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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크래프톤 '다크앤다커' IP 계약, '득실'을 따진다면

국내 부정여론 무시할 근거 있었나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8-24 16:35:17
“전혀 몰랐다. 내부에서도 모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24일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IP의 모바일게임 글로벌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발표하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다크앤다커>는 넥슨의 내부 프로젝트였던 ‘P3’의 애셋 및 기획을 무단 유출해 제작된 것으로 의심받는 타이틀이다. 이에 넥슨은 <다커 앤 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를 경찰에 고소, 2022년 1월과 2023년 3월 두 차례 압수수색이 진행됐으며, 지난달에는 기각되긴 했지만 아이언메이스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된 바 있다. 그리고 양사의 법적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처럼 도덕적 논란 소지가 다분한 IP를 두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확산하자 많은 추측이 오가고 있다. 크래프톤의 정확한 의중은 무엇일까? 합리적인 결정으로 볼 수 있을까?



# 크래프톤과 아이언메이스에게는 '적기'에 이뤄진 계약

IP 라이선스 계약 체결 소식을 알린 보도자료에서 크래프톤은 “크래프톤 산하의 독립 스튜디오인 블루홀스튜디오가 신규 모바일 게임을 자체 개발 중이다. 크래프톤은 해당 게임에 다크앤다커 IP를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 재판의 쟁점인 <다크앤다커>의 게임 시스템, 애셋 등의 유사성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다크앤다커> 브랜드' 등 기타 IP만을 자사 프로젝트에 활용하겠다는 태도인 셈.

양사의 법정공방이 아직 어느 방향으로 결론지어질지 모르는 현 상황을 고려한, 조심스러운 결정이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간 분쟁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부 프로젝트 내용의 외부 반출이 쟁점이 되는 만큼 아이언메이스가 새롭게 만든 <다크앤다커> 브랜드의 사용 권한 이론적으로 '논외'로 볼 수 있다.

지난 4월 넥슨은 수원지방법원에 <다크앤다커> 국내 서비스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영업비밀(부정경쟁) 및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이언메이스 역시 <다크앤다커>의 저작권이 넥슨에 있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가처분 심리 결과는 9월에 나온다. 만약 아이언메이스 측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아이언메이스는 부정경쟁 방지법과 별개로 <다크앤다커> 저작권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다. 이 경우, 크래프톤은 타기업과 라이선싱 경쟁을 벌여야 했을 확률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언메이스는 PC 버전과 별개로 모바일게임으로의 <다크앤다커> 판권을 여러 업체에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소송 진행으로 자금 수혈이 긴급했을 아이언메이스와 판권 계약을 체결하기에는 가처분 심리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인 현재가 마지막 적기였던 셈이다. 



# 무형의 비용

반대로 아이언메이스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아이언메이스는<다크앤다커> 판권을 활용하기 힘들어진다. 크래프톤이 맺은 라이선스 계약 역시 무용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크래프톤에게 이번 계약은, 아이언메이스에게 지급한 미상의 계약금을 제외하면 큰 손해가 없는 도전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은 계약에 뒤따르는 도의적 비판과 '이미지 실추'의 리스크를 완전히 배제했을 때의 계산이다. 실제로 업계는 크래프톤의 결정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기업 이미지에 스스로 타격을 주는 결정을 자처한 이유를 알기 힘들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실제 부정적인 여론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익명 직장인 플랫폼 블라인드에서 이러한 정서는 곧바로 확인됐다. 이해관계자인 넥슨의 직원들은 물론, 엔씨, 위메이드 등 기타 대표 기업 직원들 역시 가세해 “실망했다”, “미친 것 아니냐”는 등 직설적 표현을 아끼지 않으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크래프톤 내부 여론도 격렬하다. 익명을 희망한 크래프톤 직원은 “사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주변 동료들도 모두 의문과 당황을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라인드에서도 크래프톤 소속 유저들은 “자괴감 든다”, “소식 듣고 부끄러워서 출근하기 싫었다”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확인되는 부정반응



# 해외에서 <다크앤다커>의 이미지는 정반대

명약관화한 부정 반응에도 크래프톤이 IP계약을 추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설령 아이언메이스가 가처분 심리에서 승리하더라도, 한 번 형성된 부정 여론은 반전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반대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크래프톤으로서는 IP와 이미지를 모두 잃는 악수가 된다.


이러한 리스크에도 크래프톤이 계약을 강행한 데에는 <다크앤다커>를 향한 국내외 여론의 크나큰 온도차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다크앤다커>는 아직 '미운털'이 박히지 않은, 잠재력 큰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다크앤다커> 사태를 둘러싼 여론은 주로 넥슨에 호의적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여러 정황에 의해 실제로 넥슨 내부 프로젝트가 무단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넥슨을 피해자, 아이언메이스를 가해자로 보는 인식이 일반적으로 확산한 결과다.

하지만 국내 소식에 상대적으로 어두운 해외 유저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예컨대 <다크앤다커> 디스코드 채널에는 현재도 십 수만 명의 팬들이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며 개발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 <더 파이널스> 등 넥슨 신작 관련 게시글에 나타나 <다크앤다커> 사례를 소환, 보이콧을 주장하는 유저들도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넥슨 게임이므로 사지 말자는 내용의 <다크앤다커> 레딧 커뮤니티 게시글. 많은 '업보트'(좋아요)를 받았다.

<다크앤다커>가 이렇듯 해외에서는 아직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만큼, 크래프톤은 계약 이후 상황이 잘 풀린다면  국내에서의 일부 부정 반응을 무시할 수 있을 만한 호재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이언메이스를 향한 해외 기업들의 접근 역시 상대적으로 빈번했을 가능성이 있다. 크래프톤 내부 메일에서 임우열 본부장은 “크래프톤은 국산 게임으로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보여준 <다크앤다커>의 행보에 주목했다. 특히 세계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개척한 원작(Original) IP로서, 장르적 재미를 바탕으로 글로벌 팬들로부터 관심과 주목을 끌어낸 것을 주요하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한국에서 탄생한 IP를 해외 다른 회사들에게 내어 줄 수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원작 IP의 활용과 확장에 대한 빠른 협의를 추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이브의 경우 방시혁 의장이 직접 "논란이 있는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는 게 맞다"며 협상 중단을 했다. 반면 크래프톤은 논란의 와중에 승부수를 띄웠다. 크래프톤의 이번 계약은 국내 게임업계의 부정 반응을 감당할 신의 한수가 될까?

아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보는게 타당할 것이다. 


# 득실을 따져보면

다만 크래프톤의 이렇듯 과감한 전략은 유효성 측면에서 베팅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크래프톤은 기존에 이미 개발이 이뤄지던 게임에 <다크앤다커>의 IP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즉, 게임 시스템은 스스로 개발한 내용을 따르되, <다크앤다커>에서는 브랜드와 세계관 등을 빌려오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다크앤다커>의 해외 인기는 그 명칭이나 세계관, 캐릭터 등이 아닌 게임시스템 자체에 힘입은 바가 월등히 크다는 사실이다.

세계관 설정이나 캐릭터 비주얼 등 측면에서 <다크앤다커>의 독창성은 되려 다른 작품들에 비해 크게 부족한 편이다. <다크앤다커>는 ‘도적’, ‘마법사’, ‘던전’ 등 세계관을 이루는 주요 요소들의 디자인과 표현에 있어 ‘보편성’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았기 때문.

심지어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의 이러한 ‘몰개성’을 표절 시비에 대한 방어 논거로 삼기까지 했다. 아이언메이스는 지난 3월 내놓은 입장문에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폈다.


“캐릭터 디자인과 기타 설정 및 구조 디자인의 유사성도 모두 매우 전통적인 판타지 게임의 특징일 뿐이다. 제시된 유사성 중 어느 것도 독창적이지 않으며, P3와 <다크 앤 다커> 두 게임 모두 고전적인 판타지 던전 크롤러 장르에 속해 유사성을 설명할 수 있다.

개념과 줄거리는 모두 의도적으로 전통적이고 일반적으로 만들었으며, <다크앤다커>의 주요 영감을 준 많은 판타지 게임들도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모험가들이 부를 찾기 위해 괴물과 보물로 가득한 지하감옥을 파헤친다는 전제는 너무 흔하고 일반적이라서 다른 판타지 게임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캐릭터나 세계관의 인기까지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는 일반적 IP 계약과 비교해, 크래프톤이 이번 라이선스 계약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용은 그야말로 <다크앤다커>의 ‘이름값’이 발하는 가치뿐이다. 다만 아이언메이스가 주장했듯 세계관과 캐릭터 등이 너무나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다크앤다커>에서 가장 큰 가치가 그 '이름값'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긴 하지만 말이다.

한편 크래프톤은 이번 계약의 의의를 직접 밝혀 왔다.

디스이즈게임에 전달한 입장에서 크래프톤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개척한 원작의 가치를 주요하게 평가했고, 그러한 국산 IP가 해외 동종 게임에 자리를 내줄 수도 있는 상황에 주목했다. 올해 수립한 '스케일 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에 맞춰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발견, 확장하겠다는 차원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원작 IP와 새롭게 열린 장르 팬덤에 대한 존중에 근거한 결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