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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12시간씩 일하던 비스킷 공장 여공들의 파업...게임 '피켓 라인'

크로아티아의 여성 노동 운동 다룬 게임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신동하(그리던) 2023-09-12 17:52:08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노동운동가는 독립운동가로도 유명한 '강주룡'으로 알려져 있다.

1931년 평양의 한 고무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대공황의 여파로 회사에서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말하자 다른 여공들을 설득하여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시작한다. 공장에서 쫓겨난 이후에도 을밀대라는 누각에 올라가 76시간 동안 단식을 벌이는 등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사건은 우리 역사에 최초의 고공투쟁으로 기록된다.

우리나라에 강주룡이 있었다면, 비슷한 시기 이름도 생소한 만리타국인 크로아티아에는 '비작크' 공장의 여공들이 있었다. 산업 혁명 시기 크로아티아 여성 노동자들의 공장 파업 사건을 다룬 <피켓 라인>을 소개해 본다.







# 하루 열두 시간 일하던 비스킷 공장의 '여공'들

게임은 20세기 동유럽에 있는 작은 국가인 크로아티아에서 진행되었던 공장 파업을 소재로 다룬다. 게임의 스팀 페이지에서 이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개발사의 설명에 따르면, 산업 혁명 시기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 근교에는 공장이 하나 둘 들어섰고, 그에 따라 많은 노동자들이 착취당했다. 그 중에서도 '비작크'라는 비스킷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어린 여성들이 형편없는 월급을 받으며 12시간씩 일했다. 게임의 표현에 따르면, "20세기에 들어섰지만, 노동자들의 대우는 중세시대와 같았다"고 한다. 

이에 1928년부터 '비작크' 생산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파업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는 경찰의 개입으로 인해 얼마 지나지 않아 마무리되지만, 크로아티아 노동 운동의 도화선이 된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이 시위대의 관리자가 되어 인권을 보장해주지 않는 공장에 대항해 파업 시위를 진행한다. 공장이 노동조합의 조건을 받아들일 때까지 버티며 파업을 유지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게임의 방식은 단순하다. 배너를 들고 있는 시위대를 클릭 후 드래그하여 공장 노동자들이 공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으면 된다. 막는 것을 실패할 경우에는 공장이 가동되며 창문에 불이 들어온다. 총 다섯 개의 창문에 모두 불이 들어오면 "파업은 끝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문구와 함께 게임은 종료된다.

스테이지가 시작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밤이 온다. 밤이 와도 공장의 불은 꺼지지 않고 돌아간다. 그러나 플레이어는 파업을 지속할지 말지 선택해야 한다. 약 5일에 한 번씩은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공장 내부로 들어가 일하는 노동자들을 설득하여 돌려보내거나, 새로운 노동자를 시위대의 일원으로 맞이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공장에 대한 파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는 더 짧은 교대 근무 시간과 적절한 최저 생활 임금이다."
"파업이 지속된지 이틀이 지났다. 그러나 우리는 이전과 같이 일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스테이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시위를 하던 시위대들은 환하게 웃는다.
공장이 정상 가동되어 파업이 끝나자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시위대.


# "우리는 파업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탓하지 않아"


"우리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탓하지 않아. 우리는 모두 가족을 부양할 돈이 필요한 노동자들이니까."

파업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파업이 길어질수록 공장에서 번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들은 공장에 진입하기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 둘이서 짝을 지어오거나 집에 있는 농기구를 들고 와서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혹은 경찰이나 장정 두 명을 대동하기도 한다. 이들은 단 한 명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진입을 시도하는 사람들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을 나란히 배치하여 규모를 키워야만 한다.

정부와 지역 사회 역시 이들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시위가 시작된지 사흘이 지나면, 이들의 소식은 신문을 타고 지역 사회에 전달된다. 그후 정부에서는 한 여성 사무관을 파견하여 시위를 관리하도록 한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사진 기자가 방문하여 시위 현장의 사진을 촬영해간다. 

일반적으로 인 게임 시간으로 열흘 정도가 지나면 게임은 마무리된다. 이전 스테이지까지는 빠른 손놀림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때부터는 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 시위대의 최대 인원은 네 명으로 늘어나지만, 세 명 이상 함께 오는 노동자들이 막을 수 없을 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이 좋아 계속 버티다 보면,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하나 둘 늘어나서 시민들이 더 큰 플랜카드를 보내주는 등의 새로운 이벤트가 열린다.

게임의 개발진들은 "1928년의 공장 파업은 경찰의 개입으로 막을 내리지만, 기본권을 얻기 위한 여성 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으로 기록되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파업 시위와 피켓 라인, 노동의 역사에 대해 더욱 깊게 이해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날이 지날수록 우리(시위대)의 수는 더욱 늘어났지만, 스캐브(파업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더욱 절박해졌다."
집에서 농기구인 갈퀴까지 가져왔으나 시위대에 의해 진입에 실패하고 화난 표정으로 돌아서는 공장 노동자들


"기자들이 우리의 저항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의 뜻에 동의하지 않는다."
"회사는 우리의 피켓 라인을 뚫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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