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라는 687억 달러(약 82조 원) 규모의 사상 최대의 빅딜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16개국의 규제 기관 중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FTC), 영국(CMA),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포함해 다수의 기관들이 인수에 반대하며 시장 경쟁 약화 및 이용자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과연 이 인수의 향방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인수 성공 여부가 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관련 내용을 종합해본다.
MS는 당초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오는 6월까지 마무리해 7월 18일에 마감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FTC가 지난 12월 해당 인수가 게임 시장의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거래 중단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건 종결까지 MS의 인수는 원래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워졌다.
미국(FTC), 영국(CMA),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중 한 곳이라도 인수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인수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에, MS는 관련 조사 및 발표 전후로 지속적인 설득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수가 완료되면 <콜 오브 듀티>를 닌텐도 플랫폼에도 Xbox와 동일하게 제공하겠다'는 계약을 2월 21일 체결하고 발표하는 등 경쟁 저하 및 독점과 무관하다고 MS는 주장하고 있다.
이어질 주요 일정
2023년 2월 21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 비공개 청문회(MS가 EU의 반대 성명에 반박)
2023년 4월 11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 인수 승인 여부 결정
2023년 4월 26일- CMA(영국) 인수 승인 최종 보고서 발표
2023년 7월 18일- MS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거래 마감 예정일(FTC 소송으로 무산될 가능성 높음)
2023년 8월 1일- FTC(미국) 마지막 사전 심리 회의 진행
2023년 8월 2일- FTC(미국) 청문회
2023년 8월 중- FTC(미국) 재판 시작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는 MS에게 반독점 경고를 하는 반대 성명서를 보냈고, CMA(영국)는 2월 8일 "해당 인수가 콘솔 경쟁을 저하시켜 영국 게이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FTC는 거래(인수) 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MS에게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지만, MS는 여전히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6개국의 규제 기관 중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승인한 국가는 현재 칠레,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세르비아 총 4곳이다. 대한민국의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조사 및 심사를 진행하면서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한편, CMA는 영국 이용자들에게 작년 10월부터 2주간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언급된 찬반 이유가 규제 기관들이 제시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아 참고할 만하다. 당시 영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규제 기관들의 반응과는 달리 인수 찬성 4분의 3, 반대 4분의 1이었다.
찬성
▲ 이번 인수로 소니, 닌텐도에 비해 열세인 콘솔 시장에서 MS가 더 밀접한 경쟁을 할 수 있다.
▲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콘텐츠를 엑스박스(또는 게임 패스) 전용으로 만들진 않을 것이다.
▲ 독점작 확보는 콘솔 시장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다.
반대
▲ 대형 퍼블리셔 인수의 해로운 선례를 남길 수 있다.
▲ <콜 오브 듀티>로 대표되는 유명 게임들을 엑스박스 독점작으로 만들 수 있다.
▲ 이미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MS가 타 기업 진입을 막으며 독주할 수 있다.
규제 기관들이 주로 지적하는 '독점', '경쟁 저하'의 영역은 주로 MS의 Xbox 콘솔 타이틀 및 Xbox 게임 패스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목적엔 콘솔 시장 강화 외에도 '모바일 시장 강화', '메타버스 사업 추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캔디 크러쉬 사가>, <팜 히어로 사가> 등으로 유명한 킹을 2015년 59억 달러(약 6조 6,700억 원)에 인수했다. 다시 말해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는 <캔디 크러쉬 사가>를 들여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캔디 크러쉬 사가>를 통해 MS의 모바일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캔디 크러쉬 사가>는 간단한 룰의 3매치 게임이지만, 그 존재감은 가볍지 않다. 2022년 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캔디 크러쉬 사가>는 최근 22분기 연속 미국 앱 스토어 1위를 차지했고, 10주년을 맞아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전년도 대비 순이익이 46% 상승했다. 센서타워 조사에 의하면 <캔디 크러쉬 사가는> 2022년 전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4위(약 1조 5,441억 원)를 기록했다.
2022년 1월 18일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나온 키워드 또한 '모바일'과 '메타버스'였다. 다음날인 1월 19일 컨퍼런스 콜에서 MS 게이밍 CEO 필 스펜서는 "우리는 모바일 영역에서 강한 존재감을 갖지 못했다. 이번 인수는 가장 성공적인 모바일 퍼블리셔를 MS 게이밍에 합류시키는 것으로서, 개인적으로 킹의 혁신적 팀들에게서 한 수 배울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MS CEO 사티아 나델라는 인수 발표 당시 "게임은 가장 역동적이면서 흥미로운 플랫폼일 뿐 아니라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보다 앞선 2021년 11월에도 그는 "<헤일로>는 게임이면서, 메타버스다. <마인크래프트>도 <플라이트 심>도 그렇다. 어떤 의미에서 아직도 이 게임들은 2D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완전한 3D로 가져갈 것이다"라고 말하며 메타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의 상황에선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이지만, 만약 MS가 규제 기관들의 마음을 돌려 모두 승인을 받고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성공한다면 다양한 사업적 가능성이 펼쳐진다.
MS는 "당장 몇 년 안에는" 내지는 "10년 동안은" <콜 오브 듀티>를 Xbox 독점작으로 만들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콜 오브 듀티>가 아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다른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게임들은 Xbox 라인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를 통해 클라우드 게이밍과 게임패스 구독 서비스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디아블로 이모탈>로 모바일 시장에 도전했던 것처럼 킹의 <캔디 크러쉬 사가>로 대표되는 모바일 게임의 노하우로 크로스 플랫폼 게임 개발, 기존에 시도하지 못했던 신규 IP 개발 등을 노려볼 수 있다. 또한 MS가 가진 AI, 메타버스 기술들을 모바일 영역으로 확장하고, 게임 IP와 더 밀접하게 접목할 수도 있다.
인수에 성공한다면 오는 6월 2일에 출시할 <디아블로 4>와 같은 신작 게임들에 대해 차후 MS가 어떻게 활용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OSMU(One Source Multi Use) 기조를 강화할 수도 있다.
인수가 무산되어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 바비 코틱은 여전히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2월 초순까지만 해도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이후 바비 코틱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외신 보도가 지배적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작년 1월 18일 MS는 "바비 코틱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CEO로 계속 근무할 것이며, 그와 그의 팀은 회사의 문화를 강화하고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것이다. 인수가 성사되면 액티비전 블리자드 사업은 MS 게이밍 CEO 필 스펜서에게 보고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문장을 인수 이후엔 바비 코틱이 아닌 필 스펜서에게 보고한다고 해석하면서 일부 소식통의 말에도 힘이 실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인수에 실패한다고 해도 바비 코틱은 CEO로 남을 것이라고 한다. MS가 직접 바비 코틱의 거취를 부정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과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가까운 소식통이 밝힌 정보를 종합한 판단이라고 한다.
인수에 실패하면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에게 최대 30억 달러(약 3조 9,000억 원)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경제지 등을 포함한 일부 매체는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인수의 성공, 실패 여부와 상관없이 금전적 이득을 보는 구조기 때문에, 그에 따른 주가 상승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MS는 인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규제 기관들의 심사 및 조사에 임하는 한편, 소니와 닌텐도 등 콘솔 시장 경쟁 업체들에게 <콜 오브 듀티> 등 인수 이후 추가될 라인업을 독점하지 않겠다는 사인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이에 2023년 2월 21일 MS는 스위치 콘솔로 대표되는 닌텐도, 지포스 나우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로 대표되는 NVIDIA와 각각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성사되면 <콜 오브 듀티>를 Xbox와 동일한 환경으로 제공할 것이라는 10년 계약을 체결했음을 발표했다.
MS 사장 브래드 스미스는 "이 계약을 통해 1억 5천만 대의 기기에 <콜 오브 듀티>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것은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경쟁을 강화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브래드 스미스와 Xbox 수장 필 스펜서는 <콜 오브 듀티>를 포함한 다른 액티비전 블리자드 타이틀도 차후 닌텐도, NVIDIA 등에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지시간으로 2월 21일, MS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비공개 청문회에 참석했다. Xbox 수장 필 스펜서, MS 사장 브래드 스미스는 닌텐도, NVIDIA와의 계약에 대해 발표하며 MS가 <콜 오브 듀티>를 독점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
청문회에는 소니 CEO 짐 라이언과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 바비 코틱도 참석했으나, 모습을 드러내 발언을 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브래드 스미스는 닌텐도, NVIDIA와 했던 계약처럼 소니와도 계약을 하길 원해 서류를 가져왔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브래드 스미스는 "우리는 아직 소니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합의를 하길 원한다. 언제든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유럽 위원회와 다른 규제 기관들과 함께 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EU 셋 중 하나라도 인수에 반대하면 인수가 무산될 상황이다. 결과값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4월 11일), CMA(4월 26)가 발표할 MS의 인수 승인 허가 여부에 따라 나온다. MS는 남은 기간동안 인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독점 및 경쟁 저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주장하며 다음 카드를 꺼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