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 뉴켐 포에버>가 드디어 발매된다. 무려 14년 만이다.
1997년 4월 게임이 개발 중인 사실을 발표한 후, 강산이 바뀐다는 10년 하고도 4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게임의 실체가 공개됐다. <듀크 뉴켐 포에버>는 게임 그래픽 뿐만 아니라, 게임 엔진마저도 교체됐다. 그동안 이 게임에 참여한 개발사도 무려 4곳. 퍼블려서도 4곳에 달한다.
계속된 출시 연기로 게이머들의 관심은 게임 내용보다, 출시 여부에 쏠려 있다. 지난 14년 동안
<듀크 뉴켐 포에버>에게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정리해 봤다.
■ 14년을 한결같이 미뤄 온 <듀크 뉴켐 포에버>
<듀크 뉴켐 포에버>는 1995년 발매돼 당시 최고 수준의 그래픽과 외계인을 발로 밟아 죽이거나 폭사시키는 등 화끈한 액션 액션을 선보이며 4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듀크 뉴켐 3D>의 후속작이다.
1997년 4월 <듀크 뉴켐 3D>의 개발사 3D 렐름은 후속작 <듀크 뉴켐 포에버>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은 훗날 게이머들로부터 ‘<듀크 뉴켐 포에버> 무한 연기 전설의 시작’이라고 불리게 된다.
당시 3D 렐름의 스캇 밀러 대표는 “<듀크 뉴켐 포에버>는 1997년 최고의 게임이 될 것이다. 만약 1997년 최고의 게임이 못 된다면 1998년 최고의 게임이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듀크 뉴켐 포에버>의 발매일은 1년 뒤인 1998년으로 늦춰졌다.
그런데 게임은 1998년에도 안 나왔다. <듀크 뉴켐 포에버>의 ‘허풍쟁이’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3D 렐름은 해마다 발매 일정을 미루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연기가 반복되자, 유저들은 <듀크 뉴켐 포에버>(Duke Nukem Forever)의 약자인 ‘DNF’가 사실은 ‘Do Not Finish’(끝내지 마라)의 약자라며 비아냥거렸다.
<듀크 뉴켐 포에버>는 IT 잡지 ‘와이어드’가 매년 ‘허풍쟁이 제품’을 뽑는 베이퍼웨어(vaporware) TOP 10에서 무려 6번이나 대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심지어 와이어드 편집진은 <듀크 뉴켐 포에버>가 항상 1위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3D 렐름에 개발 업데이트 소식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3D 렐름은 “<프레이>가 성공한 덕분에 우리는 <듀크 뉴켐 포에버>를 개발하는 데 또 다른 5년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1999년 공개된 <듀크 뉴켐 포에버>의 스크린샷.
■ 2번의 엔진 교체, 갈아엎기의 연속
<듀크 뉴켐 포에버>의 지난 14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1997년 처음으로 발표될 당시 <듀크 뉴켐 포에버>는 id소프트의 <퀘이크 2> 엔진을 사용하고 있었다. 1998년 5월 E3에서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3D 렐름은 다음달인 6월 갑자기 <듀크 뉴켐 포에버>의 엔진을 ‘언리얼’로 바꿨다.
2007년 공개된 <듀크 뉴켐 포에버>의 이미지.
3D 렐름은 엔진을 교체한 지 3년 만인 2001년 5월 두 번째 <듀크 뉴켐 포에버>의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또한 같은 해에 퍼블리셔인 테이크투가 판타그램 인터랙티브와 한국 유통 계약을 하기도 했다. 만일 2001년에 <듀크 뉴켐 포에버>가 계획대로 출시됐다면 12월에 국내에서 판매될 예정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후에도 <듀크 뉴켐 포에버>는 만들던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며 출시를 계속 미뤘다. 2005년에는 <둠 3> 엔진으로 교체하면서 게임을 원점에서 다시 만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픽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당시 등장하는 게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2009년 공개된 이미지.
■ 폐쇄된 3D 렐름, 기어박스에 모든 걸 넘기다
<듀크 뉴켐 포에버>의 퍼블리셔 테이크투는 지난해 “1,200만 달러(약 163억 원)를 투자했지만 게임 개발에 열성을 기울이지 않고 12년 동안 발매 연기를 거듭했다”며 3D 렐름을 고소했다. 이로 인해 3D 렐름은 회사가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다.
폐쇄가 발표된 후 찍은 3D 렐름의 마지막 스탭 단체 사진.
3D 렐름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듀크 뉴켐 포에버>의 개발도 중단된 것으로 보였다.
게이머들은 이 사건을 보며 “<듀크 뉴켐 포에버>는 이름처럼 영원히 게임을 즐길 수 없을 게임이었다”며 비아냥거리는 한편 “10년 넘게 개발한 게임인데 이렇게 사라져 버리기엔 아깝다”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듀크 뉴켐 포에버>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3D 렐름이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에 <듀크 뉴켐>의 지적재산권(IP)을 팔아넘긴 것이다.
기어박스는 지난 주말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PAX 2010에서 “우리가 <듀크 뉴켐> 브랜드를 샀다”고 밝혔다. 이는 <듀크 뉴켐 포에버>를 포함한 시리즈 전체의 권리로, 앞으로 <듀크 뉴켐>은 기어박스를 통해 계속 생명력을 이어 가게 됐다.
기어박스의 랜디 피치포드 대표는 “우리가 (3D 렐름으로부터) IP를 산 것이 아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팔았다”고 강조했다. 3D 렐름이 먼저 제안을 해왔다는 뜻이다.
3D 렐름이 자진해서 기어박스에 IP를 판 만큼, <듀크 뉴켐 포에버>의 개발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3D 렐름이 만든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듀크 뉴켐> 프랜차이즈를 이끌어 온 핵심 개발자 앨런 블럼(Alan Blum)은 현재 기어박스에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기어박스는 <듀크 뉴켐 포에버>가 IP 인수 후 선보일 첫 타이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이 <듀크 뉴켐>의 마지막 게임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해 앞으로 계속 <듀크 뉴켐> 시리즈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