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IP로 주목을 받았던 일본산 온라인 게임이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엔트리브는 오는 7월 5일 <삼국지 온라인>의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CJ인터넷의 <진삼국무쌍 온라인>도 오는 7월 29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살아남은’ 다른 일본산 온라인 게임도 상황은 좋지 않다.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울 만큼 사람이 부족하거나 반년이 넘게 업데이트를 멈춘 게임도 있다. 오히려 ‘흥행작’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 “게임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국내 퍼블리셔들은 일본산 온라인 게임의 독특한 게임성이 되려 발목을 잡았다고 말한다.
콘솔 시절부터 기반을 다져 온 일본 게임 중에는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플레이 방식을 가진 게임이 많다. 항해가 중심인 <대항해시대 온라인>과 미션 방식으로 전투를 치르는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과 <진삼국무쌍 온라인>, 악마를 수집하고 합체시키는 <진·여신전생: 이매진> 등이다.
일본산 온라인 게임은 플레이 방식이 새로운 만큼 시스템과 인터페이스도 생소한 경우가 많다.
마을에서 등록한 후 게시판에서 파티를 모아야 하거나(몬스터헌터, 진삼국무쌍), Insert 키로 대화를 입력하거나(몬스터헌터), 항구에서 물건을 싣고 나가야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거나(대항해시대). 합체나 조합법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면 게임의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진여신전생).
원작 콘솔 게임을 즐겨본 유저가 많지 않은 국내에서는 분명 ‘생소한 구조’다. 반면 게임의 기본지식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은 매우 단순하거나 심지어 없는 경우도 있다. 유저가 스스로 정보를 찾아 다니는 것을 즐기는 일본 유저의 취향에 맞춰 개발한 탓이다.
■ “까다로운 검수 탓에 수정도 늦어”
높은 인지도를 중시한 ‘원작자의 지나친 검수’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일본산 온라인 게임 중 대부분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IP들이다. 큰 홍보를 하지 않아도 쉽게 입소문을 탈 수 있다. 장기간의 시리즈 누적을 통해 치밀한 세계관과 시나리오, 캐릭터성도 갖췄다. 2008년과 2009년 사이에만 10여 개의 일본산 온라인 게임이 국내 시장에 들어온 이유다.
그만큼 일본 개발사는 검수가 까다롭다. 게임 속 아이템 하나를 추가하는 데 한 달이 넘게 씨름을 벌이고 공개한 일러스트에서 점 하나를 덜 찍었다고 이미지 교체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
아예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할 수 없다고 주장하거나 일본과 같은 요금제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당장이라도 문제점을 수정하고 국내 유저들의 입맛에 맞춘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퍼블리셔로는 답답한 일이다. 결국 높은 진입장벽은 유저의 몫으로 남고, 퍼블리셔는 문제를 알면서도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반복된다.
실제로 7월에 서비스가 중단되는 <진삼국무쌍 온라인>과 <삼국지 온라인>는 게임 초반부터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시스템으로 진입장벽이 높았다. 하지만 국내 퍼블리셔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더 친절한 웹 가이드를 만들거나, 단축키와 번역 일부를 변경하는 것’ 정도였다.
일본산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 중인 한 게임업체의 관계자는 “일본 게임의 독특함은 바꿔 말하면 접근하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 신선함만 보고 들여왔다가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IP의 유명세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수정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