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게임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이 발표됐다. 정부와 종목사, 구단이 협동해 다양한 국산 게임을 ‘풀뿌리 e스포츠’로 키우는 바람직한 계획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적어 실제 효과를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8일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e스포츠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e스포츠 중장기 계획이란 e스포츠를 일종의 국민레저로 활성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나가겠다는 것이다. 목표 기간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다.
■ 풀뿌리 e스포츠를 키우는 희망찬 꿈
문화부의 생각은 간단히 말해 ‘풀뿌리 e스포츠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특정 게임에 쏠린 구조였다. 관중들의 관심도 ‘프로선수’에게만 집중됐다. 문화부는 이를 ‘직접 즐기는 e스포츠’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전국에 e스포츠 PC방 인증을 추진하고, 주민센터와 복지센터 등의 문화체험에서도 e스포츠 활동을 지원한다. 10대에서 20대에 집중된 e스포츠 연령대도 주부와 시니어(고령자)까지 확장을 시도한다.
문화부는 이를 위해 e스포츠의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게임을 발굴하거나, e스포츠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생각이다. 5개에 불과한 글로벌 e스포츠 게임의 숫자도 15개까지 늘려 나가고,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를 위한 조직위원회와 e스포츠 시도지부도 설립한다.
문화부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처럼 큰 시장만을 바라고 세운 계획은 아니다. 다양한 국내 게임들의 e스포츠를 레저문화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규모에 연연하지 않고 e스포츠 자체를 국민들에게 친근한 생활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또한, 국내 e스포츠 시장의 성장을 위해 법제도적인 기반을 조성하고, e스포츠 인력양성과 프로게이머 은퇴 후의 재취업 지원에도 힘쓸 예정이다.
문화부의 추진 목표는 2014년까지 국산 e스포츠 종목을 23개에서 40개로, 아마추어 대회 참가자는 3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프로게이머는 440명에서 1,000명으로, e스포츠 시장 규모는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 규모로 늘리는 것이다.
■ 청사진만 있고, 구체적인 현실안은 없어
풀뿌리 토종 e스포츠를 키우겠다는 문화부의 중장기 계획은 말 그대로 아직 계획일 뿐이다. 구체적인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게임 종목이다. 문화부는 글로벌 e스포츠 종목을 5개에서 15개로 늘린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게임은 없다. 문화부는 이제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가능성이 보이는 게임을 GSP(글로벌서비스플랫폼)를 통해 해외에서 시험한 후, 결과가 좋으면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날 공개한 보고서 역시 ‘가족용 e스포츠 종목 선정’, ‘아마추어 활동 지원’ 등 구체적인 방법은 없이 목표만 적힌 항목이 많았다. 종목 게임의 인기에 의해 좌우되는 e스포츠를 정부가 의도적으로 키울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아직까지는 말 그대로 중장기 계획인 셈이다.
정부가 매번 e스포츠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뚜렷한 성과가 많지 않았다는 것도 이번 중장기 계획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트리는 원인이다. 발표회 현장에서 만난 한 e스포츠 관계자는 “지금은 중장기보다는 단기적인 계획부터 제시해야 할 때”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오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진행해 나가는 일인 만큼 시간을 갖고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한편, 발표회에서는 문화부 유인촌 장관과 넥슨 강신철 대표의 <던전앤파이터> 시범경기와 드래곤플라이 남대현 이사의 <스페셜포스> e스포츠 성공담 발표 등이 진행됐다.
<던전앤파이터> 리그 시범 경기를 진행 중인 유인촌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