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열풍이 거세지면서 국내 일반 휴대폰(피처폰, Feature Phone)용 모바일 게임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특히 중소 모바일 게임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계기로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이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눈에 띄게 침체되기 시작했다. 디스이즈게임의 취재 결과, SK텔레콤, KT, LG텔레콤 이동통신사 3사의 상반기(1월~6월) 국내 피처폰용 모바일 게임 출시편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주요 모바일 게임업체들, 국내 매출 감소
시장의 침체는 유명 모바일 게임사들의 실적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컴투스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1분기(1~3월)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은 약 54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약 15%,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약 19%이상 떨어졌다. 또 다른 상장사인 게임빌 역시 올해 1분기 국내 매출은 약 58억 원을 기록, 전 분기 대비 약 33%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컴투스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눈에 띄게 침체인 것은 맞다. 특히 스마트폰은 20대에서 30대의 젊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층이 겹치는 모바일 게임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게다가 올해 하반기에는 아이폰4를 필두로 다양한 스마트폰들이 잇따라 발매되어 보급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피처폰용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스마트폰 게임, 만들어도 국내 판매 사실상 ‘불가’
물론 피처폰용 모바일 게임 시장이 줄어들면 그만큼 스마트폰용 게임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중소 모바일 게임사들은 스마트폰용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 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심의와 관련된 규제로 인해 오픈마켓이 막혀 있어, 국내에서는 스마트폰용 게임을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현재 국회에는 규제 해제와 스마트폰 게임 판매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지만 3달째 표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빨라야 올해 9월 정기국회 이후에나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그나마 컴투스나 게임빌 같은 대형 게임사들은 사정이 낫다. 오랫동안 스마트폰용 게임을 개발해 왔고, 해외 판매에 힘을 쏟은 덕분에 스마트폰용 게임을 통한 해외 매출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실제로 컴투스의 올해 1분기 해외 모바일 게임 매출은 약 10억 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약 92% 이상 성장했다. 게임빌도 올해 1분기 해외 매출 약 4.8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약 82% 이상 성장했다. 양사 모두 해외 모바일 게임 매출의 70% 이상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게임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령 9월에 국내 오픈마켓의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고, 스마트폰 게임을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문제는 계속된다. 중소 모바일 게임사들은 대부분 유명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말 그대로 정글이다. 그 특성상 게임이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유저들의 입소문과 더불어 IP 자체의 인지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사들은 트렌드에 맞춘 게임 개발에만 급급해 왔기 때문에 인기 있는 IP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명 IP의 힘을 앞세운 국내 대형사 및 해외 게임사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사실 대부분의 중소 모바일 게임사들도 올해 중반기부터는 피처폰 모바일 게임 시장의 침체가 빨라지고,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늘어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스마트폰의 보급 속도가 빠른데다 국회의 게임법 개정안 처리가 계속 늦어진 탓에 대응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스마트폰은 국내에서 약 200만 대가 판매됐으며, 올해 안으로 400만 대 이상 보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400만 대는 현재 기준으로 국내 휴대폰 시장의 16~17%에 달한다.
중소 게임사들은 오픈마켓이 열려도 수많은 국내외 유명 게임사들과 정면으로 대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