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새롭게 출발하는 개발사와 그들이 신작에 쏟는 열정을 소개하는 연재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를 만들고 전 세계에 유통했던 핵심 인물들이 의기투합한 이누카 인터랙티브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회사명: 이누카(INUCA) 인터랙티브
※ I(나, Myself), n(공유하다: 수학의 교집합 기호), u(함께하다: 수학의 합집합 기호), c(속하다: 수학의 부분집합 기호), a(하나, 하나의 세상, a world). 즉, 내가(I) 공유하고(n) 함께하고(u) 속하고 싶은(c) 단 하나의 세상(a), Inuca를 뜻한다.
설립일: 2009년 10월 5일
비전: PC용 MMORPG로 성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정상급의 콘솔 게임 제작으로 확장하는 멀티플랫폼 게임 개발회사. 국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교집합을 꿈꾸는 개발집단.
이누카 인터랙티브 김성덕 대표이사.
계기. 이누카는 김성덕 대표이사와 이현기 개발이사 그리고 구의재 사업이사까지 모두 콘솔 게임으로 오랜 경력을 쌓아 왔다. 그만큼 콘솔 게임 개발과 유통에는 일가견이 있는 그들이 온라인 게임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간단명료했다. “더 오랜 게임의 생명력으로 기반으로 꿈을 펼치려는 것”이다.
개발을 총괄하는 이현기 이사(오른쪽 사진)는 국내 콘솔 게임계에서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2004년 <킹덤언더파이어: 더 크루세이더즈>, 2005년 <킹덤언더파이어: 히어로즈>, 2007년 <킹덤언더파이어: 서클오브둠>을 만들어 내며 콘솔 경험을 쌓았다. 그런 그가 MMORPG를 만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력 같은 부분에서 부러웠다.”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콘솔 게임처럼 출시하고 나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바로 시작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 만들면 오랫동안 게임의 커뮤니티와 수명이 유지되고, 수익도 안정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에 끌렸다는 것이다.
그는 <킹덤언더파이어: 서클오브둠>의 개발을 끝낸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서클오브둠>의 다음 단계가 콘솔용 MMO였기에, 지금 PC용 MMORPG를 만들게 된 것이 낯설지는 않다고 했다.
“원래는 콘솔에서 네트워크 게임(서클오브둠)을 만들고, 콘솔에서 MMO를 가 보는 게 목표였다. (지금 상황이) 큰 틀에 보자면 (계획에) 변화는 없는 셈이다.”
콘솔에서 온라인으로. 콘솔 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개발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 자체로 보면 같다. 또한, 온라인 게임에서 콘솔 게임의 특장점을 가져오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이누카는 콘솔 시절 경험의 장점만 뽑아서 온라인 게임 개발에 적용하는 중이다.
“이렇게 하면 안되는구나… 하는 과거 콘솔 개발 경험이 활용된다. 온라인 게임에서 일정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인 2개가 작업량과 변경이라고 생각한다. 작업량은 물리적인 양이 될 수도 있고, 프로그램과 그래픽 파트 사이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생기는 손실일 수도 있다. 변화는 곧 시간과 직결된다. 나쁜 예를 들자면, 이거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해 보자, 그런데 재미 없네… 하는 동안 시간은 훌쩍 흘러간다.”
이현기 이사에게 ‘작업량’와 ‘변경’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물었다. 먼저 그는 작업량에 대해 “무조건 자동화라는 철칙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효율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결과물 덩어리를 무조건 자동으로 확 쏟아 내는 것이 아니라, 쓸 데 없이 시간이 드는 반복작업을 자동화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월드가 크기 때문에 손으로 일일이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자동화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엔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누카의 MMORPG는 특정 상용 엔진이 아니라, 몇 개의 미들웨어를 강하게 커스터마이징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미들웨어 몇 개를 개조해서 쓰고 있다. 밑바닥부터 엔진을 만든다고 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또 완벽하게 잘 갖춰진 엔진을 쓰라고 하면 답답할 것 같다. 자체 엔진과 언리얼 엔진 3 같은 상용 엔진의 중간 형태라고 보면 된다. 조립해서 쓰는 개념으로 미들웨어 4~5개가 모인 규모다.”
즉, 이누카의 첫 MMORPG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완성된 게임 엔진과 툴이 생겨나는 모양새다.
유연성과 뚝심. 두 번째로 ‘변경’에 대한 질문은 이내 개발팀의 운용과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다. 현재 이누카에서 신작 MMORPG 개발에 투입된 인력은 50 명이 넘는다. 앞으로 100 명까지 늘어날 예정. 이현기 이사는 개발팀의 유연성과 순발력에 대해 말을 꺼냈다.
“개발팀이 커지면 유연성과 순발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것을 예방하려고 팀 내부에 그 팀을 축소한 듯한 순발력 있는 팀을 만들었다. 그 팀은 정식으로 뭘 만드는 게 아니라, 어떤 것이든 빨리 만들어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거 재미있을 것 같은데? 싶으면 바로 만들어서 확인해 보는 것이다. 일종의 TF(태스크포스) 같은 개념으로, 이슈가 있으면 모였다가 흩어졌다가를 반복하는 식이다.”
이누카는 이현기 이사처럼 콘솔 게임 경험을 가진 개발진이 절반 정도고, 나머지 절반은 온라인 게임을 주로 만들어 왔던 개발진으로 구성돼 있다. 언뜻 보면 두 경험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지만, 의견 충돌도 우려되는 구성이다. 이현기 이사는 “산으로 갈 이유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공이 많더라도 최종 결정은 심지가 굳게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콘솔과 온라인 출신 개발자들의 비율은 반반 정도 된다. 물론 의견도 모으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봤더니)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최종 결정은 내가 내려서 진행한다. 산으로 갈 이유는 없다.”
그는 유저들과의 소통에서도 들은 건 듣되 뚝심을 지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콘솔 게임은 하나 만들면 손을 털 수 있는데, 온라인 게임은 오픈 베타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니까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저들의 요구에만 귀를 기울이다가 중심을 잃고 싶지는 않다. 기본적인 방향성은 제대로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현기 이사는 MMO에 도전하기로 결심하면서 국내에서 오픈 베타를 시작한 MMORPG를 집중적으로 해 봤다고 밝혔다. MMORPG의 콘텐츠와 시스템이 무조건 새롭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만들고 있는 MMORPG에 대해 “7:3이나 6:4 정도로 기존에 익숙한 재미의 비율을 좀 더 높게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나머지 3할~4할에서는 상당히 도전적인 시도를 하려는 표정이었다. 실제로 기자가 둘러본 이누카 개발실에는 눈길을 끄는 모니터 속의 작업물들이 꽤 많았다.
마감 정신. 설립 후 지금까지 약 11 개월, 이누카의 신작 MMORPG는 이제 막 5부 능선을 넘고 있다. 프로젝트 중반에 다다른 지금, 그들은 ‘시간’에 대해 철두철미한 관념을 밝혔다. 생각해 보면, 콘솔 게임의 풍부한 경험이 빛날 수 있는 대목일 것이다.
이현기 이사와 기자가 스무고개를 벌이는 걸 지켜보던 김성덕 대표가 본격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판타그램 유럽 대표이사를,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블루사이드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몸에 밴 마감 정신을 역설했다.
“약 15년 동안 게임업계에 몸담아 오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개발 일정’이다. 지금도 직원들에게 강조, 또 강조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콘솔 게임의 경우 퍼블리셔와 약속한 일정이 늦어지면 막대한 페널티가 따른다. 퍼블리셔가 준비해 놓은 매장과 광고 공간, 광고물, 패키지 생산 등 모든 것이 어그러지기 때문에 일정은 생명과 같다. 그동안 그런 환경 속에서 일해 왔다.”
일정 엄수를 위해 이누카는 내부 시스템으로 매번 결과물을 점검하고 있다. 김성덕 대표는 “만약 늦어지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내용에 충실하면서 그 부분을 회복할 수 있는 자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꿈. 이누카가 꿈꾸는 미래는 꽤나 독특했다. 적어도 지금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회사들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비전이다. 바로 PC용 MMORPG의 성공을 바탕으로 AAA급 콘솔 게임 제작 역량도 갖춘 세계 정상급 멀티플랫폼 게임 개발사가 되는 것이다. 물론 PC용 MMORPG가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르기에, 언제나 최우선 순위는 PC용 MMORPG다.
“이누카의 중심 플랫폼은 온라인이다. 물론 과거에는 콘솔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온라인이다. 그러면서도, 과거에 쌓은 콘솔의 경험을 버리지 않고 멀티플랫폼으로 나가는 개발사를 지향하고 있다. PC용 원작이 성공한 다음 그것을 콘솔로 컨버전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우리는 콘솔의 경험도 있고, 관련된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다.”
김성덕 대표는 이누카의 독특한 포지셔닝을 꼭 이뤄 내기 위해서라도 지금 만드는 첫 MMORPG의 성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수익을 내야 꿈꾸는 미래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한국 개발사가 제대로 된 PC용 MMORPG와 콘솔용 대작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첫 번째 MMORPG에 올인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콘솔을 겨냥한 컨버전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현기 이사 역시 “당연히 (콘솔 컨버전은) 하고 싶다. 그렇다고 이것을 중단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지금 만드는 PC용 MMORPG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그들은 마감 모드인양 치열하게 달리고 있었다. “국내만 겨냥한 게임이 아니다. 전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게 만들고 있다”는 김성덕 대표의 말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