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퀘어에닉스의 주가가 폭락했다.
단순한 기대심리 저하에 의한 변동이라고 하기엔 그 낙폭이 너무 크다. 8월 4일 종가 기준 6,366엔(약 57,996원)이었던 스퀘어에닉스 주가는 7일 5,561엔(51,168원)으로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주말 사이 12.6%의 폭락이다.
그 배경엔 스퀘어에닉스의 실적 발표가 있었다. 스퀘어에닉스는 8월 4일 금요일, 2023년 4~6월(편의상 '2023년 2분기'로 칭함.)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2023년 2분기, 스퀘어에닉스의 매출은 856억 6,900만 엔(약 8,228억 원, 기간 평균 매매기준율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0억 9,700만 엔(약 2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5% 감소했다.
잠정 실적 발표인 만큼 상세 정보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2분기 영업이익의 급락은 6월 22일 발매한 <파이널 판타지 XVI>(이하 <파판16>)의 마케팅비 등 관련 선행 비용이 반영된 결과로 추측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판 16>의 판매 실적이 충분히 포함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스퀘어에닉스는 6월 28일 <파판 16> 공식 트위터를 통해 디스크와 디지털 버전을 통틀어 3백만 카피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알린 바 있다. 가격은 국내 기준 스탠다드 에디션 79,800원, 디지털 딜럭스 에디션 99,800원이다.
판매 지역과 환율, 그리고 공급처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지만 단순화하여 개당 가격을 8만 원으로 계산하면, 9일 동안 스퀘어에닉스는 <파판 16>으로 2,4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이는 이번에 발표된 2분기 매출 8,228억 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첫 주 300만 장. <파판 16>이 시리즈 최초로 성인 등급으로 출시되었음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전작 <파이널 판타지 XV>(이하 <파판 15>)가 출시 첫날 500만 장을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강력한 '올해의 게임'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하는 <파판 16>의 평가에 비해 다소 아쉬운 수치다.
출시 플랫폼의 규모가 컸다면 더 많은 게이머가 <파판 16>을 즐길 수 있었을까?
전작 <파판 15>는 2016년 11월 29일 플레이스테이션(PS) 4와 Xbox One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2016년 말 기준, PS4는 누적 5,340만 대, Xbox One은 누적 2,600만 대가 출하됐다. 반면, <파판 16>이 독점 출시된 PS5는 2023년 6월 기준 누적 4,080만 대 판매에 그친 상황이었다.
스퀘어에닉스는 <포스포큰>, <파판 16>, <폼스타즈>, <파이널 판타지 VII 리버스> 등 다양한 게임을 PS 독점 또는 기간 독점으로 개발하며 소니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물론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것이 반드시 흥행의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파판 16>의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 역시 지난 2월 진행된 <파판 16> 미디어 투어에서 "우리는 최고의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PS5라는 플랫폼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 최적화해 왔다."라고 밝힌 바 있다. <파판 16> 또한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되었다면 <포스포큰>의 선례와 같이 부족한 완성도를 보였을 수도 있다.
한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파판 16> 행사에서 스퀘어에닉스의 키류 타카시 CEO는 "스퀘어에닉스 CEO로서 전 세계 팬들에게 멋진 게임을 제공하고 싶으며, 엑스박스 유저 커뮤니티도 포함된다."라며, "<파이널 판타지 XIV>을 시작으로 2024년 봄부터 스퀘어에닉스 게임을 엑스박스 플랫폼으로 이식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스퀘어에닉스는 소니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순차적인 플랫폼 이식을 진행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