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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스컴에서 체험한 스토커 2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확실히 다듬어 나올 수 있길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3-08-24 05:52:28
드디어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해야 할까, 나쁘다고 해야 할까?

2023 게임스컴, Xbox 부스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개발되고 있는 <스토커 2: 초르노빌의 심장>(이하 스토커 2)가 처음으로 관람객 대상으로 시연됐습니다. Xbox 부스의 한 켠에서 약 20분에서 30분 정도 <스토커 2>를 플레이할 기회가 주어졌죠. 행사 개막과 함께 진행된 Xbox 부스의 <스타필드> 쇼케이스가 끝나자마자 달려가 <스토커 2>를 체험해 봤습니다. /독일 쾰른=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Xbox 부스 안에 위치한 <스토커 2> 체험존


# 먼저 알아야 할 사실

<스토커 2>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발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원자력 폭발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발전소를 배경으로 한 FPS인 <스토커 2>는 참으로 다사다난한 개발 비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 2011년 경 게임이 처음으로 발표되고, 회사 사정에 따라 개발이 엎어지기도 하며 소식이 끊겼다가, 2020년 엑스박스 쇼케이스를 통해 다시금 부활을 알리며 게임이 '언리얼 5' 엔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죠.

문제는, <스토커 2>는 우크라이나 게임입니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키이우에 있던 본사를 급하게 비우는 등 겨우내 개발이 재개된 <스토커 2>에게 최악의 일이 발생했죠. 개발진은 체코로 피신하거나, 대피소와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개발을 포기하고 전선으로 나서 맞서 싸우는 개발자도 있죠.

그렇기에 <스토커 2>는 장장 12년 동안 나오지 못한 게임이지만, 팬들은 퀄리티와 상관없이 그저 게임이 완성될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첫 작품인 <스토커: 쉐도우 오브 체르노빌>도 수많은 개발 연기 끝에 출시됐었고, 너무나 많은 버그로 인해 비판받기도 했지만 <스토커>만이 낼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와 묵직한 게임 시스템으로 전 세계에 수많은 팬층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누구보다 개발진이 힘든 상황에 있음을 알고, 첫 작품부터 수많은 역경 끝에 나왔기에 개발진이 충분한 시간 동안 <스토커 2>를 '완성'만 할 수 있길 응원하는 셈입니다. 전쟁이 끝나 온전하게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돌아온다면 더욱 좋고요.


<스토커 2>


# 게임스컴에서 체험한 <스토커 2>


현장에서 선보여진 멋진 코스프레
게임 속에서 정말로 나온 것 같습니다.

인 게임이 장면이 담긴 사진 촬영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스크린샷은 트레일러에서 공개된 장면과 공식 스크린샷으로 대체합니다.

게임스컴에서 시연된 <스토커 2>는 주인공 '스키프'가 이상 현상 사이에서 기절해 있다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개에게 물려 죽기 시작할 찰나, 한 스토커가 스키프를 구해주면서 본격적으로 주인공을 조작할 수 있게 됩니다. 

스키프를 도와주는 스토커는 언덕 위에서 주인공에게 '볼트'를 던져 줘, 플레이어가 볼트를 사용해 이상 현상의 위치를 확인하며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죠. 참고로 주인공에게는 음성이 있습니다.


이상 현상이 근처에 있을 때 나오는 경고음이나, 볼트를 던져 위치를 확인하는 부분은 이전 <스토커>와 정말로 비슷합니다. 효과음도 비슷하죠. 다른 점은 '언리얼 5'로 만들어졌기에 그래픽 퀄리티가 확실히 괜찮은 편입니다. 아직 폴리싱(마감) 작업이 덜 된 것인지 트레일러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전 <스토커> 시리즈보다는 당연히 좋습니다.

기억마저 거의 잃어버리게 된 스키프는 자신을 도와 준 스토커의 말을 따라 주위 마을의 의사에게 향합니다. 이 과정에서 넓은 구역을 이동하며 <스토커 2>의 단면을 엿볼 수 있죠. 다짜고짜 주인공을 적대하는 정신이 이상한 스토커나, 주인공을 발견하자마자 물건을 털기 위해 달려나오는 밴딧 무리 등을 만납니다.

여기서 편의성 부분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스토커 2>는 특정 키를 누르면 <파 크라이>와 같은 게임에서 보였던 원형 UI가 출력됩니다. 이를 통해 무기를 빠르게 바꾸거나, 아이템을 섭취하거나, 아티팩트 탐지기를 꺼낼 수 있습니다. 무기는 주무기와 부무장, 그리고 권총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딱 이 느낌입니다. 사진은 <파 크라이>로 든 예시입니다. <스토커 2>가 아닙니다. (출처: 유튜브)

적들의 AI는 <스토커> 시리즈의 느낌이 물씬 살아 있습니다. 방사능 개 무리는 주인공 주위를 빙빙 돌면서 총알을 피하며 물어뜯을 기회를 노립니다. 적들은 주인공에게 욕지거리를 쏟아부으며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한 우회로를 찾습니다. 총알을 맞으면 욕을 내뱉거나, 주인공에게 총알을 맞추면 꼴 좋다며 비웃는 모습까지 비슷하죠. <스토커> 시리즈 특유의 총을 들고 뒤뚱거리는 모션 역시 정겹습니다.

PDA가 안내하는 대로 한 스토커 캠프의 의사를 찾아가면 갑작스럽게 '에미션'이 찾아옵니다. 에미션은 <스토커> 시리즈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방사능 폭풍을 말하는데, 심해질 때는 화면이 붉게 물들며 재빨리 피난처를 찾지 않으면 주인공이 죽습니다. 

보통 실내에 있으면 안전한데, 체험판이기 때문인지 주인공은 에미션에 반드시 사망했습니다. 사망하고 나니 개발자가 찾아와 해당 부분까지가 게임스컴에서 준비된 콘텐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전에 <스토커> 시리즈를 해봤기 떄문인지 최대한 여러 가지를 해 봤는데도 가장 먼저 클리어했더군요. 그 외에는 지도를 열어보거나 다양한 상호작용을 확인하려 했지만, 지도를 볼 수 있는 PDA 기능은 잠겨 있고 곳곳에 투명 벽이 있어 아쉽게도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 조금 더 폴리싱이 필요해 보여

게임스컴에서 시연된 <스토커 2>가 최신 버전(빌드)인지, 한참 전에 개발된 버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시연된 게임을 체험하며 느낀 점은 보다 많은 폴리싱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에미션 경고가 뜨는데 갑자기 안전한 실내에서 외부로 뛰쳐나가는 NPC나, 검은 색 배경에 글자만 나오는 UI, 어색하게 배치된 오브젝트, 멀리 있으면 주인공을 공격하지 않는 돌연변이 개, 미흡한 컷신 등 아직 미완성된 부분이 많이 보였습니다.

기자는 <스토커>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기존 3부작은 모두 클리어해 봤습니다. <스토커>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입니다. 버그도 많고, 항상 무언가 아쉬운 게임이지만, 아무도 없는 도시나 허허벌판을 헤맬 때의 느낌은 그 어떤 게임에서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버그가 많아도, AI가 조금 답답해도 괜찮습니다. <스토커>는 원래 그런 것까지도 하나의 콘텐츠처럼 느껴진 게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개발진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아직도 기다릴 마음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토커 2>가 언리얼 5로 개발 중인 것이라는 사실과,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로 게임이 개발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원조 개발진이 만들었기에 언리얼 5로 <스토커>의 '느낌'은 충분히 잘 살린 만큼 게임이 충분한 수준으로 다듬어져 출시되길 기원합니다.

<스토커 2>는 2023년 12월 출시 예정입니다. 다만, 체험기를 작성하고 나니 해외 매체 사이애서 <스토커 2>가 2024년 1분기로 연기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확실한 소식을 받으면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UI나 물건의 이미지는 구작 <스토커>가 더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