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오버워치 2>의 PvE 개발을 중단했다.” 5월 17일 새벽 진행된 <오버워치 2> 개발팀 라이브 방송 이후 확산한 소문이다.
영상 내용만을 토대로 엄밀히 따진다면 이 소식은 사실이 아니다. 블리자드는 PvE 개발 계획을 완전히 취소하지는 않고 ‘변경’했다. 그러나 여전히 결정을 향한 여론은 좋지 못하다. 이유가 뭘까?
제라드 네우스 <오버워치 2> 총괄 프로듀서와 아론 켈러 <오버워치 2> 디렉터는 해당 영상의 마지막 섹션에서 PvE 관련 변경 사항을 전달했다. PvE 콘텐츠의 개발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다.
<오버워치 2>의 PvE 콘텐츠가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2019년이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이는 별개의 대규모 상설 콘텐츠로 제공될 예정이었다. 새로운 스토리와 적 유닛, PvE에만 적용되는 전용 스킬트리, 별도 진척도 시스템 등이 약속됐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네우스는 “2019년에 보여드렸던 PvE의 비전을 그대로 실현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원래 발표했던 장기 성장 시스템, 별도 스킬트리 등은 구현하지 않기로 계획을 바꿨다”고 전했다.
이유로 든 것은 제작 역량적 한계다. 네우스는 “PvE를 블리자드다운 규모와 퀄리티로 한 번에 내보일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기존 계획대로 PvE에 전적인 힘을 쏟아 완성본으로 한 번에 내보이는 방향과, 라이브서비스 콘텐츠 운영 방식에 맞춰서 출시하는 방향을 고민한 결과 후자로 결정했다는 것.
아론 켈러에 따르면 PvE 콘텐츠는 앞으로 조금씩 주기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그는 “개발 노력을 PvE에 전부 쏟는 대신, 코옵 게임플레이와 코옵 게임경험을 라이브서비스 로드맵에 포함하기로 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PvE를 원래 계획됐던 것보다 더 자주, 그리고 더 다양한 형태로 체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로운 줄거리 전개, 새로운 미션 등을 포함한 스토리 콘텐츠, 다양한 코옵 미션 콘텐츠를 분절하여 만나볼 수 있다. 신규 미션의 일부는 공식 설정에 포함되는 이야기지만, 다른 일부는 공식 설정에 따르지 않는 외전격 이야기가 될 예정이다.
<오버워치 2>의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유사하게 각 인물의 이야기를 개별로 조금씩 조명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켈러는 “<오버워치>의 세계를 더 유연하게 다룰 수 있을 듯하다. 여러 히어로와 빌런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예정이다. 여러분의 스토리 경험은 신규 미션과 시네마틱 등으로 구성될 것이며, 시간 흐름에 따라 언락할 수 있는 ‘공식 설정 데이터베이스’(lore DB) 등의 시스템도 추가된다”고 밝혔다.
코옵이 아닌 싱글플레이 형식의 PvE 경험도 새롭게 추가된다. 각각의 영웅을 골라 정해진 코스를 돌파하며 점수를 측정하는 콘텐츠가 될 예정이다. 각자의 에임 실력이나 스킬 활용 능력 등을 최대한 발휘해 리더보드 상에서 순위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처럼, <오버워치 2> 개발진의 이번 발표 내용은 엄밀한 의미의 ‘PvE 콘텐츠 삭제 선언’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사실만 두고 보더라도 실망이 크다는 반응이다. PvP를 선호하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는 블리자드가 스토리 기반의 대규모 PvE를 단순 추가 콘텐츠가 아닌 2편의 정체성을 이루는 한 축으로 중대하게 홍보해 왔기 때문이다.
처음부터<오버워치 2>의 제목을 정당화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초기 발표 당시, 유저 사이에서는 게임이 1편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음에도 버전 업이 아닌 ‘2편’으로 불리는 이유를 의아하게 여기는 반응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전작보다 규모가 크고 PvP와 PvE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에 2편으로 명명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홍보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일례로 2019년 공개된 2편의 첫 공식 시네마틱에서 블리자드는 영웅들이 ‘스킬 시너지’를 통해 적에 맞서는 장면을 연출, 새 PvE 경험에 대한 기대를 간접적으로 끌어올렸다.
이후로 <오버워치 2> PvP 서비스 선행 출시 전까지 PvE는 계속 전면에 내세워졌다. 가깝게는 2년 전의 블리즈컨라인 행사에서도 전투, 적 유닛, 캐릭터 능력 등 다양한 요소가 40여 분 분량의 영상으로 디테일하게 공개되기도 했다.
PvE는 <오버워치 2> 정식 출시가 계속 지연되는 이유로도 알려져 있었다. 결국 계속된 지연에 PvP라도 먼저 선보이기로 한 결정에 따라 예정보다 1년 앞선 2022년에 2편의 베타 서비스가 시작될 수 있었다. 이처럼 PvE가 제작진에게 녹록지 않은 업무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선택과 집중’에 나선 전략적 결정 자체에는 관점에 따라 여러 평가가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와는 별개로, 중차대한 사안을 짧은 언급만으로 전달한 블리자드의 태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햇수로 5년째에 접어든 유저와의 오랜 약속을 변경하는 방식으로는 뒷맛이 씁쓸하다. 장기간의 과장광고로 업계 최대 스캔들로 기억되고 있는 <사이버펑크 2077>의 사례가 다시금 소환되고 있는 상황에 주의를 기울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