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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노동자 만난 이재명 대표 "주 69시간 노동은 반역사적 퇴행"

판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 IT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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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3-03-14 11:50:14

"(노동시간을) 주 69시간으로 늘이는 것은 퇴행적이고 반 역사적인 일"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 IT위원회가 14일 판교 워크앤올에서 "주69시간 장시간 노동 크런치모드 확대 방지를 위한 당대표·IT노동자와의 간담회를 열었다. 

 

고용노동부가 한 주에 최대 69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내놓자 판교의 IT, 게임노동자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을지로위원회 박주민 위원장,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전용기 의원 등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판교를 찾았다.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대표는 "개발업체 종사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고,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우리 사회는 주4일제를 향해 가야 하고, 전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계속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있다. 주 52시간까지 정말 어렵게 사회적 협의를 만들어냈는데 주 69시간으로 늘이는 것은 퇴행적이고 반 역사적인 일"이라고 논평했다. 

 

이어서 이재명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법개정이 필요한 한 노동시간 연장 주 69시간 도입이나 이런 것들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법 개정 시도를 야당 차원에서 반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화섬노조 오세윤 IT위원장(네이버 지회장 겸임)은 "우리는 노동조합이라는 우산 아래에서 장시간 노동이라는 문제 어느 정도 해결해나가고 있는데, 사실 노조가 없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판교와 IT업계의 장시간 노동은 심각한 수준이다. 과로사와 과로자살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오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없는 60%의 사업장이 여전히 포괄임금제를 사용 중인데, 우리나라의 소정 근로시간은 사실 40시간이다. 연봉에 초과 노동시간이 모두 포함되고, 노동시간을 측정하지 않다 보니 노동시간을 줄일 이유와 기준이 없다"라며 IT노동자들이 처한 환경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에 "노조가 생긴 사업장은 대부분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노동 시간이 줄었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라며 신속한 입법을 요구했다. 현재 민주당 우원식 의원 등은 포괄임금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좌)와 듣고 있는 오세윤 IT위원장(우)

넥슨 노동조합 배수찬 지회장은 "넥슨도 노조를 만들고 근로시간이 줄었다. 주 69시간 법이 통과되면 노동조합이 없는 곳들의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과거 (1달에) 300시간까지 일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모든 정당에서 반대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요청했다.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신명재 수석부지회장은 "정산기간 등에 대해 근로자대표와 합의하면 된다고 그러는데, 실소를 금치 못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것이 되지 않아서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단체협약을 맺고 있다. 근로자대표가 법령에 적혀 있는 글자로서는 좋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장님과 동등하게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웹젠 노동조합 노영호 지회장은 "근로시간이 체크되지 않는 등 그물이 촘촘하지 않은데, 그 상태에서 최대 69시간을 하겠다는 건 완전한 후퇴"라고 평했다. 또 "실제로 이 사람이 얼마나 기간 내에 퍼포먼스를 내서 일하는 지 측정이나 논의가 없이 여태까지 흘러왔다"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효율이라는 말로 인력을 줄여서 최대한 인건비를 줄인 것이다. 최대 69시간까지 되돌리겠다는 것 자체가 논의가 제대로 안 된 것이라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발언 중인 웹젠 노동조합 노영호 지회장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화끈하게 일하고 화끈하게 쉬자고 하는데, 화끈하게 일하고 화끈하게 (몸이)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간담회 전 크런치모드의 어원을 알아보니 뼈가 부서지는 소리라고 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이 대표는 동행한 박주민 위원장, 전용기 의원에게 당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법률 개정은 막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좋은 지적"이라고 화답했다. 더불어 "IT, 게임 업계에서 일하면서 내 서비스를 이용자들이 이용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 70~80시간, 몇 백 시간씩 일하는 사람에게 무슨 창의력이 있느냐?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좋은 서비스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행복하고, 고민할 시간을 줘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간담회 말미에 현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입법 예고한 법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이재명 대표는 "아쉽지만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다행이다. 앞으로는 노동시간 단축 논쟁으로 가길 바란다"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