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업체들의 요람이 강남에서 구로와 가산, 상암, 분당에 이어 판교 시대에 접어든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려진 사실이다. 대형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줄지어 판교 테크노 밸리 입주를 앞두고 있고, 지난 6월 첫 번째 판교 게임업체가 등장했다.
이른바 ‘테헤란 밸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꿈꾸는 판교 시대는 언제, 어떻게 다가올까. 2010년 7월 현재, 판교 테크노 밸리와 입주를 앞둔 업체들의 현황을 살펴봤다.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 완연해진 게임업체의 탈 강남 현상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삼성역 사이를 연결하는 테헤란로 인근에 IT 업체들이 모여들며 생겨난 단어 ‘테헤란 밸리’. 테헤란 밸리는 역세권과 경기 인근으로 연결되는 광역 교통망, 고층빌딩 밀집, 다양한 시설과 주거 지역 등의 장점으로 인해 많은 업체들이 몰리면서 형성됐다.
여기에는 엔씨소프트, CJ인터넷, 네오위즈, 넥슨, NHN, 그라비티, 엔트리브소프트, 엔도어즈, CCR을 비롯해 수많은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있었다. 심지어 소규모 개발사가 투자를 잘 받기 위해서는 회사를 테헤란로로 이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 적도 있을 정도로 ‘게임 개발의 요람’이었다.
그런데, 지난 2000년 중반을 넘어가면서 테헤란 밸리를 벗어나는 이른바 ‘탈 강남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게임업체들은 구로-가산디지털단지, 상암동 DMC, 성남-분당 등 다양한 지역으로 보금자리를 옮겼고, 이제 테헤란 밸리 인근을 지키고 있는 게임업체는 엔씨소프트, 넥슨, 윈디소프트, 갈라랩 등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 판교 밸리, 어떤 게임업체들이 모이나?
지난 2006년 15:1의 경쟁률을 뚫고 판교 테크노 밸리 초기 입주업체에 최종 선정된 곳은 엔씨소프트, NHN, 네오위즈, 넥슨,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컴투스, YNK코리아, 나우콤의 8곳이다. 이 중에서 NHN과 네오위즈, 컴투스는 경기도의 지원을 받는 연구지원 용지에 입주하고, 나머지 업체는 일반 연구용지에 입주한다.
가장 넓은 부지에 입주하는 곳은 ‘넥슨 컨소시엄’이다. 넥슨과 출판사인 황금가지가 주축이 된 이 컨소시엄은 넓이가 22,806 제곱미터로 황금가지의 자회사가 된 YNK코리아도 함께 입주한다.
그 다음으로 넓은 곳은 ‘NHN-네오위즈 컨소시엄’으로 16,863 제곱미터의 부지를 함께 사용하며 엔씨소프트는 11,531 제곱미터의 단독 건물로 판교에 입주한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JCE)도 컨소시엄의 형태로 판교 밸리에 참여해 8,610 제곱미터를 사용하며, 컴투스는 유스페이스 상가에 사무실 형태로 입주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나우콤이 게임업체로는 유일하게 지난 6월 방배동에서 판교 벤처밸리 건물로 입주를 마친 상태다.
■ 판교 테크노 밸리로 옮기는 이유는?
오는 2013년 완공을 앞둔 판교 테크노 밸리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뛰어넘자는 기조 아래 경기도가 조성 중인 총 면적 66만여 제곱미터의 대규모 IT 단지로 정보통신, 콘텐츠, 바이오, 생명공학 관련 기업만이 입주할 수 있다.
부천이 만화의 메카, 파주가 출판의 메카이듯 판교를 게임 등 IT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경기도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분당에 위치한 글로벌게임허브센터도 판교 테크노 밸리가 완성되는 대로 이전할 예정이다.
판교 테크노 밸리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단 임대가 아닌 입주의 형태이기 때문에 유지 비용이 적게 든다. 또, 강남 지역에 비해 땅값이 싸고 정부와 시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녹지 비율도 38%에 달해 쾌적한 근무 환경이 보장되고, 연관 산업과의 신기술 정보 교류와 연구 개발의 집적지로서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교통도 기존의 분당이나 구로-가산 등 다른 서울 인근지역과 비교해 큰 불편이 없거나 오히려 더 편해진다. 판교 밸리는 판교 인터체인지(IC)와 바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경부고속도로와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해 용인, 수원, 과천, 하남 등 경기 인근지역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내곡분당고속화도로를 이용해 강남까지 10분 이내 진입할 수도 있다.
대중교통의 경우 2011년에 완공될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기존의 분당선보다 서울로의 접근이 훨씬 쉽다.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강남역까지 다섯 정거장만에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분당선은 차후 용산역과 수원 광교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광역버스는 이미 다수의 노선이 판교 밸리를 지나가고 있다.
■ 판교 밸리 이동의 키워드는 ‘단일’과 ‘확장’
게임업체들이 판교로 옮기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회사의 확장과 단일화다. 직원 규모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게임업체들은 여기 저기 흩어졌던 자회사들을 한데 모아 신사옥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려 하는 추세다.
테헤란로 10여 개 건물에서 1,2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넥슨이나, 판교 이전 전까지 임시로 본사와 자회사 인력을 분당으로 한데 모은 네오위즈, 신사옥을 지었지만 그마저도 부족한 NHN과 엔씨소프트처럼 기존의 건물로는 앞으로의 인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게임업체처럼 판교로 이동하진 않지만 한빛소프트와 T3엔터테인먼트도 자회사인 조이임팩트의 인력을 한데 모아 신도림 테크노마트로 이동할 예정이어서, 기존 건물의 복잡함에서 벗어나고 흩어진 인력들을 모아 하나의 큰 회사로서 모양새를 갖춰 나가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JCE의 한 관계자는 “판교 입주의 가장 큰 의미는 JCE 최초의 사옥을 가진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원이 늘어나면서 회사의 규모는 커진데 반해 업무 공간은 협소하다. 현재 본사 건물 내에서도 층이 따로 떨어져 있고, 다른 곳에도 본부가 더 있다. 따라서 옮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불편함이 덜해질 것이다. 더욱이 판교 테크노 밸리에 많은 게임회사들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게임업체들의 입주 구역은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JCE 컨소시엄과 엔씨소프트의 부지는 풀밭이 무성한 상태로 남아 있고, NHN-네오위즈 컨소시엄은 해당 부지를 현재 셔틀버스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수의 회사가 입주하는 중소형 업체용 판교 벤처 밸리나 상가 용도인 유스페이스 같은 건물은 이미 완공됐거나, 공사가 시작돼 이미 입주한 나우콤이나 2012년 입주를 앞둔 컴투스와 달리 단독 건물에 입주할 예정인 게임업체들은 아직 공사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넥슨의 전용 건물만이 오는 9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미 대형 사옥을 갖고 있는 엔씨소프트나 NHN, 네오위즈 등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업체는 판교 입주를 천천히 진행하고 있다.
대형 게임업체들의 건물은 늦어도 내년 초에는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판교 테크노 밸리에는 토지 사용시기로 지정된 2009년 1월 이후 2년 안에 착공해야 하고, 착공일로부터 3년 안에 완공해야 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판교에 입주한 나우콤의 경우 회사의 도움으로 불편함을 덜고 있다. 나우콤의 한 관계자는 “
이에 따라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확보되고 건물이 대부분 완공되어 입주가 시작되는 2013년 이후, 그리고 계약이 해제된 일부 부지를 이용해 중소, 또는 대형 게임업체가 추가로 들어오게 된다면 본격적인 게임계 판교시대가 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