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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E3 부활의 여파? 달라진 게임스컴 풍속도

E3와 2달 차이로 개막한 게임스컴의 달라진 현장 분위기

정우철(음마교주) 2010-08-25 10:41:00

유럽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의 풍속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독일 게임스컴(구 게임컨벤션)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럽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게임쇼였다. 참가 업체들도 유럽 시장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있는 게임유저들에게  신작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무대였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게임쇼의 원조’ E3가 사실상 부활하면서 게임스컴이 참가 업체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지난 6월 미국 LA에서 열린 E3에서 주요 게임업체들의 신작과 정보들이 대거 공개됐다. 이로 인해 2개월뒤 개최된 게임스컴에 공개할 콘텐츠가 부족해진 것이다. 아예 게임스컴을 E3의 연장선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E3가 업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쇼의 성격이 강한 반면 게임스컴은 유저들을 위한 행사라는 점에서 두 전시회의 성격은 다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와 게임 유저들이 신작에 목말라한다는 점에서 두 전시회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이 E3에 비해 시기적으로 늦은 게임스컴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  2010년 게임스컴을 정리해본다. /퀼른(독일)=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게임스컴도 차이나조이 만큼 인파가 몰리는 유저 중심의 게임쇼.

 

 

■ 성황리에 폐막된 게임스컴 2010

 

올해 게임스컴 참관객은 25만 4천 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지난해 24만 5천 명 보다 약 1만여 명이 더 몰려 지금까지 열린 전 세계 게임쇼를 통 틀어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게임스컴 2010의 방문자 증가는 독일 내국인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이 한 몫 했다는 것이 조직위원회의 분석이다.

 

실제 양적으로는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전시관의 경우 지난해 458개에서 505개로, 참가 국가는 31개에서 33개 국가로 늘어났다지난해 참가업체의 95%, 비즈니스 관계자의 92%게임스컴 2010’에 다시 참가할 의사가 있다는 설문 결과가 사실로 드러났다.

 

실제로 올해 게임스컴 방문자 25만 4천 명 중에서 1만 8,900 명은 비즈니스 관계자로 파악됐다. 49개 국가에서 4,400 명의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 게임스컴의 콘셉트는 모션 컨트롤과 3D 영상을 꼽을 수 있다. 이쯤 되면 E3와 전체적인 콘셉트가 비슷하다고 여길 만 하다. 사실 올해 게임스컴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성장했다고 말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

 

 

 

■ 게임스컴 출전 게임, E3 버전과 거의 동일

 

올해 게임스컴에 선보인 게임들은 E3에서 공개된 게임들과 같은 버전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부스 설치물마저도 E3의 것을 재활용 하는 곳도 등장할 정도로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 부스는 E3에서 규모만 축소시켰고 THQ의 경우도 다수의 조형물과 부스 형태를 E3와 동일하게 유지했다. 특히 게임심의가 엄격한 독일이기에 올해 게임스컴은 유난히 부스 전체를 가리는 비공개형 부스의 등장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기대작 대부분이 클로즈 부스가 되어 버린 기묘한 게임스컴 2010.

 

이는 올해 유난히 18세 이용가 게임이 다수 등장했던 E3의 영향이다. 18세 이상 관람 가능한 E3에서는 자유롭게 공개가 가능했던 게임들이었지만 게임스컴에서 선보이기 위해서는 게임을 가려야 하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특히 MS와 소니는 올해 발매를 앞둔 키넥트와 PS무브 알리기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게임스컴이 E3의 연장으로 기존의 개성적인 행사의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올해 게임스컴이 E3의 유럽 행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키넥트 부스를 보는 순간 E3인 줄 착각했을 정도.

 

 

■ 관람객의 불편도 점점 증가

 

기대작 대부분이 클로즈 부스로 운영되면서 관람객의 불편도 지난해 보다 늘어났다. 게임스컴의 명물인 충분히 쉴 공간이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심지어 소니 부스를 쉬는 공간으로 활용 할 정도였다.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개방형 부스가 줄어들고 긴 줄을 서서 오랜 시간 대기해 입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크라이시스 2>, <헤일로 리치>, <어새신 크리드 브라더 후드> <폴아웃> <레이지> 등의 기대작 부스에는 긴 대기 행렬에 지친 관람객들이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오랜 대기 시간에 지쳐 버린 관람객들.

 

개방형인 닌텐도 부스는 사람이 넘쳐나는 상황이 만들어 질 수밖에 없는 올해는….

 

개방형임에도 한산한 소니 부스. 주요 기대작들이 클로즈 부스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반면 반사 이익을 얻은 곳도 있다. 닌텐도 부스의 경우 <젤다의 전설> Wii 신작과 더불어 <드래곤퀘스트> 신작 공개와 함께 전연령 게임 플랫폼 부스로 기존보다 배 이상 많은 관람객이 모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유럽지역 게임매체 기자 및 현지 업계관계자들도 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독일게임쇼가 급성장을 한 이유는 인프라가 좋은 이유도 있지만 신작 정보가 공개되는 행사로 주요 업체들이 E3 대신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 달여 뒤에 개최되는 TGS를 중시하는 일본 개발사들의 입장도 고려 대상이다.

 

결국 E3 TGS 사이에 낀 게임스컴의 경우 향후 양대 게임쇼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 만을 수행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 지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게임스컴만의 개성을 만들지 못하면 한순간에 몰락한 게임 컨벤션 온라인의 뒤를 따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