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서든어택>의 계약 만료를 앞둔 CJ인터넷이 <스페셜포스 2>를 잡았다. 이로써 CJ인터넷은 국내 양대 FPS 게임의 후속작인 <서든어택 2>와 <스페셜포스 2>를 모두 손에 넣게 됐다.
CJ인터넷이 22일 <스페셜포스 2>의 계약을 발표하자 게임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CJ인터넷의 입장에서는 <서든어택>의 재계약이 불발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대체재’로서, 또한 FPS의 강자로 확실하게 올라서려는 ‘확장’의 목적으로 <스페셜포스 2>를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1석2조를 노리는 셈이다.
또한, <서든어택>의 개발사 게임하이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넥슨과 재계약 협상을 벌여야 하는 CJ인터넷이 한 발 앞서 ‘수’를 던진 것으로 보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서든어택>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CJ인터넷
지난해 하반기부터 CJ인터넷은 주력 매출원인 <서든어택>의 재계약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계약 만료까지 아직 1년이 남았지만, 코스닥 상장기업으로서 불안한 변수를 오래 끌 필요는 없다. 실제로 CJ인터넷의 주주들도 <서든어택> 재계약 여부를 ‘투자 변수’ 1순위로 꼽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서든어택>을 만드는 게임하이의 주인이 넥슨으로 바뀌었다. 아직 게임하이의 경영진 교체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계약 협상이 언제 마무리될지, 어떻게 될지도 미지수다. 협상은 ‘줄다리기’와 같아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서든어택 2>의 서비스 일정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게임하이의 경영권을 인수한 넥슨이 신규 라인업을 재정비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서든어택 2>가 내년에 서비스된다는 보장도 없다.
최근 제시카 고메즈 캐릭터를 출시하며 여름시장 수성에 나선 <서든어택>.
결국 CJ인터넷은 <서든어택> 시리즈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입장이다. 보험을 들 수 있다면 하루 빨리 드는 것이 낫다. CJ인터넷 남궁 훈 대표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든어택>의 대체재도 찾고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그 결과물은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CJ인터넷이 <서든어택>의 최대 경쟁작인 <스페셜포스>의 후속편을 잡은 것이다. 또한, CJ인터넷의 자회사인 애니파크에서도 FPS 게임 <그라운드 제로>(가칭)을 오랫동안 개발해 왔다. <그라운드 제로>는 주피터EX 엔진을 사용해 PC 요구사양이 낮고, 이미 베타테스트가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 <스페셜포스 2>를 잡을 수 있는 절묘한 타이밍?
게임업계에서는 CJ인터넷의 <스페셜포스 2> 계약을 두 가지 상반된 시각으로 보고 있다. ‘<서든어택> 재계약이 사실상 힘들어졌다고 CJ인터넷이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과, ‘아직 <서든어택>을 재계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CJ인터넷이 결단을 내려 <스페셜포스 2>를 잡을 수 있었다’는 시각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만일 CJ인터넷이 <서든어택> 재계약에 성공한다면 ‘일정 기간 동안 새로운 FPS를 서비스하지 않는다’는 등의 각종 제약 조건이 걸릴 수도 있다. 때문에 경쟁 FPS를 잡으려면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점일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CJ인터넷이 <서든어택>의 대체재를 빠르게 확보하면서 <서든어택> 재계약 협상의 수 싸움을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서든어택밖에 없다’는 상황과 ‘서든어택 대체재도 있다’는 상황은 분명 다르다는 것. CJ인터넷이 벼랑 끝에서 협상을 벌이기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분석이다.
■ 피망-넷마블의 ‘스페셜한’ FPS 전쟁 예고
CJ인터넷이 <스페셜포스 2>를 통해 <서든어택> 재계약 이슈의 불안감을 줄이고, FPS 사업 강화에 나선 상황에서 최대 변수는 <스페셜포스 2>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현재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페셜포스 2>는 전작 <스페셜포스>의 특장점을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히 새로운 2편이 아니라, 1편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속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언리얼 엔진 3를 사용해 그래픽이 좋아졌고, 시스템도 보강해 1편의 유저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한 게임업계 소싱 관계자는 “<스페셜포스 2>가 서비스되면 기존의 <스페셜포스> 유저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일 것이다. 1편과 비교해도 이질감이 적고, 그래픽과 시스템 등이 발전해 ‘스페셜포스 1.5’ 같은 느낌으로 기존 유저들이 편하게 2편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만일 CJ인터넷이 <스페셜포스 2>로 기존의 <스페셜포스> 유저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FPS 매출의 확장을 노릴 수 있다. 이 경우 <스페셜포스>를 서비스하는 네오위즈게임즈와 <스페셜포스 2>를 잡은 CJ인터넷 간의 보이지 않는 ‘유저 쟁탈전’이 예상된다. 특히 두 회사는 매출 규모에서 국내 게임업계 4~5 위를 다투는 경쟁관계이기 때문에 양보 없는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