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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위의 거짓] 우디르급 태세전환? '매우 좋은 일'에서 '바다이야기'까지 2년의 시간

'P2E는 청소년판 바다이야기', 언제부터 주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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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3-05-19 17:42:55

"P2E는 코인과 결합해 더욱더 게임을 ‘5천 년 역사의 3대 발명품’이 아니라 ‘청소년판 바다이야기’라는 나락으로 몰아갈 수 있는 위험한 길로 안내하고 있다.”

 

“메타버스나 NFT 등 산업 표준이 없는 상태에서 게임사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투자를 전개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블록체인 게임도 세계적인 흐름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결국 절충안이 나오게 될 것이다.”

 

P2E 게임을 향한 전혀 상반된 의견, 하지만 모두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 교수의 말이다. 시점은 다르다. 전자의 이야기는 2023년 5월, 후자는 2021년 11월에 나왔다. 약 2년이 채 되지 못하는 시간, P2E 게임을 향한 위 교수의 태도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위 교수의 '태세전환'은 지근거리의 인사에 의해서도 지적됐다. 그가 학회장으로 있는 게임학회의 종신회원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5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위 교수와 학회의 최근 ‘코인 게이트’ 관련 입장 표명을 질타하며 “지난 대선 기간 때 양 캠프 모두 P2E에 대해 긍정적 입장이었다. 위 교수조차 2021년 하반기까지 긍정적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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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중론에 가까웠던 2021년

 

국내 메이저 게임사 중 P2E 사업에 가장 본격적으로 뛰어든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MMORPG <미르 4>의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21년 8월. 그로부터 2개월 뒤인 10월 한 달 동안 <미르 4>의 흥행으로 위메이드 주가는 연일 상승해 약 150% 폭등했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전담하던 위메이드트리를 흡수합병한 것도 같은 시기다.

10월 말 국정감사에서 게임이 주요 아젠다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BM 강화에만 힘쓰고 기술 개발에 소홀한 업계를 질타했다. 전용기, 배현진, 윤상현 의원도 각자의 게임 의제를 들고나왔다.

언론 등이 P2E 게임의 현황과 규제 전망에 관해 위 교수에게 집중적으로 의견을 구하기 시작한 것은 그다음 달인 2021년 11월경부터다. 위 교수는 이 시점까지 P2E 게임에 대해 적어도 중립적 견해를 견지하고 있었다.

 

게임은 2021년 국정감사의 주요 아젠다였다. 사진은 질의하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11월 9일 매체 프레스맨 인터뷰에선 “메타버스나 NFT 등 산업 표준이 없는 상태에서 게임사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투자를 전개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블록체인 게임의 경우에도 세계적 흐름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결국 절충안이 나오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위메이드 <미르 4>의 가시적 성공을 P2E 게임 활성화의 단초로 언급하기도 했다. 매체 탑데일리 인터뷰에서 그는 “P2E 게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상황에서 <미르4>가 성공하면서 메이저 게임사도 덤벼들 것이고, 확률형 아이템이 존재하는 현 상태에서 대안적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비판적 시각을 더 많이 피력한 것은 사실이다. 위 교수는 블록체인 도입에 따른 게임성 위축, ‘아이템 현금거래’ 구현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의 단편적 이용, 소셜 카지노/웹 보드게임 등 도박 게임들과의 접목을 통한 사행성 규제 우회 등에 대해 포괄적인 신중론을 폈다.

 

국내 P2E 게임 중 가시적 성과를 가장 먼저 보여준 위메이드의 <미르 4>

 

# 부정으로 향해간 태도

 

게임학회는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장이었던 위 교수와 윤석열 후보의 게임특별위원장이었던 하태경 의원 모두 ‘집요한 P2E 합법화’ 시도에 시달렸다며 업계에 의한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P2E 업체의 로비가 있었다고 증언한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토론회와 간담회에 위메이드가 참석하는 것조차 막았다”며 그 중심에 위메이드를 위시한 ‘위믹스 이익공동체’가 존재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반대로 11일 위메이드는 로비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과 함께 게임학회에 대한 후원 사실을 밝혔다. 위메이드는 “2020년부터 각종 학술 발표 대회뿐 아니라 설립 20주년 기념 학술대회 등 관련해 총 5회에 걸쳐 2,800만 원을 후원한 적은 있다. 불과 며칠 전인 8일에도 춘계 학술발표대회 명목으로 500만 원 후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학술대회를 중심으로 한 위메이드와 게임학회 사이의 우호적 관계맺음은 실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1년 11월 29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한국게임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에 나섰다.

장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메타버스 등 가상 세계와 현실을 잇는 경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미르 4> 중심의 P2E게임 트렌드가 가지는 의미를 역설했다. 더 나아가 게임계 기축통화 지위 획득, 위메이드의 글로벌 플랫폼화, 100여 개 신규 게임 온보딩 등 계획을 발표했다.

게임학회의 주요 활동에서 장 대표로 하여금 위메이드의 주요 비전을 홍보하도록 자리를 내준 셈이다. 그런데 이 발표로부터 불과 며칠 뒤, 위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위메이드의 <미르 4>를 ‘규제 사각을 노린 편법 게임’으로 규명하면서 이전과는 매우 상반된 관점을 제시한다.

 

2021년 게임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기조발표에 나선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규제 빈틈을 악용해 국내 서비스를 시도하는 P2E게임 문제를 진단한 아주경제의 2021년 12월 2일 보도에서 위 교수는 “엄밀히 따지면 사행성 환전 이슈에 해당한다. <미르4> 사례처럼 여러 암호화폐를 거쳐서 교환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이런 행위는 편법에 해당한다. 앞으로도 이런 게임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발언했다.

 

보도 직후, 실제로 게임 등급분류제도의 사각을 노려 서비스를 시도했던 <무한돌파삼국지>의 등급분류 취소가 결정됐다. 그리고 같은달 22일 있었던 학회 설립 20주년 맞이 발표에서 위 교수는 P2E 사업에 대한 경계 강화 필요성을 피력했다.

 

위 교수는 “최근 P2E 게임 유행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많은 사람이 그 위험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중략) <무한돌파삼국지>의 서비스 중단은 예견된 것이었고, 이 정도만으로도 손해는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로도 검증되지 않은 사업자들이 ‘치고 빠지기’를 노리고 난립한다면 현행법으로 이를 제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성명에서 언급한 P2E 게임의 ‘청소년판 바다 이야기’화에 대한 우려도 이때 처음 밝혔다. 위 교수는 “경제력이 부족한 청소년 입장에선 게임을 통해 조금이라도 돈을 번다면 혹할 수 있다. P2E를 즐기던 청소년이 사건·사고와 연루된다면 과거 ‘바다 이야기’ 사태처럼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12월 P2E게임 <무한돌파삼국지>의 등급분류가 취소되었고, 비슷한 시기 위정현 교수는 P2E 게임 전반에 더 비판적 입장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 특보단 출정 당시, 그리고 그 이후

 

한편 위 교수는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의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장으로서 캠프 내에 반 P2E 기조를 분명히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1월 10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있었던 공식 행사였던 출정식 겸 간담회에서 위 교수는 P2E 게임 도입에 대한 전반적 우려를 전한 바 있다.

위 교수는 국내 게임사들이 작업장, 아이템 거래소, 환전 등 서비스를 P2E 도입을 통해 게임 안에 포함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P2E가 허용되기 위해선 확률형 아이템 금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부여, 인게임 경제 및 가상화폐 가치의 안정적 유지 등을 전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 이후 2023년 현재의 논란에 이르기까지 위 교수는 P2E에 포괄적 비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P2E 게임 접근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는 기존 대비 크게 과열된 논조를 띠고 있다. 가까운 예시로 올해 초 있었던 게임학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위 교수는 P2E 게임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사전 검증 필요성’을 논하면서도 전적인 반대입장을 내보이지는 않았다.

위 교수는 “P2E는 소멸 시점에 접어들었다. P2E가 확률형 아이템을 촉진하는 수단이 되면 안 되며, 이 점이 선행하지 않는다면 청소년판 ‘바다 이야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후 4개월여 만인 5월 10일 성명에서는 위메이드를 비롯한 국내 P2E 사업자들의 신뢰성 이슈를 제기하며, 전면적 규제 논조를 드러내고 있다. 위 교수는 ‘국내 가상화폐는 신뢰할 수 없는 주체에 의해 발행되고 있는 만큼 그 제도적 정비와 규제, P2E 게임에 대한 지속적 규제가 중요하다”며 강경한 견해를 밝혔다.

 

위정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