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몬즈 소울>의 다케시 카지(오른쪽 사진) 프로듀서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GC 2010 ‘<데몬즈 소울>의 게임 디자인’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데몬즈 소울>은 높은 난이도와 멀티를 최소화한 싱글 위주의 게임 플레이가 특징으로, 처음 등장했을 당시 “시대를 역행하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에서부터 점차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일본에서만 77만 장이 판매되고, 게임 관련 상을 싹쓸이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시대를 역행한다는 평을 받고, 광고도 하지 않았던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힘이 무엇일까. 다케시 카지의 강연으로 알아보자.
■ 내가 좋아하는 게임보다 유저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게 된 제작 환경
다케시 카지는 강연에 앞서“유저들은 <데몬즈 소울>에 대해 ‘전통적인 게임 방식’, ‘극악의 난이도’, ‘새로운 네트워크 방식의 사용’을 떠올린다. 우리는 처음 개발할 때부터 이런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의식하고 게임을 개발했다. 왜 이러한 것을 의식하고 이러한 평가를 받으려고 했을까? 시대를 역행하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라는 회사의 방침이 있었는데, 왜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를 대답하기 위해 게임 제작 환경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게임은 콘솔이나 PC등 게임 기기가 진화하면서 영상과 음악이 더욱 사실적으로 변했고, 상호작용이 강해졌다. 표현이 풍부해지면서 유저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전엔 마니아만 즐길 수 있었던 게임이 지금은 라이트 유저들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가 발전하면서 게임의 표현력이 매우 좋아졌다. 이로 인해 기존의 마니아 뿐만 아니라 라이트 유저도 늘어났다.
개인이 개발하던 게임에서 대규모 개발사가 만드는 게임으로 시장 환경도 바뀌었다. 제작 비용이 급등하고, 제작인원도 증가하면서 게임 제작에 대한 위험요인도 커지게 됐다. 이로 인해 제작 환경이 개발자 중심에서 유저 중심으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이 아닌, 잘 팔리는 게임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인기 있는 타이틀의 속편, 인기 영화·드라마의 게임화 또는 잘 팔리는 게임을 따라하는 게임만 시장에 가득 차게 됐다.
다케시 카지는 이 상황이 결국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그대로 매몰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게임의 매너리즘으로 이어져 게임에 질린 유저는 게임을 하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게임업계가 쇠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최근 게임 타이틀의 주류는 유명 게임의 속편, 인기 원작의 게임화, 인기 게임과 비슷한 스타일의 게임이다. 거대 자본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다.
■ 오직 재미만 생각한 게임 플레이
다케시 카지는 <데몬즈 소울>을 통해 이런 게임업계의 현실을 뒤집고 싶었다. 그래서 게임의 본래의 재미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원점 회귀’를 가장 큰 목표로 세웠다.
게임의 재미를 제외한 요소(트렌드, 인기)는 아예 배제했다. 프로듀서로서 수익적인 부분도 생각해야 했으나,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가장 먼저 중점을 둔 것은 게임 플레이다. 이를 위해 <데몬즈 소울>은 ‘잘 팔릴 것인가?’,‘그래픽은 좋은가?’를 생각하기에 앞서 게임을 플레이, 즉 노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물론 그래픽이나 사운드 같이 바로 알 수 있는 부분에 중점을 두면 유저들은 그 곳에 가장 먼저 반응할 것이다. 하지만 <데몬즈 소울> 제작진은 놀이에 가장 중점을 두고 진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제작자 본인이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 외엔 다른 어떤 주문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발자가 재미있다고 납득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로 인해 다케시 카지는 회사에서 동료 프로듀서 외엔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노력했다. <데몬즈 소울>의 경우, 디렉터인 미야자키의 머릿속에 있던 세계가 표현된 것으로, 세계관이 허술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채우려고 유저들이 직접 백그라운드 스토리를 만들게 됐고, 그 내용에 서로 공감하면서 게임에 빠져들었다.
세계관이나 게임의 배경이 정해져 있으면 플레이어의 상상력은 멈춰진다. 이를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유저들은 스스로 만든 콘텐츠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 신념으로 만들어진 <데몬즈 소울>
<데몬즈 소울>은 상당히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도전이었다. 스케일은 컸지만 마케팅 스타일의 제작 방식은 아니었다. <데몬즈 소울>은 개발자 중심의 게임으로, 궁극적으로 게임성을 중시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제작 인원이 적고 예산도 적었다.
회사에서도 의견이 순조롭게 통과한 적이 없다. “이런 네트워크 방식이면 굳이 온라인으로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게임을 더 쉽게 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등 많은 반대에 직면했다.
유저들의 의식과 기호를 생각했을 때 <데몬즈 소울>은 리스크도 크고 불안감도 컸다. 해외 발매가 늦어지는 점도 불안했다.
다케시 카지는 “숱한 불안 속에서도 <데몬즈 소울>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개발자가 원하는 게임을 반드시 만들고 싶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신념만으로 안 되는 것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데몬즈 소울>을 만들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데몬즈 소울>을 만들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유저들은 게임이 어떤 경위로 만들어지는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재미만 있으면 된다. 이런 부분을 잊지 않고 독창성과 재미가 넘쳐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