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 동안 <아키에이지>의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이하 CBT1)가 진행됐다. XL게임즈는 “실험적 콘텐츠의 검증을 위한 순수 테스트”라는 점을 강조했고, 테스터들도 이를 감안하고 <아키에이지>를 즐겼다.
테스터들은 XL게임즈가 선보인 실험적인 시스템과 상호작용(인터랙션)에 주목했다. 그 결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부정적 반응도 나왔다.
같은 콘텐츠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이유는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을까? CBT1을 체험한 디스이즈게임 기자들의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아키에이지>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정리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토크 참여자] 진행: 음마교주, 긍정적인 시각: 휘영, 부정적인 시각: 스피아
직업 구성: “자유롭다” Vs. “획일적인 구성이다”
음마교주: <아키에이지>의 실험적인 콘텐츠 중에서 가장 먼저 체험하게 되는 부분은 직업 설정입니다. 10개의 성향 중 3개를 조합해서 120여 개의 직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과연 참신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일까요?
모든 게임의 첫 관문은 캐릭터 생성.
휘영: 10개의 성향 중 3개를 선택해 자신만의 직업을 창조하는 것은 신선했습니다. 가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정형화된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백마법과 흑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전사’처럼 상식을 파괴하는 직업도 만들 수 있죠.
선택의 제한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밸런스 측면에서는 ‘먼치킨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잉여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테스트는 계속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시도는 좋게 느껴집니다.
스피아: 과연 긍정적일까요? 시도 자체가 신선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미 120여 개의 조합이라는 제한이 생겼습니다.
또, 3개의 성향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직관성이 없더군요. 유저가 봤을 때 ‘암흑탐험가’, ‘땡중’ 등의 조합이 나오면 과연 해당 직업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감을 잡기 힘들어요. 즉 성향의 의미가 명확하지 못한 것이 단점입니다.
성향 자체가 전투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생활이나 기타 부분의 성향도 포함시키 거나, 같은 성향이라도 폭을 넓혀야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음마교주: 결국 <아키에이지>의 직업 선택도 획일화의 우려가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하지만 120여 개의 직업 조합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스피아: 전투에 집중된 3가지 선택은 결국 효율적 측면에서 획일적인 조합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죠. 이는 120여 개의 직업이 무의미해진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미 틀이 만들어진 상태에서는 제한된 선택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셈이랄까요?
휘영: 성향 선택을 통해 처음부터 파티플레이보다 솔로잉에 적합한 캐릭터로 조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처음부터 파티, 혹은 솔로 플레이 캐릭터로 구분되는 것이죠. 이마저도 유저의 선택에 맡기는 측면에서 보면 자유도를 제공한 것이라고 봐야죠.
여기에 생활 스킬이 추가되면 더 자유로운 직업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대장장이 생활 스킬을 획득한 후에 시간이 지날수록 근력이 추가된다고 생각하면 조합의 시너지 효과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겠죠.
스피아: 지금보다 같은 직업군에 대한 성향이 적어도 2~3개는 더 있어야 자유로운 직업의 추구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전사의 경우 방어를 담당하는 ‘철벽’이 존재하지만, 이와 구분되는 또 하나의 방어 직업군인 ‘절대방어’ 같은 성향이 추가될 필요가 있습니다. AAA의 조합이 아닌 AAB, ABA 등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CBT1에서는 직업 선택 부분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가능성은 보고 있지만, 지금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부정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죠.
음마교주: 그럼 누이안과 엘프의 종족 선택에 의한 차이점은 CBT1에 적용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스피아: 종족에 따른 차이도 없었습니다. 만약 스탯의 차이가 있었다고 해도 실망했을 테지만, 그 정도의 차이도 없었죠.
휘영: 종족의 차이가 없었던 것은 저도 아쉽더군요. 예를 들어 엘프의 경우 자연을 사랑해서 나무를 베는 행위를 힘들어 하는 특성이 있었으면 어땠을까요? 대신 제작 등에서 보너스를 준다면 종족 간 상호작용도 풍부해졌을 텐데 말이죠.
<아키에이지>의 실험 중 하나는 유저 인터페이스(UI)라고 할 수 있다. 유저가 자유롭게 인터페이스의 위치를 바꾸고 조합할 수 있는 실험이 진행된 것. 다만, 아직 미완성인 단계에서는 편리함보다 불편함이 가중됐다는 점에서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음마교주: 이번 CBT1에서 유심히 살펴봐야 할 부분, 즉 유저 편의성입니다. 대표적으로 UI를 들 수 있겠죠. <아키에이지> 개발진이 처음부터 루아(Lua)를 이용해 자유도를 추구했다고 밝혔을 정도였으니까요.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러한 의도를 느낄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스피아: 아무래도 미완성 UI였기 때문에 편의를 추구했다기보다 불편했죠. UI의 형식도 기존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신선함도 찾아보기 힘들었고요.
인터페이스 창의 이동과 고정, 투명화는 이미 다른 게임에서 경험한 것이 많았고, 단순히 위치 조절만 된다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는 없겠죠.
휘영: 이 부분은 동의합니다. 인터페이스의 경우 <블랙앤화이트>처럼 직관적인 시스템을 기대했는데 CBT1에서는 아니더군요. 아직 아이콘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직관적이기보다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강했습니다.
자유로움을 추구한다면 아이콘 하나 하나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각 메뉴마다 따로 창을 분리했으면 편의성은 좋아졌을 텐데 아쉽더군요.
음마교주: 결국 UI가 미완성이기 때문에 불친절했다고 보이는군요. 차라리 마음대로 UI를 편집할 수 있도록 소스를 공개해 유저가 직접 UI를 디자인하는 식으로 기대했던 마음이 컸기 때문이겠죠. UI는 일단 완성된 후에 평가될 사항으로 보입니다.
UI의 편의성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지켜볼 대목이다.
XL게임즈가 CBT1에서 강조했던 것이 바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시스템의 검증이다. 작용-반작용의 법칙과 같이 인과관계가 특징인 시스템의 재미와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가능성은 있지만 전제조건이 따라 붙었다. ‘유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의 여부였다. 즉 유저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응용하는가에 따라 편차를 보인다는 것. 또한, CBT1에서 상호작용이 가능한 콘텐츠가 얼마나 많았고, 또 얼마나 깊이 있게 나왔는가도 관건이다.
이에 대해서는 “많아 보였지만, 많지는 않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미 만들어진, 또는 준비된 상호작용을 유저가 이용할 뿐이라는 것이다.
타인의 말을 무단으로 같이 타고 다니는 등의 상호작용.
음마교주: 상호작용, 즉 인터랙션 시스템은 다들 새롭다고 느꼈나요? 재미 여부도 각자의 의견을 듣고 싶네요.
스피아: CBT1의 시스템만 본다면 새롭게 등장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요. 직업 선택이나 하우징과 인테리어, 나무베기와 땅파기 등 이미 만들어진 오브젝트를 활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시스템은 이미 다양한 게임에서 구현됐었죠. CBT1에서 상호작용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는 볼 수 없었습니다. 마치 엑스레이 사진을 갖다 놓고 풍경을 감상해 달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휘영: 일단, CBT1에서 선보인 상호작용 콘텐츠는 무엇인지 살펴보죠.
나무 심기와 베기, 농작물 심기와 수확, 집 짓기, 공용 탈것, 탈것 함께 타기, 줄 타기와 나무 타기 정도였네요. 후반으로 가면 삽을 얻어 땅을 팔 수도 있었고요. 단순하지만 다양한 활용을 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의자를 가져다 놓으면 여기에 앉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아키에이지>의 상호작용이 아닐까요?
실제로 나무를 많이 심어 몬스터의 접근을 막는 방책을 만드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합니다. 이는 자신의 행동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죠. 이런 활용은 전투 외에도 생활이나 커뮤니티에서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주위에 나무를 심어 동선의 제한을 줄 수도 있다.
스피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상호작용 콘텐츠를 확장해 나갈지는 모르지만, 너무 적은 ‘경우의 수’만 있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일단 유저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창조적인 시스템이 아닙니다. 유저가 만들어 내는 오브젝트는 나무와 농작물 정도로 한정됐죠. 그리고 이를 심고 베는 정도로 행동의 제약도 따릅니다. 제한된 영역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나요?
휘영: 향후 제작으로 가구를 만들어 집을 꾸미고, 그 안에서 길드 모임을 갖는 등의 가능성은 지금도 볼 수 있죠. 가만히 서서 대화하는 것과 의자에 앉고 테이블에 둘러 앉아서 대화하는 것은 몰입감 측면에서 분명히 다릅니다.
나무에 올라갈 수는 있다. 단, 올라가서 무엇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우징도 비슷합니다. 하우징 키트를 구입하고 재료를 투입하는 방식이더군요. 차라리 직접 나무를 베서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집의 구조와 크기가 달라지는 방식이었으면 어땠을까요.
<아키에이지> CBT1의 하우징은 1,000 원짜리 집과 2,000 원 짜리 집의 구분일 뿐, 차이가 없습니다. 유저의 행위가 결과로 나오는 상호작용을 하우징에서라도 보여주길 바랐는데, 아쉬움이 큽니다.
CBT1의 하우징은 도면 가격의 차이가 있을 뿐, 과정은 같았다.
휘영: 물론 현재의 시점에서 본다면 샌드박스 형식의 게임에, 유저들이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던져준 식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만으로도 다양한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던가요? 예를 들어 마을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드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고요.
<아키에이지>에서 공성전이 일어난다고 가정할 때 성 주위에 나무를 심고 이를 타고 넘어가는 등의 다양한 상호작용은 지금도 가능한 수준입니다.
스피아가 말한 현실적인 제약은 ‘필요악’이라고 봅니다. 모든 오브젝트에 상호작용을 적용하면 유저의 행동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죠. 모든 나무를 베어 넘길 수 있다면, 아마도 모든 산이 ‘민둥산’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겁니다.
스피아: 유저 제어를 위해서 오브젝트에 제한을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유저에 제한을 두는 방식은 어떨까요?
나무를 베는 것에도 노동력을 투자하는 등 행동의 제약을 두면 무분별한 행동을 제어할 수 있겠죠. 이 경우 오히려 하나의 시스템을 통해 협력하게 만드는 시너지 효과를 주면서 상호작용은 더 활발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동력을 모으는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콘텐츠가 더 많이 필요하다.
<아키에이지>의 CBT1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콘텐츠는 위에서 언급한 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외에도 게임의 기본이 되는 다양한 시스템은 존재했다.
이를 토대로 가능성을 엿볼 수도, 혹은 그 반대를 예상해 볼 수도 있다. 물론 섣부른 예단일 수 있다. 앞으로 완성될 <아키에이지>를 ‘그림’이라고 가정해 보면, CBT1은 ‘스케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스케치를 보고 완성될 그림을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의견은 엇갈렸다.
CBT1에서 볼 수 있는 대도시의 원경. 과연 <아키에이지>의 미래는?
음마교주: 그렇다면 CBT1만을 놓고 봤을 때 <아키에이지>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봐야 할까요? 물론 판단하기에는 한참 이르지만, 첫인상 그대로의 느낌을 말해 봅시다.
휘영: CBT1를 향후 <아키에이지>의 밑그림이라고 한다면 잠재력은 충분합니다. 좋다, 나쁘다, 알 수 없다 중에서 선택하라면 저는 ‘상당히 좋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더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상당한 게임으로 발전할 수 있겠죠.
스피아: 가능성이 보이기는 했죠. 하지만 모든 게임에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CBT1은 그저 밑그림으로, 그림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단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봅니다. CBT1을 빗대서 표현하자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 같은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음마교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라는 비유가 흥미롭군요.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냐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스피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를 보면, 그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다양한 장치가 그려져 있습니다. 과학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스케치로만 남아 있는 거죠.
<아키에이지>도 ‘원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이 현재 시점에서 존재하는가?’라는 것이 의문입니다. 사실 <아키에이지>가 구현하려는 세계관은 상당히 신선합니다. 제대로 구현된다면 대작이 되겠죠.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지금보다 깊이 있는 콘텐츠를 다음 CBT에서 보여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얼마나 깊이 파고 내려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음마교주: 이번 CBT1에서 나온 콘텐츠 중에서도 예로 들 만한 것이 있을까요?
스피아: 마상전투를 예로 들어보면, 말을 타기 전후의 인터페이스와 이동 방식은 속도와 스킬을 제외하고 기존과 다를 바 없더군요. 말의 제어가 그냥 뛰어 다니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오른쪽으로 공격하고, 왼쪽으로 공격하고, 활을 쏘는 것으로 끝입니다. “앞으로 다양하게 구현할 테니 지금은 맛만 보세요~”라는 수준이랄까요.
휘영: 지금 말한 마상전투도 어느 정도 밑그림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겠죠. 일단 시도하고 있다는 말이고, 뼈대는 구현했으니까요. 물론 저도 기대한 것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만족의 커트라인에 겨우 도달했다’는 정도죠.
CBT1의 마상전투는 말 그대로 말 위에서 싸울 수 있는 개념이다.
음마교주: 결과적으로 CBT1은 가능성은 봤지만, 앞으로 어떻게 구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겠네요. 스피아는 뭔가 현실적인 시각으로 냉정하게 본 것이고, 휘영은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시각으로 보입니다.
만일 물음표와 느낌표로 구분한다면, 스피아는 물음표, 휘영은 느낌표겠네요. 어차피 이번 CBT1만으로 <아키에이지>를 평가하는 건 무리라고 봅니다. 앞으로 진행될 CBT2, 나아가 OBT까지 스케치가 어떤 그림으로 완성될지 지켜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