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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현대자동차를 왜 무단으로 판매해요?" 도마에 오른 MOD의 제작윤리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3-02-28 15:12:52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이하 유로 트럭 2).

2012년 첫 출시된 화물차 운전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유럽 전역에 화물을 배달하는 한편, 운송 기업을 키워내는 경영 요소를 가미해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 게임의 또다른 장점은 바로 자유로운 모드(MOD: Modification, 2차 창작) 지원. <유로 트럭 2> 유저들은 스팀 내 '창작 마당'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차량을 만들어 공유하고, 파일을 다운로드해 도로 위에서 사용할 수 있다.

수많은 게임에서 모드는 게임을 색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유저들은 <스카이림> 등 특정 게임에서 모드가 없었더라면, 그 게임이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의 탄생 배경에도 모드, 또는 '유즈맵세팅'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최근, <유로 트럭 2>​에서 현대자동차 차량 디자인을 무단으로 가공해 유료로 판매하는 모더(모드 제작자)가 발견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후원 사이트 패트리온에서 '기부'를 받아서 특정 모드를 개발하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 그런데 이러한 모드에는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걸까?​​

 

<유로 트럭 2>의 설정 사진​. 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 모드 콘텐츠를 돈 주고 파는 사람들

 

2월 28일, 게임 모더로 활동 중인 설화세나는 28일 관악경찰서에 저작권법 위법 관련 사건을 제출했다.

대상은 <유로 트럭 2> 내에 유료로 모드를 판매하는 'Hmod Studio'에 속한 사람. 이들은 디스코드를 통해 유니버스, 그랜버드, e카운티 등 현대자동차의 대형 차량을 최소 15,000원에서 최대 55,000원에 판매한다고 공지했다. 현대자동차는 "저작물의 크기 조정이나 저작물의 변형. 가공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회사에 사전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저작권 규정을 안내 중인데, 이 허가는 따로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로 트럭 2> 모드 창작물을 유료로 거래 중인 모습. 이 게시물은 이들 디스코드 채널에 2월 13일 공지됐다.

진짜 문제는 2차 창작물을 유료로 판매하는 데에 있다. 저작권법은 영리 목적 없이 개인적으로 쓰기 위한 복제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로 보고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영리를 목적으로 대사를 판매하는 경우, 현대자동차의 저작권을 도용해 영리활동을 벌였다는 뜻을 의미하므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간 친고죄로 규정되어왔던 저작권법은 2020년부터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다. 개정된 공익보호자신고법에 따르면, 저작권자가 아니더라도 저작권 침해를 신고할 수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40조 제1호는 고소가 없어도 공소가 가능한 경우로 '영리를 목적으로'라는 단서를 두고 있는데, 이 조항으로 인해 영리를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라면 비친고죄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설화세나는 "누구든지 같이 즐기려는 목적으로 만드는 모드가 상업화되면, 스팀 창작마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라며 이들을 고발한 이유를 밝혔다.

 

2020년 페이스북에서 25,000원에 판매됐던 현대 유니버스 1.36/1.37 모드.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Hmod Studio'의 것은 아니다.

# 스팅어는 2만 원, 그랜저는 3만 원... 도마 위에 오른 모더의 윤리의식

 

취재 결과, <유로 트럭 2> 뿐 아니라 <GTA 5>, <로블록스> 등 여러 게임에서 모드 콘텐츠가 유료로 거래되고 있다. 주로 디스코드를 통해 판매를 안내하고, 모바일 계좌로 입금하거나 문화상품권 일련번호를 받으면 특정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모드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끔 구매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기자가 확인한 <GTA 5> 모드 관련 디스코드에서는 국내 주요 차량들을 판매 중이다. 스팅어는 2만 원, 그랜저는 3만 원이고, 문화상품권으로 거래 시 10%의 수수료가 붙는다고 소개되어있다. 2차 창작 차량 등 기존 모드 콘텐츠는 '5MODS'등의 사이트에서 압축파일의 형태로 금액 지불 없이 다운로드받을 수 있지만, 이들은 가격표를 올리고 차량 파일을 거래 중이다.​

자유로운 유저 창작이 가능한 샌드박스 <로블록스>에서도 비슷한 문제는 일어나고 있다. <로블록스> 내 일부 RP(롤플레이) 서버에서는 입장 링크를 문화상품권을 받고 판매하거나, '후원'을 받으면 인게임 아이템을 받는 방식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서버에는 자치단체나 기업의 로고, 상용된 차량 등이 쓰이고 있지만, 서버의 입장이 통제적인 탓에 실태 조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GTA 5> 모드 관련 디스코드 판매 안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