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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위 “개인 제작 게임과 스팀도 심의대상”

“유연한 대처 아쉽다” vs “원칙을 지켜야” 논란 가중

정우철(음마교주) 2010-09-03 17:16:20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밸브의 스팀(Steam) 서비스와 아마추어 제작 게임에 대해 등급심의를 검토하고 나섰다.

 

RPG 만들기 커뮤니티 ‘니오티’ 관리자는 최근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 신청, 또는 게시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니오티는 아마추어 게임 개발팀과 회원들이 직접 만든 게임을 공유하고 배포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다.

 

 

■ “아마추어 게임물 유통은 현행법 위반

 

게임위가 니오티에 보낸 공문의 내용은 등급분류 미필 게임물 제공에 대한 시정요청으로 RPG만들기 툴을 이용한 개인 제작 게임의 미심의 유통을 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이다.

 

니오티 측은 게시판을 통해 배포되는 게임들은 심의를 받지 않았고, 이에 대한 등급분류 신청을 한다는 것은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어 결국 게시판 폐쇄를 결정했다.

 

게임위는 “모니터링 결과, 니오티에서 제공되는 게임이 등급분류 심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 이용을 위해 배포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게임물 유통 및 이용을 위한 제공시 등급을 받지 않으면 불법게임물이 된다.

 

니오티의 게임물 배포는 현행법 위반에 속한다는 것이 게임위의 입장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많은 제보를 받았다. 현재 예외 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아마추어 게임을 심의에서 제외할 수 있는 권한이 게임위에는 없다. 현재 게임 대회, 전시회 및 종교, 교육 등 공익의 목적을 가진 게임물은 단체장, 혹은 대통령령으로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관계자는 “아마추어 게임물도 문화부장관령 등으로 게임 창작 관련 예외 조항을 정한다면 법에 따라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니오티에 관련된 공문은 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게임위가 니오티에 보낸 시정요청 공문.

 

 

■ “스팀 서비스와 <부족전쟁>은 같은 경우

 

게임위는 밸브의 스팀 서비스에 대해서도 ‘미심의 유통’을 이유로 국내법에 대한 설명과 함께 밸브의 입장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최악의 경우 스팀의 국내 서비스 차단도 고려 대상이다.

 

게임위가 스팀 서비스를 심의 대상으로 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과거 웹게임 <부족전쟁>과 같이 국내 유통을 목적으로 한 한국어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내 영업을 위해서는 국내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심의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한편, 일부 게임 유저들은 게임위의 제동에 반발하고 나섰다. 비상업성을 가진 개인 창작물까지 심의를 받으라는 것은 너무하다는 것이다. 또한 스팀의 경우 서비스가 중단되면 이미 구입한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된다. 이럴 경우 개인의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스팀 서비스에 대해 국내법과 제도를 밸브에 설명하고 회사 입장을 알려 달라고 통보해 놓았다. 지금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 향후 밸브의 입장과 일반 유저들의 재산권 문제, 전문가 의견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스팀 서비스는 달러로 결제되지만, 국내 유통을 위한 한국어 서비스도 존재한다.

 

 

■ “창작활동 저해 vs “청소년 보호” 맞서

 

일부 유저들은 ‘니오티와 같은 아마추어 게임 배포에 대한 게임물 등급심의’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게임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작을 지원하지는 못할 망정 방해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 여론은 등급심의 수수료와 관계가 있다. 이미 게임위는 개인 제작 게임에 대해 오픈마켓 게임물에 준하는 심의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통 아마추어 게임물 1개당 12만 원의 등급심의 수수료가 필요하고, 이는 사실상 개인 개발자에게 재정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아마추어 개발자는 게임산업 발전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아마추어 게임에 대한 사전심의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자율성이 보장돼야 할 창작활동에 대해 게임물 등급심의는 창작의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 특히 현행 제도는 상업게임에 적합할 뿐, 아마추어 게임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게임위 비판 여론은 이미 아고라 이슈 청원에 올라와 있는 상태.

 

반면, 게임물 등급심의 목적을 생각하면 현행법 위반을 막는 것이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등급심의 목적은 청소년 보호를 위한 것이며, 과거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태를 예방하고자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게임위는 아마추어 게임물의 제작 자체가 아닌, 무단 배포와 유통을 문제로 보고 있다.

 

이번 일과 비슷한 사례는 기존에도 있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되는 게임의 등급심의가 이슈로 떠올랐고, 현재 이는 사후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의 경우 게임위와 유저들의 의견이 각각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재 법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법을 지키라고 만든 게임위가 법을 어길 수는 없는 일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서 관계자는 만에 하나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아마추어 게임이 유통돼 큰 파장이 일어날 경우를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 아마추어 게임물 배포도 오픈마켓과 같이 필요하다면 법률 개정을 통해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