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논의 중인 사항이다."
베데스다의 우주 오픈월드 어드벤처 <스타필드>.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2일 쇼케이스를 통해 게임의 면면을 공개했다. 전 세계 게이머들은 환호했지만 한국 게이머들은 웃을 수 없다. Xbox 스토어와 스팀 페이지에서 <스타필드>의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는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김재석 기자
한국어 미지원이 논란이 된 뒤, 본지는 MS에 아래 4가지를 물었다.
ⓐ 왜 한국어가 지원 대상에서 빠졌는지
ⓑ 향후 추가 계획이 있는지
ⓒ 출시일 이전에는 한국어 지원 여부를 알 수 있는지
ⓓ 한국어 홍보자료를 공개하면서, 한국어 지원은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에 한국 MS측은 "아직 논의 중인 사항"이라며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일관했다.
참고로 MS의 필 스펜서 게이밍 부문 사장은 12일 로스엔젤레스의 <스타필드> 쇼케이스 현장을 찾은 연합뉴스 기자에게 "계속 대화를 나누고 피드백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필드>의 출시일은 9월 6일로 확정되었다. 출시까지 3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어 지원 여부가 빠졌다. 3개월 안에 '기적'을 바랄 수 있을까?
우선 <스타필드>는 역대 베데스다 게임 중에서 가장 많은 대사량을 갖고 있다. 전체 대사 분량이 252,953줄로,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이 약 60,000줄, <폴아웃 4>가 약 111,000줄 규모인 것에 비해 압도적인 양이다. 아직 한국어화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마무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임 번역, 현지화, 퍼블리싱 업무를 돕는 바다게임즈의 임바다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단순히 줄(라인) 수로 분량이 얼마나 긴지 알기는 힘들다. 하지만 정말 적게 잡아서 대사 한 줄에 다섯 단어라고 가정했을 때 25만 줄이면 125만 단어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일정이 여유롭다면 번역가 한 명이 일주일에 1.5만 단어를 번역한다. 인원수는 많아도 3명 정도가 투입된다."
"그래서 보통 AAA급 타이틀의 경우 게임 개발이 50% 정도 됐을 때 번역을 시작한다. 초벌 번역에 세 달에서 네 달이 걸린다. 발매가 세 달 남은 시점은 보통 마무리 작업을 할 시기이고, 번역 테스트도 마무리가 된 상태여야 한다. 만약 지금 번역을 시작한다면 대략 1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베데스다가 지금껏 <스타필드> 한국어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없다면, 정식 발매일까지 이루어지는 일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해석이다. 이미 커뮤니티에서는 유저 한국어 번역팀이 모집되고 있지만, 같은 이유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작업량이 '역대급'일뿐더러, MS가 승인되지 않은 작업을 저작권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조치할 수도 있다.
12일, 세계 최대 규모 전자 청원 플랫폼 'Change.org'에 <스타필드> 한국어화를 청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만큼 중차대한 사안이다. 청원 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부분이다.
게임 발매로부터 2년, 3년 후 한국어를 지원하는 것은 그 의미가 상당히 퇴색된다. 그때는 이미 유저들이 <스타필드>의 재미를 온전히 느끼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필드>는 방대한 스토리가 특징인 게임이다. 게임의 면면이 모두 공개된다면, 아무래도 '식을' 수밖에 없다. 스피드런 같은 목표 달성을 즐기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세계 게임 시장에서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 기준 PC 게임 13.2%, 콘솔 게임 1.7% 규모다. 그런 만큼 동아시아 게임 시장에 출시하는 멀티 플랫폼 AAA급 게임이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곱씹어봐도 베데스다의 결정은 아쉬움을 남긴다. 베데스다 역시 2017년 <디 이블 위딘 2>를 시작으로 <울펜슈타인>, <둠 이터널>, <하이파이 러시>, 불과 1달 전 출시한 <레드폴>까지 유통작 대부분에서 한국어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가 개발한 기대작 <스타필드>의 한국어화만 누락된 것이다.
해외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13일 해외 매체 윈도우센트럴 기자 제즈 고든이 트위터에서 한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스타필드>의 부족한 현지화를 지적했다. 이와 함께 Xbox가 공식적으로 지원되는 국가에 해당 국가의 언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사실 한국어화는 이미 마무리 단계이고, "짜잔,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하며 한국 게이머들을 놀라게 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 남은 희망적인 사례는 남미 스페인어의 경우다. 남미 스페인어 지원 사항이 베데스다가 직접 유통하는 스팀 페이지에는 표기되지 않고, MS가 유통하는 Xbox와 MS 스토어에만 표기되어 확인된 바 있다. 물론 한국의 경우 그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과연 유저들은 <스타필드>를 한국어로 제때 즐길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영어나 일본어를 익혀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