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에 들어온 후 오늘을 기다려 온 것 같아요. 너무 떨립니다.”
26일 저녁 서울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2 론칭 이브 파티’에서 만난 블리자드 한정원 북아시아 대표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스타크래프트>로 게임계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제 <스타크래프트 2>를 출시하는 게임회사의 아시아 대표가 됐기에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정원 대표(오른쪽 사진)는 지난 1998년 LG소프트에서 <스타크래프트>의 한국 라이선싱을 맡아 블리자드와 성공적으로 계약을 맺었고,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서 450만 장이 넘게 팔리며 ‘국민 게임’이 됐다.
이후 그는 EA코리아와 비벤디게임즈 지사장, 블리자드 지사장을 거쳐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를 총괄하는 블리자드 북아시아 대표가 됐다. <스타크래프트>의 한국 판권을 따 내기 위해 뛰던 인물이 이제는 <스타크래프트 2>를 서비스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한정원 대표는 자신이 맡은 게임을 열성적으로 즐기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스타크래프트 2>도 마찬가지. 클로즈 베타테스트 때부터 “프로토스로 즐겨 왔다”는 그는 “플래티넘 리그까지 올라가 봤다”며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마치 배틀넷에서 일희일비하는 한 명의 유저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사업의 수장으로서는 확신에 차 있으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길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서비스로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스타크래프트 2>는 한국과 대만에서만 오픈 베타를 진행한다. 싱글플레이 캠페인부터 멀티플레이까지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파격적인 서비스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정액제로 즐기면 해당 기간 동안 <스타크래프트 2>는 공짜다.
그렇다면 유저들이 오픈 베타에서 공짜로 캠페인을 다 깨도 괜찮다는 뜻일까? 한정원 대표는 괜찮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충분히 캠페인을 즐기고, 멀티플레이에서 오랫동안 <스타크래프트 2>를 사랑해 달라”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블리자드는 오픈 베타의 종료 시점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한정원 대표는 오픈 베타 기간에 대해 “일단 서비스 상황을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몰릴지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내부적으로 정해 놓은 (종료) 시점은 있지만, 일단 오픈 베타에 집중하고 상황을 살피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유저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 준비에도 신경 썼다. 우선 한국과 대만의 배틀넷 서버를 분리, 한국은 독립 서버로 운영된다. “유저들의 요청이 굉장히 많았기에 분리를 결정하게 됐다”는 게 한정원 대표가 밝힌 한국 서버 독립의 이유다.
또한,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27일 ‘새벽 2시’에 오픈 베타를 시작한다. 새벽 2시를 “의도적으로 정한 시점”이라는 그는 “서버 안정화를 위해 새벽에 오픈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몰릴 경우를 대비하려는 것이다. “서버 폭주로 장애가 발생하면 ‘이슈’는 될지 몰라도, 블리자드의 입장에서는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오픈 베타와 <WoW> 연계 서비스로 <스타크래프트 2> 유저층을 넓혀 나가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일단 오픈 베타에 전념하겠다”는 한정원 대표의 각오처럼 <스타크래프트 2>가 오픈 베타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론칭 이브 오픈 벙커 파티에서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는 한정원 대표.
서울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는 많은 관계자와 유저들이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