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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용돈벌이로 스타 승부조작? 4차 공판 종료

브로커와 프로게이머들 사이의 주장 크게 엇갈려

안정빈(한낮) 2010-07-23 00:28:11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승부조작에 관한 네 번째 공판이 진행됐다. 증인들 사이에서 상반된 진술이 나오는가 하면 발언 태도를 문제 삼는 날카로운 분위기도 이어졌다.

 

서울지방법원 형사 5부는 22<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의 4차 공판을 진행했다. 공판에는 브로커 박모 씨와 프로게이머 마모 씨, 프로게이머 원모 씨, 축구선수 정모 씨가 각각 증인과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직접 불법 베팅에 가담했거나, 다른 프로게이머에게 승부조작을 사주했다는 혐의를 받은 인물들이다.

 

 

■ 원모 씨vs박모 씨, 서로 상대방이 승부조작 주도

 

4차 공판의 첫 번째 이슈는 프로게이머 원모 씨의 승부조작 의사였다. 원모 씨와 브로커 박모 씨는 모두 9건의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원모 씨는 법정에서 자신이 저지른 모든 승부조작은 브로커 박모 씨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한 <스타크래프트> 길드를 통해 만난 박모 씨가 원모 씨에게 “큰 돈을 벌 생각이 없는가?”라는 말과 함께 승부조작 방법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박모 씨는 승부조작의 대가로 1천만 원을 제시했고, 원모 씨는 돈에 끌려 승부조작을 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원모 씨는 박모 씨가 “큰 돈이 걸리지 않는 이벤트 경기고, 얼굴도 못 본 사이에 100% 신용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300만 원만 주었다고 진술했다.

 

원모 씨의 주장에 따르면, 박모 씨는 이후에도 계속 그의 경기일정을 물었고, 원모 씨의 경기가 생각보다 뜸하게 잡히자 박모 씨는 다른 프로게이머를 섭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원모 씨는 “박모 씨가 자신에게 주선비를 제공했고동료들에게는 용돈이나 벌게 해 주자는 생각에 응했다”라고 밝혔다.

 

원모 씨는 그 과정에서 승부조작을 할 경기나 프로게이머 매수를 위한 금액 등은 모두 박모 씨가 결정했다고 대답했다.

 

 

브로커 박모 씨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원모 씨가 단순한 강요가 아닌, 스스로 원해서 승부조작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박모 씨의 변호인은 그 증거로 원모 씨도 베팅 사이트에서 직접 돈을 걸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승부조작 정보를 팔아 1천만 원 정도의 돈을 벌기도 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박모 씨가 다른 프로게이머와 친분이 없는 점, 특정인물을 거론해서 승부조작을 요구하지 않은 점, 원모 씨가 나중에는 승부조작을 위해 필요한 프로게이머 매수금을 박모 씨 몰래 일부 보탰다는 점 등을 내세워 박모 씨가 아닌 원모 씨가 승부조작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모 씨는 조직폭력배로 활동 중인 박모 씨의 친구가 부정행위를 게임단에 이야기할 수도 있다고 협박하며 자신이 이익을 볼 때마다 돈을 뜯어 갔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익은 거의 없다고 답변했다.

 

 

정모 씨 한 게임만 했을 뿐인데…”

 

프로축구 선수인 정모 씨는 “2009 <스타크래프트>의 승부조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마모 씨에게 물었다. 그 후 마모 씨가 경기 하루 전 연락해 진모 씨가 승부조작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정모 씨는 승부조작에 얼마가 필요한지도 모른다며 마모 씨와의 협의를 통해 300만 원을 매수금액으로 책정, 프로게이머 진모 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마모 씨는 축구선수 정모 씨와 프로게이머 진모 씨가 모두 승부조작에 의향이 있어 보여서 승부조작을 주선했고, 300만 원이라는 금액을 제시한 것도 정모 씨 혼자 결정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정모 씨는 베팅 사이트에서 760만 원을 걸어 1,200만 원의 배당을 챙겼지만 사이트가 하루 만에 폐쇄되는 바람에 300만 원밖에 회수하지 못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마모 씨 이득 한 푼도 없어

 

마지막으로 증인석에 오른 마모 씨는 자신이 승부조작을 통해 아무런 이득도 보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마모 씨는 처음에는 정모 씨의 부탁으로 진모 씨를, 나중에는 원모 씨의 부탁으로 두 명의 프로게이머를 더 섭외했지만, 직접 경기를 조작하거나 베팅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원모 씨는 마모 씨가 직접 자신의 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하길 바랐지만, 마모 씨가 거절했고 주선비 역시 한 푼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원모 씨는 마모 씨가 알고 지내던 축구선수 정모 씨에게 프로게이머 매수 자금을 함께 댈 것을 제안했지만, 마모 씨는 첫 번째 승부조작 이후 정모 씨와 연락을 끊은 상태였다.

 

참고로 이후 원모 씨는 브로커 박모 씨 몰래 매수자금을 지원하게 되고, 브로커 박모 씨는 마모 씨와 그의 아는 사람(정모 씨)이 매수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앞서 박모 씨의 진술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마모 씨는 지난 3차 공판에서 진모 씨가 한 진술을 부인했다. 당시 진모 씨는 “‘네가 지는 바람에 아는 형이 2천만 원의 손해를 봤다’며 마모 씨가 세 번째 승부조작을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4차 공판에서 마모 씨는 한 번도 승부조작을 강요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은 금전적인 이익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다. 그냥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잘못 빠진 것 같아 아쉽다”라고 대답했다.

 

 

엇갈린 진술, 날카로운 공판장 분위기

 

승부조작 4차 공판은 이전의 공판에 비해 분위기가 매우 날카로웠다. 같은 사건을 두고 피고인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박모 씨의 변호인은 원모 씨가 몇몇 질문에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하자 원모 씨의 증언 태도와 진술 내용 등을 문제 삼았다. “원모 씨의 진술과 과거 소속 게임단 감독의 진술이 다르다”며 원모 씨가 허위로 답변하고 있다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원모 씨의 변호인 역시 “박모 씨의 변호인이 원모 씨의 범죄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지나치게 보인다”라고 반박하는 등 공판이 끝날 때까지 치열한 공방을 멈추지 않았다. 원모 씨와 박모 씨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면서 4차 공판에는 총 4시간이 이상이 소요됐다.

 

다음 5차 공판은 오는 8 20일 열리며, 피고인 8명을 병합해 본인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