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하루 앞둔 <아키에이지>. XL게임즈 송재경 대표는 인터뷰에서 “기본부터 검증해 보고 싶어 CBT를 진행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렇다면 <아키에이지>의 기본은 무엇일까? 아니, ‘1차 CBT에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자 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래서 다시 XL게임즈로 발길을 돌려 김경태 기획팀장을 만나 봤다. 그는 <아키에이지>의 CBT 빌드를 직접 플레이하면서 특징을 설명해 주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재 적용된 시스템을 소개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송재경 대표와 김경태 팀장의 만남
지금은 한 회사에서 <아키에이지>를 개발하고 있는 송재경 대표와 김경태 팀장.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을까?
첫 만남은 극적이지 않았다. 지난 2002년 엔씨소프트에 입사한 김경태 팀장은 <리니지 포에버> 개발팀이 꾸려지면서 당시 엔씨소프트에 있던 송재경 부사장을 만나게 됐다.
이후 김경태 팀장은 엔씨소프트가 2004년 E3에서 공개했던 소셜 게임(SNG) <얼터 라이프>에 기획자로 참여했다가 2005년 엔씨를 떠났다.
그리고 송재경 대표가 설립한 XL게임즈에 합류, 레이싱 게임이었던 <XL 1>의 기획일부터 시작했다.
그가 송재경 대표와 함께하고자 한 이유는 간단했다. 뜻이 맞았기 때문이다.
송재경 대표는 색다른 개발 방식을 통해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싶어 했다. 이는 김경태 팀장도 마찬가지였고, 그 결과물이 <아키에이지>의 1차 CBT로 구현됐다.
■ 이론적으로 120여 개의 직업 조합이 가능
김경태 팀장은 구체적인 시연을 통해 <아키에이지>의 1차 CBT에 담긴 콘텐츠를 소개해 나갔다. 이 중에서 유저들이 처음 만나게 되는 시스템이 바로 캐릭터 생성이다.
<아키에이지>에는 고정된 클래스가 없다. 대신 직업이라는 개념으로 캐릭터를 생성하게 된다. 즉, 준비된 10개의 성향 중 유저가 원하는 3개를 선택해 직업을 조합할 수 있다. 마법사, 궁수, 전사의 성향을 동시에 갖춘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 RPG의 클래스와 비슷한 자동구성도 있지만, 유저가 능력을 선택하는 게 진짜다.
물론 이렇게 생소한 시스템이 어려운 유저를 위해 익숙한 자동구성 클래스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일종의 ‘프리셋’ 개념이다. 전사, 법사, 사제와 같이 기존 MMORPG의 클래스 성향에 가까운 직업 조합을 만들어 놓고 기성복처럼 제공하는 식이다.
이런 직업 시스템을 기획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태 팀장에게 물었더니 “제한된 조건에서 다양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차 CBT에서는 엘프와 누이안 종족이 등장한다.
“패턴은 유지하되 상황에 따라 다른 효과를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넉백이나 넉다운 효과의 경우 방향 및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차이를 보이는 물리효과 등 같은 패턴이라도 다른 느낌을 주고 싶다. 이를 위해 전투에 피직스(Physix) 물리효과를 적용했다.”
한마디로 말해 거리/공간/높이를 반영하는 전투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직업 시스템이 필요했다. 다만, <아키에이지>의 1차 CBT는 전투에 거리와 높이만 적용돼 있다.
■ 이동과 생산직업의 자유도를 체험하라
김경태 팀장이 <아키에이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이곳 저곳을 이동하던 중 스스로 포탈을 만들고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개발용 ‘치트 모드’인줄 알았지만, 일반 유저도 쓸 수 있는 기술이란다.
<아키에이지>에서 유저들은 한 번 갔던 지역을 기억할 수 있고, 일정 재료를 사용하면 포탈을 열고 기억해 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맵이 워낙 넓기 때문에 이동에 대한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여 주겠다는 개발진의 의도다.
현재 위치에서 포탈을 열고 기억해 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제작이나 생산 기술에 제한도 없다. 대장장이나 약초채집 등 전문 기술을 지정해서 익히는 것이 아닌, 원하는 모든 기술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생산 기술에 대한 균형은 어떻게 맞추고 있을까? 누구나 만들 수 있다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아키에이지>에는 ‘노동력’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생산 기술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대신 노동력이라는 개념을 두어 한정된 자원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물론 한 가지 기술만 전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분명히 존재한다.”
김경태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모든 전문직업을 경험하되 집중투자한 분야에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사용하는 노동력은 이런 직업을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포인트’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노동력은 유저들이 서로 협력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집을 지을 때 100번의 망치질이 필요하다면, 다른 유저가 노동력을 제공하고 집주인 유저가 제시한 보수를 받아갈 수 있다. 여기서 노동력 제공이란 포인트를 넘겨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유저가 직접 망치질을 하는 등 움직여서 돕는 것을 의미한다.
1차 CBT에서도 제작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
■ CBT의 하우징과 상호작용, 그리고 탈것
<아키에이지>의 1차 CBT에서도 하우징 시스템과 탈것, 다양한 상호작용(Interaction)을 이용한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다.
하우징은 말 그대로 자신만의 집을 짓는 것으로,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주거공간을 확보, 건물을 올리는 것이다. 집 안에는 기능성 가재도구, 즉 생산을 위한 도구와 버프를 주는 물건을 배치할 수 있다. 다만, 집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은 제한돼 있다. 현재 기획상으로는 서버 전체인원의 50% 정도가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준비되고 있다.
집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레시피를 구입해 지을 수 있다.
말 등의 탈것도 기존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방식으로 구현돼 있다. <아키에이지>에서는 탈것을 소환하는 방식이 아닌, 별도의 존재로 운영되는 독립개체로 구분하고 있다. 덕분에 말을 탄 상태에서 전투도 가능하고, 내려서 말을 탱커로 활용하는 전술도 생겨 날 수 있다.
탈것인 말도 별도로 운용되면서 다양한 응용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1차 CBT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시스템은 인터랙션, 즉 상호작용이다. <아키에이지>에서는 유저가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 수 있고, 다른 유저는 이 나무를 베어 넘길 수도 있다. 심지어 나무위로 기어올라갈 수도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쓸데없는 시스템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상호작용의 다양한 응용방법이 나올 수 있다. 계곡 사이를 건널 때 나무를 베어 외나무다리를 만들 수 있고, 적의 공격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
김경태 팀장은 이를 ‘<아키에이지>의 기본 콘셉트’라고 설명한다. “뻔한 요소라도 유저들이 다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고 안 하고는 유저의 자유의지에 달렸다. 실제로 나무에 올라간 유저를 강제로 내려오게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 낼 수도 있다.”
<아키에이지>의 시연은 여기까지였다. 짧은 시간 동안 CBT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말 그대로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만 살펴본 셈이다. 더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김경태 팀장과 기자들 사이에 일문일답 시간이 마련됐다.
1차 CBT에서 중점적으로 테스트하고 싶은 시스템이 있다면?
김경태 팀장: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스템을 대부분 점검하려고 한다. 제작, 전투, 탈것, 생산, 하우징 등 체험 시스템은 최대한 적용해서 검증을 받을 것이다. 1차 CBT라서 완성도는 장담할 수 없지만, 유저들이 해당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완성도는 해당 시스템을 유저들이 받아들였을 때 높이면 된다. 일단 기본 시스템의 자유도에 대한 유저들의 의지를 확인한 다음에 생각해 볼 문제다. 양적으로 본다면 30시간을 플레이해도 1차 CBT의 콘텐츠 전부를 보지 못 할 수도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피드백 중 어떤 것을 원하나?
피드백에 좋고 나쁨은 없다고 본다. 악플은 누구나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쁜 피드백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따끔한 충고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유 없는 비방이 아니라면 어떠한 피드백이라도 좋다.
다만, 원하는 피드백은 따로 있다. ‘그래픽이나 완성도가 이상해요~’ 하는 부분은 우리도 알고 있고, 이를 감수하고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콘텐츠의 세밀한 완성도가 아닌, 시스템의 기획 방향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으면 한다.
노동력의 개념을 도입한 이유가 궁금하다.
생산과 제작 같은 경제활동은 자칫하면 고레벨 위주로 치우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만렙에서 효율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 노동력은 자신의 시간과 다른 사람의 시간이 갖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개념이다. 고레벨 유저가 저레벨 유저의 노동력을 빌리는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
고레벨 유저는 집을 짓기 위해 땅을 팔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자신이 소모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저레벨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저레벨은 자연스럽게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돈 많은 고레벨이 직접 고생하며 땅을 팔 필요는 없지 않은가(웃음).
CBT의 목적이 시스템의 검증이라면, 참여 인원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닌가?
모든 게임의 개발이 그렇겠지만, 개발팀은 자신들이 맞는 길로 간다고 생각하고 개발을 진행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아 검증해야 맞는 길로 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지인들을 통해 FGT를 진행한 적도 있다.
문제는 아는 사람들이 테스트할 경우 그 결과가 우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테스트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1차 CBT는 말 그대로 우리와 관계 없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때문에 400여 명의 인원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키에이지는 홈페이지를 통해 200 명을 모집했고,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던 유저들도 테스트에 초대했다. /편집자 주)
상호작용 시스템은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가? 예를 들어 낮과 밤에 따른 상황의 변화도 존재하나?
1차 CBT에서도 낮과 밤의 시간대 변경이 적용돼 있고, 이에 따른 상황 변화도 일부 구현했다. 하지만 상호작용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무한증식되고 있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적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캐릭터를 만들 때 3개의 능력을 조합한다. 성장속도는 능력별로 동일한가?
지금은 캐릭터 레벨과 능력 레벨이 별도로 적용된다. 즉 개별 성장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번 테스트에서 유효한 시스템인지 검증하고자 한다. 능력에 대한 밸런스와 성장 방향의 검증을 통해 고칠 것은 고치고 균형을 잡을 예정이다.
1차 CBT 빌드에서는 20레벨 이후 특성 포인트에 따라 능력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이 역시 테스트 결과를 보고 ‘아니다’라고 생각되면 수정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아키에이지>의 개발 철학을 말한다면?
‘유저와 소통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번 CBT도 진행하는 것이다. 스스로 지금의 완성도가 부족한 것을 알고 있다. 높은 자유도와 새로운 시스템이 MMORPG에서 신선한 재미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이 우리만의 생각인지, 아니면 유저들도 같은 생각인지 알고 싶다.
■ 미리 보는 <아키에이지> 1차 CBT (캐릭터 생성)
로그인 직후 캐릭터 생성을 위한 종족 선택 화면이 나온다. 현재는 누이안과 엘프만….
캐릭터 외형변경은 프리셋 방식(캐릭터 디자인은 아직 미완성).
외형 선택이 끝나면 10개의 직업 특성 중 원하는 3개를 조합할 수 있다.
22일 1차 CBT가 시작되면 이 화면을 볼 수 있다.
■ 하우징 시스템
건축업자를 만나 원하는 형태의 도면을 구입한다.
주거공간 빈터에 자리를 잡고 노동력 확보를 위한 임금(보상)을 제시.
노동력을 소비하면서 집을 짓는다. 물론 유저들의 도움이 있다면 더욱 수월하게~
많은 유저들의 도움으로 집이 완성됐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도 유저가 마음대로 배치.
■ 대도시 전경과 내부 모습
현재 구현된 <아키에이지> 대도시의 전체 모습.
도시 자체가 거대하기 때문에 내부 이동을 위한 이동수단이 존재한다.
덩쿨을 잡고 성벽을 기어 오르는 행동도 가능하다.
■ 다양한 상황 제시와 기본 전투 패턴
“적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마법전사라 괜찮아요~.”
“우리에겐 광역 스킬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또 몰려 온다면?”
“중력역전 같은 스킬로 상대를 띄울 수도 있죠~.”
“반대로, 내가 공중으로 떠올라 지상의 적을 공격할 수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