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GOTY 후보다.”
넥슨 산하 민트로켓의 해양 어드벤처·타이쿤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를 두고 나오는 이야기다. 섣부른 ‘국뽕’ 취급은 금물, 국외 반응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외신 PC 게이머와 대형 해외 스트리머 xQc는 <데이브 더 다이버>를 실제 ‘GOTY’로 언급했고, IGN과 수많은 일반 유저도 입을 모아 ‘올해 해본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칭찬 중이다.
올해 이례적으로 많은 대작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평가는 더욱 각별하다. 상반기만 해도 <하이파이 러시>,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 <레지던트 이블 4 리메이크>,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스트리트 파이터 6>, <파이널 판타지 16> 등 압도적 지지와 호평을 받는 게임이 쏟아졌다.
게다가 하반기에도 <스타필드>, <아머드 코어 6>, <스파이더맨 2> 등 초대형 작품들이 포진하고 있다. 따라서 <데이브 더 다이버>가 유력 시상식에서 실제로 최고상의 영예를 안기란 어쩌면 현실적으로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다면 대진운을 탓하며 수상의 기대는 완전히 저버려야 하는 걸까?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꼽히는 ‘더 게임 어워드’와 ‘BAFTA 게임즈 어워드’의 투표 절차, 그리고 부문별 시상 경향을 통해 <데이브 더 다이버>의 수상 가능성을 점쳐 봤다.
TGA는 2014년부터 캐나다 게임 언론인 제프 케일리가 주관해 온 게임 시상식으로, ‘게임계의 오스카상’으로 종종 비유된다.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는 대중성 높은 시상식으로 통한다.
후보 선정은 세계 각지에서 선정한 100개 이상 게임 전문 매체들이 맡는다. 이들 매체는 소속 기자들의 의견을 종합, 시상 부문별 후보를 순위 없이 5개 선정해 주최 측에 전달한다. 주최 측은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타이틀 상위 5개를 다시 선정, 최종 후보로 삼는다. 이들 후보를 대상으로 다시 심사위원 투표 90%와 팬 투표 10%를 반영해 수상작을 뽑는다.
그간의 시상 경향을 볼 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데이브 더 다이버>가 여러 대작을 제치고 TGA에서 ‘올해의 게임’에 선정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TGA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업계의 ‘대작’들에 GOTY를 수여해온 편이다. <데이브 더 다이버> 역시 대기업 넥슨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게임 자체의 규모는 올해 출시한 여러 대형 작품과 비교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한편 2021년 TGA의 GOTY <잇 테이크 투>는 EA의 지원을 받은 인디 개발사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가 제작한 게임으로, <데이브 더 다이버>와 비슷한 조건 아래 수상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역대급’으로 꼽히고 있는 올해의 시장 상황과 비교해 2021년은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해 신작 출시가 제한되면서 GOTY 경쟁이 비교적 덜 격렬했던 편이다.
GOTY외에 <데이브 더 다이버>가 후보에 오를 만한 부문으로는 ‘뛰어난 창의적 비전과 혁신적 게임 디렉팅 및 디자인’에 수여하는 ‘게임 디렉팅상’(Best Game Direction)이 있다. 플레이타임 내내 완성도 높은 메카닉을 지루할 틈 없이 풀어놓는 <데이브 더 다이버>의 게임 설계가 여러 작품 사이에서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 듯하다.
해당 부문에는 비교적 소규모 작품들도 후보에 오르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가까운 예로 작년에는 상업 영화 품질의 FMV를 오가며 이면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스토리텔링 게임 <이모탈리티>, 현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독특한 액션/퍼즐을 구현한 <스트레이> 등이 후보에 올랐다. 다만 수상의 영광은 <엘든 링>이 가져갔다.
올해는 고도의 창발적 게임플레이를 통해 전 세계 유저와 업계를 모두 놀라게 한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이 해당 부문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넥슨 산하 스튜디오의 작품인 만큼 ‘인디 게임상’ 부문 후보에는 오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TGA ‘인디 게임상’은 ‘전통적 퍼블리싱 시스템 바깥에서 출시된 게임 중, 뛰어난 창의적/기술적 성과를 이룬 작품’에 수여한다. 2022년 수상작은 <스트레이>다. 신생 ‘블루트웰브 스튜디오’가 제작, 영화 배급사 '안나프루나 픽처스' 산하 인디게임 전문 퍼블리셔 ‘안나프루나 인터랙티브’가 유통했다.
‘BAFTA 게임 어워드’는 영국 최고 권위 예술 후원 단체 중 하나인 ‘영국 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BAFTA) 산하 시상식이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BAFTA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어워드’로 진행되었다가, 2004년부터 현재의 명칭으로 독립된 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BAFTA 게임 어워드 후보작 선정은 규정상 게임 개발, 퍼블리싱, 프로모션 등 직무를 수행하는 ‘업계인’의 추천으로 이뤄진다. 다만 BAFTA는 ‘자신과 관련 없는 게임’을 추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약 추천인이 해당 게임 자체 혹은 게임 관계자와 관련이 있고, 이것이 ‘BAFTA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종류’일 경우 해당 작품은 후보에서 제외될 수 있다.
즉, 통념상 ‘부정 추천’으로 여겨질 만한 사례, 예를 들어 직계 가족이 참여한 작품의 추천 등이 금지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 외에는 출시 시기를 제외하면 작품 추천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차기 시상식(2024년 3월)의 경우 2022년 12월 10일부터 2023년 11월 24일 사이에 출시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 역시 BAFTA 게임 어워드 후보에 오르려면 게임과 전혀 관계없는 업계인의 ‘순수한’ 추천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외 업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있는 만큼, 이러한 기본 요건 획득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승작 투표는 여러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추천된 게임들이 각 부문으로 그룹화된다. 이후 전문가들로 구성된 BAFTA 게임즈 멤버들이 부문별 상위 10개 게임을 선정한다. 나머지 절차는 부문마다 조금씩 다르다. ‘최고 게임상’과 ‘영국 게임상’ 부문의 경우 멤버 전체가 다시 한번 투표로 후보를 6개 게임으로 좁힌 뒤 최종 투표로 우승작을 정한다.
그 외 경쟁 부문의 경우에는 해당 분야별 전문가 9명~12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2, 3차 투표를 진행, 마찬가지로 후보를 6개로 좁힌 뒤 다시 우승작을 고른다.
BAFTA 게임 어워드의 최고상인 ‘최고 게임상’(Best Game)은 비교적 소규모 게임에도 수여되는 경향이 있다. 2023년에는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최고 게임상을 받았고, 이전에도 <아우터 와일드>, <왓 리메인즈 오브 에디스 핀치>, <하데스> 등이 수상해왔다. ‘대작’들이 주로 최고 게임상(GOTY)을 받는 TGA와 비교할 때, BAFTA의 경우 <데이브 더 다이버> 역시 최고상을 기대할 만하다.
그 외 수상 가능성이 있는 부문은 TGA와 마찬가지로 ‘게임 디자인’이 있다. 유저의 몰입, 참여를 유도하는 최고의 게임 설계에 수여되는 상이다. 이때 ‘디자인’의 영역에는 메카닉, 조작감, 지능적인 레벨/월드 설계, 호흡 조절 등이 모두 포함되는 만큼 <데이브 더 다이버> 역시 유력한 후보다. 새로운 IP 게임에 수여하는 ‘오리지널 프로퍼티 상’의 수상 가능성도 작지 않다. 2023년 수상작은 각각 <뱀파이어 서바이버>와 <엘든 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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