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시키지 말아라, 눈빛으로 말해라. 그리고 절차를 뒤집어라.”
엔트리브소프트 노우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오른쪽 사진)는 ‘<프로야구 매니저>의 로컬라이징 사례’ KGC 강연에서 성공의 3요소에 대해서 위와 같이 말했다.
<프로야구 매니저>는 지난 4월 오픈 베타(OBT)를 실시한 후에 동시접속자수 2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한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엔트리브소프트는 2년의 개발 과정을 거친 끝에 국내에 게임을 선보였다.
노우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게임에서 로컬라이징은 ‘현지화’로 해석된다. 이는 ‘한글화’와는 다르다. 한글화는 현지화의 일부일 뿐”이라면서 로컬라이징의 뜻을 설명했다.
그는 엔트리브소프트가 국내에 퍼블리싱한 게임들을 사례로 들며 로컬라이징의 실패와 성공을 ‘로컬라이징’, ‘매니저’, ‘성공’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 [실패 요인] 현지 이해 부족, 어려운 소통, 대응 속도
노우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공개한 첫 번째 실패 요인은 바로 ‘현지 이해의 부족’이다.
해외에서 제작된 게임인 만큼 국내 유저들의 성향이 고려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 퍼블리셔로서 로컬라이징 과정에서 국내 실정을 반영했어야 했는데, 이를 놓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엔트리브소프트가 서비스한 MMORPG에서 마을 앞 필드의 사라진 몬스터를 예로 들었다. OBT 초기에 국내에 유저들이 대거 몰리면 몬스터 품귀 현상이 예상되므로 이를 개발사에게 수정해 달라고 엔트리브소프트가 요청했으나 개발사는 “우리는 완전한 밸런스를 자랑한다”며 거절한 것이다.
결국 마을 앞 몬스터들은 유저들에게 대규모 학살을 당한 채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이로 인해 이 게임은 막 접속한 초보 유저들로부터 큰 빈축을 사게 됐다.
두번째 실패 요인은 해외 개발사와 국내 퍼블리셔 간 소통의 어려움이다.
국내 상황을 잘 모르는 해외 개발사는 퍼블리셔의 요청 사항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결국 개발사는 퍼블리셔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요청 사항이 해결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하지만 개발사가 문제의 사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설사 게임을 수정하더라도 개발사들이 볼 때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마지막 실패 요인인 대응속도 역시 이와 연계돼 있다. 개발사들을 설득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유저들도 많이 이탈한다는 것이다.
노우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문제가 발생하면 개발사에 요청하고 해결되는 게 당연한 순서다. 하지만 국내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개발사 때문에 설득이라는 무의미한 시간이 소요되며 수정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사례로 든 MMORPG는 지난 7월 6일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 <프로야구 매니저>로 살펴본 성공 사례
노우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이전 게임의 실패를 통해 <프로야구 매니저>가 성공하게 됐으며, 이는 앞에서 언급한 3가지 요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개발사를 이해시키기보다는 직접 게임 개발을 통해 엔트리브소프트는 ‘현지 이해의 부족’을 해결했다.
<프로야구 매니저>의 경우, 이미 국내에서 성공한 다른 야구 게임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글화만으로는 흥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엔트리브소프트는 <프로야구 매니저>의 재개발을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에 겪은, 개발사와의 어려운 의사소통이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트리브소프트가 꺼내든 카드는 바로 ‘계약서’였다.
엔트리브소프트는 계약서를 통해 소스, 라이브러리, 운영 툴 등을 확보했다. 또 현지 수정 권한을 확보함으로써 개발사에 수정사항을 일일이 사전에 보고해야 하는 불필요한 절차도 없앴다.
노우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권리 확보를 절대 포기하지 말고 질 좋은 서비스를 하는 데 불리한 조항에 대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끈질기게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엔트리브소프트는 국내 사업팀과 국내 개발팀을 통합하고 해외 개발사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긴급한 사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돼 유저 불만을 줄일 수 있었다.
■ 매니저 게임의 약점을 자체 개발로 해결하다
엔트리브소프트가 꼽았던 <프로야구 매니저>의 초기 약점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게임이라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게임도 오래됐고, 신규 장르라서 흥행이 불투명하다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엔트리브소프트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린 결론은 ‘자체 개발’이었다.
엔트리브소프트는 직접 개발을 통해 연산처리를 향상시켜 경기시간을 단축시켰고, 게임의 해상도도 높였다. 또, 한국 실정에 맞춰 부분유료화 모델을 전면 수정하고, 시즌 진행 방식도 변경했다. 그리고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고, 트레이 기능을 넣는 등 게임을 대폭 수정했다.
노우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단순한 현지화에 머물지 않고 현지 개발을 통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런 개발이 가능하게 된 것은 ‘높은 효율, 높은 보상’(High Efficiency High return)이 기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