭 러시’로 대응,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박모 씨(2)도 경기 초반에 일부러 정찰을 허용해 패배를 유도하며 승부를 조작했다고 진술했다.
■ 협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관건
2차 공판의 핵심 내용인 ‘공갈’에 대해 프로게이머였던 두 박모 씨는 모두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승부조작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하자 브로커 박모 씨가 자신의 친구를 통해 협회나 감독에게 사실을 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판사가 ‘사실을 알리겠다’고 한 것인지 ‘알릴 수도 있다’고 한 것인지 재차 확인하자 박모 씨(2)는 “충분히 협박으로 들렸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브로커 박모 씨와 원모 씨 두 피고인이 서로를 증인으로 요청하면서 승부조작 공판은 쉽게 결판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 마모 씨 태도 변화. 혐의 사실 모두 인정
2차 공판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일부 부인한 피고인들에 대한 추가 심리도 이뤄졌다.
지난 1차 공판에서 승부조작을 강요하거나 제안한 적이 없다던 마모 씨는 오늘 2차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공판의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공판에는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의 마모 씨 갤러리 유저들도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브로커 박모 씨의 변호인은 박모 씨가 박모 씨(1)에게 약속한 승부조작의 대가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해 “돈을 주러 가는 길에 체포돼서 어쩔 수 없었다. 떼어 먹으려 한 것이 아니다”라고 솔직히(?) 밝혀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스타크래프트>의 승부조작과 관련된 다음 공판은 7일 오후 5시와 14일 오전 11시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