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OO님 맞으시죠? 이제야 뵙네요!"
19주년을 맞은 <마비노기>가 4년 만에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 '판타지 파티'를 열었다. 17일, 일산 킨텍스 곳곳에서는 목소리와 아이디만 알던 길드원들의 첫 번째 대면의 순간이 목격됐다. '신규 아르카나'를 공개하는 쇼케이스를 현장에서 보고 싶어서, 개인상점에서 직접 만든 굿즈로 게임에 대한 애정을 나누려고, 다양한 경품이 걸려있던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 유저들이 한 공간에 모였다. 각양각색 유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신동하 기자
행사장에 입장하면 생일 케익을 들고 있는 대형 아로마 베어 인형이 유저들을 맞이했다. 몇몇 유저들은 게임의 마스코트인 아로마 베어 인형탈을 꼭 끌어안고 사진을 찍었다.
룰렛을 돌려 뽑기를 하는 현장에서도 같은 길드 소속의 유저 3명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명은 '봄의 나오' 피규어를, 한 명은 넥슨 캐쉬를 뽑고 싶어 했는데, 아쉽게도 결과는 솜사탕이었다. 세 사람도 각각 9년 차, 10년 차, 10년 차 <마비노기> 유저로 길드에서 친해졌다고 한다. 오전에 기자와 만난 세 사람은 "쇼케이스에서 신규 아르카나 소식을 듣기 위해 오늘 이 현장에 왔다"고 했다.
전시존에서는 <마비노기>의 다양한 일러스트가 전시되었다. ‘신 여신강림’, ‘몽환의 라비 던전’, ‘식물원 창가의 나오’부터 지난해 선보인 던전 ‘글렌 베르나’까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21종의 일러스트가 대형 미디어 액자에 걸렸다. 더불어 게임의 19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유저들이 직접 준비한 일러스트와 영상 작품들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오전 무대에는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메인 무대의 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스테이지에서 진행되는 ‘전자 피아노 합주’ 무대가 뒤로 밀려 버린 것. 초록색을 테마로 ‘시밀러룩’을 입고 온 남녀 한 쌍은 실망한 표정으로 자리를 일어났다. 둘은 쉬는 날 함께 <마비노기>를 하는 연인이다. 14년 차 유저인 여자친구의 설득 끝에 남자친구도 <마비노기>를 시작했고, 그 기간이 어느덧 2년이나 되었다.
유저들이 현장에서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2차 창작 굿즈를 판매하는 ‘개인상점’은 여러 사람들로 붐볐다.
아침 10시, 가장 긴 줄을 자랑하던 개인상점은 ‘돈이 마비가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였다. 자신의 닉네임을 ‘서라벌 불주먹’이라고 소개한 유저는 닉네임 그대로 과거 신라 지대였던 경상북도의 경산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그는 부스에서 100개 한정으로 나온 ‘던전 키링’을 사기 위해 줄을 섰는데, 줄이 길어 전부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불주먹’씨 본인은 던전 콘텐츠보다는 옷입히기를 더 좋아한다는 취향도 들을 수 있었다.
'토끼탈'을 쓰고 굿즈를 판매하고 있던 '앵꽁이 종이극장' 개인상점도 눈을 사로잡았다. 류트 서버의 리버코퍼 길드 소속이라는 그는 초창기부터 <마비노기>를 플레이해온 유저지만, 최근에 다시 복귀한 자신을 '1년 차' 유저라고 소개했다. '토끼탈'도 <마비노기>의 아이템 중 하나다.
향수를 판매하고 있던 '호감작이 필요없는 비밀상점'도 독특한 사연을 품고 있었다. 게임에서는 냄새를 맡을 수 없는데, 어떤 아이디어로 조향을 하게 됐을까? 15년 정도 <마비노기>를 플레이했다는 판매자의 실제 직업도 향수, 비누, 입욕제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었다.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한 것. 기자도 파란색 향수를 시향해봤다. '블로니'라는 캐릭터가 물망초를 좋아한다는 설정에서 착안해 만든 향수에서는 시원한 향기가 났다.
지난 3월 <마비노기> 합주 콘텐츠를 취재하며 소개했던 류트 서버의 코더 하루온도 오늘 영상 아티스트로 현장에 찾아와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에 그가 참여한 곡은 <마비노기>의 대표적인 곡인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을 악보 제작자들이 각기 다른 스타일로 30초씩 편곡해 구성한 합주곡이었다. 새롭게 만든 음악으로 '판타지 라이프'라는 주제의 영상을 만들어 참여했다.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해서 뿌듯했어요. 이렇게 큰 판에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온라인에서만 알던 사이였다가 오늘 현장에서 처음 뵌 분들도 있었는데,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만남 같은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그는 속해 있는 합주팀의 구성원들 중 일정이 맞는 인원들과 한 자리에 모여 게임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많은 유저들이 다양한 형태로 <마비노기>를 즐기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판타지 파티'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