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 문화유산 원정'대가 뭐냐고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서비스하는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부터 문화재청과의 협약을 통해 한국 문화를 소재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중단되었지만, 2023년부터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로 이름을 바꾸어 재개됐다.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는 전통문화의 '체험'에 의미를 둔 행사다.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을 방문해 서울의 옛 모습을 들여다보고, 관련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가이드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제철 먹거리 음식이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타악 공연과 같은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이에 라이엇 게임즈는 8일, 미디어 및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간단히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직접 체험해본 문화유산 원정대의 모습을 담아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
# 직접 서울을 돌아다니며 배우는 역사
하반기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서촌 골목길 이야기'와 '한양도성 이야기'로 나위어 있다. 이번 체험 행사에서는 서촌 골목길 이야기를 간단히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의 전반부는 골목길을 오가며 서촌의 명승지를 방문해 문화 가이드를 통해 거리 곳곳에 숨겨진 역사적 인물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서촌은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의 사직동 일대를 일컫는 지역이다. 세종대왕이 나고 자란 터전이라는 뜻으로 '세종마을'로도 불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현대식 한옥을 찾아볼 수 있어 '서촌 한옥마을'이라 불리며 나들이 명소로 여겨지고 있다.
서촌은 한국의 근현대를 담은 역사적 건물이 남아 있기도 하다. '오감도'와 '날개'로 유명한 시인 이상의 집이 위치해 있으며,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까지 한국 미술사에 큰 획을 남긴 이상범 화백의 가옥이 당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상의 집
옛 모습을 보존한 이상범 화백의 가옥
친일과 매국으로 엄청난 부귀를 누렸던 윤덕영의 '벽수산장'이 위치해 있기도 했는데, 가이드에 따르면 실내 수족관과 뱃놀이를 위한 인공 연못까지 지어지는 등 왕이 거주하는 궁궐을 넘어설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했다고 한다. 현재는 화재로 소실돼 서촌에 정문 돌기둥 일부만 남아 있다.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한 행사는 이상의 집으로 시작해 박노수 미술관과 윤동주 하숙집 터 등을 거쳐 수성동 계곡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조선 시대 여름 휴양지로 알려진 수성동 계곡은 1971년 옥인아파트가 지어져 옛 모습이 사라졌으나, 2010년 아파트가 철거되고 다시 자연의 모습으로 복구됐다.
한국 미술의 거장 박노수를 기린 박물관
가이드를 통해 다양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프로그램 전반부는 서울의 아름다운 골목길을 오가며 실제 도시 곳곳에 녹아들어 있는 역사적 이야기를 찾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쉽게 지나칠 만한 골목길 곳곳에 녹아들어 있는 역사적 이야기를 설명해 주는 방식이기에 흥미를 살릴 수 있도록 구성됐다.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의 가이드는 "단순히 박물관 같은 곳을 방문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문화와 이야기를 강조하는 식으로 구성됐다"라며 "체험 위주의 행사라 반응이 좋다. 제주도에서 먼 길을 오시거나, 프로그램에 재참여하시는 경우도 봤다"라고 설명했다.
가이드에게 설명을 듣는 관람객들
# "딱딱한 문화유산 행사가 아니다"
프로그램의 후반부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한국의 '제철 음식'을 맛보는 식으로 구성됐다.
행사를 진행한 장민영 식문화 콘텐츠 개발자는 "지속 가능한 미식"을 강조하며 "제철의 음식만 잘 먹어도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음식을 남기지 않고 모두 활용해 섭취하던 조상들의 지혜를 이야기하며 '울릉도'를 주제로 울릉도산 찰옥수수와 홍감자, 오징어의 내장으로 만들어진 '누런창 젓갈' 등을 활용해 다양한 퓨전 요리를 선보였다.
단순히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 아닌, 각 요리마다 어떤 한국의 전통 요리를 활용했는지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울릉도의 '누런창찌개'나 섬엉겅퀴 등에 대한 식문화 전문과의 설명을 들으며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던 한국의 전통 음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장민영 식문화 콘텐츠 개발자
국내의 제철 나물과 과일을 통해 만들어진 디저트
현장에서 한 관계자는 "이렇게 직접 체험하는 방식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반응이 많다"라며 이러한 체험 방식의 독특한 행사는 지난 문화유산 원정대 프로그램의 피드백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단순하게 딱딱한 문화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자연스럽게 참가자들이 전통과 문화유산에 대해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관계자는 "이름부터 ‘소환사 문화재지킴이 탐방’에서 조금 더 와닿을 수 있는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로 바꾼 이유도 같다"라고 언급했다.
한양도성 이야기를 체험할 경우에는 한국의 '난타' 공연을 직접 체험하며 문화를 깨우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하시지만, 마지막에 합주할 때는 모두 즐거워하신다"라고 설명했다.
# 놀이 문화의 근간인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홍보를 담당하는 구기향 총괄은 "왜 아직도 라이엇 게임즈가 이런 프로그램을 하느냐는 이야기가 많다"라며 "조금 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구기향 총괄의 설명에 따르면 2011년 설립된 라이엇 게임즈는 <롤>을 서비스하며 3달 만에 국내 시장 1위에 오를 만큼 크게 성공했다. 이에 현재 가장 재미있는 놀이 문화를 만들고 있는 만큼, 그 근간에 있는 전통적인 뿌리인 '문화유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2012년부터 문화재청과의 후원약정을 체결해 문화재 환수 및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는 9월 9일을 시작으로 하반기 일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구기향 총괄은 "올해도 열심히 진행할 예정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