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아시아 최대의 게임쇼’라는 도쿄 게임쇼(TGS)가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9일 폐막했습니다. 올해 TGS는 알찬 신작과 다양한 볼거리들이 공개돼 전반적으로 ‘볼거리 풍성했던 게임쇼’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체 방문자 수도 20만 명을 넘어셨지요.
하지만 모든 게임쇼가 그렇듯, TGS 역시 완벽한 행사였다고 말하기에는 왠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에 디스이즈게임은 TGS에 참관한 음마교주, 이터비아, 깨쓰통 3명의 기자를 통해 TGS 2010의 ‘좋았던 것’들과 ‘아쉬웠던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도쿄(일본)=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음마교주의 ‘좋았던’ 것 - 마이크로소프트 부스
마이크로소프트에게 TGS에서 Xbox360 부스를 낸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입니다.
Xbox360의 라이벌인 PS3의 본토가 바로 일본이기 때문이지요. Xbox360이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PS3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MS의 TGS 출전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고 비유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MS는 매년 다양한 신작 게임들을 TGS에서 공개해 풍성한 볼거리를 보여줍니다. 올해 역시 Xbox 360용 모션/음성 인식 컨트롤러인 ‘키넥트’(KINECT)를 비롯해 다양한 신작 게임들을 대거 공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어 모았습니다.
특히 이 키넥트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몸을 흔들어야’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관람객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는 쓸 데 없는 고민이었습니다. 실제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즐겁게 참여했으니까요.
아무래도 처음 보는 모션/음성 컨트롤러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을까요?
이런 키넥트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 부스는 적어도 관람객들이 ‘즐기고 가기’에 좋은 장소였습니다. 물론 키넥트 외의 신작 게임들도 풍성했는데, 특히 <아이돌 마스터 2> 같은 게임은 개발사인 반다이남코 부스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서만 공개됐다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 음마교주의 ‘아쉬웠던’ 것 - 스퀘어에닉스 부스
TGS에서 스퀘어에닉스는 매년 ‘히어로’ 였습니다. 무엇보다 인기 게임 <파이널 판타지> 신작이 TGS에서 공개되고, 유저들이 직접 시연할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하지만 올해의 스퀘어에닉스 부스는 <파이널 판타지> 신작도 없었고, 주목받을 이슈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신작 게임들 역시 거의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개막 이전에는 <파이널 판타지 베르서스 13>이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로는 영상만 나왔죠.)
매년 스퀘어에닉스 부스는 신작 게임을 취재하려는 기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부스 도우미들 사이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습니다만, 올해에는 실랑이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부스가 존재감이 없었다고 할까요?
▲ 이터비아의 ‘좋았던’ 것 - 게임스쿨 에어리어
우리나라 지스타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 게임 교육기관들이 매년 TGS에서 자신들이 만든 ‘아마추어 게임’들을 전시합니다. 올해도 교육기관들이 ‘게임 스쿨 에어리어’ 라는 별도의 공간을 통해 관람객들을 만났는데요.
그런데 이 곳이 은근 ‘대박’ 이었습니다. 웬만한 중소 게임사 부스에 뒤지지 않는 부스 퀄리티를 보여줘, 관람객들이 즐겁게 놀다 가기에 좋았다는 평가인데요. (학생들이 직접 부스 모델로 나서 코스프레를 하고 관람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아이폰용 게임부터 아이패드, PSP, PC 등 장르와 플랫폼을 불문하고 다양한 종류의 게임들도 선보여 볼거리 역시 풍부한 편이었습니다. 물론 ‘게임’의 퀄리티는 아직 아마추어 게임들인 만큼 부족함이 있었지만, 보다 많은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게임을 알리려는 그들의 노력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 했습니다.
▼ 이터비아의 ‘아쉬웠던’ 것 - 휴식공간 부족
TGS는 게임을 시연하지 않고서 부스만 둘러보는 데도 몇 시간이 걸릴 정도로 굉장히 큽니다.
그런 만큼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휴식공간’은 게임쇼의 필수입니다. 아쉽게도 올해 TGS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제로’ 였습니다. 이 때문에 전시장 곳곳에서는 땅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홀과 홀 사이 통로는 ‘앉는 장소’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보통 다른 게임쇼에서는 카페나 푸드코트 등에서 먹을 것을 시킨 후에 잠시 앉을 수 있지만, TGS는 ‘밥’ 마저 서서 먹어야 하는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행사이므로 공간이 비좁아서 생긴 일이었겠지요. 관람객들을 위한 배려가 아쉬웠습니다.
▲ 깨쓰통의 ‘좋았던’ 것 - 마니아 대상 공연 행사
비야냥 거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들의 게임에 대한 열정. 그 열기가 최고라는 뜻입니다.
TGS가 개막하자마자,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정리권’(일종의 입장권)을 얻기 위해 전력을 다해 배포처를 찾아 뛰어가는 건 기본이고, 행사가 시작하자 가수(성우)의 선창에 맞춰 각종 노래들을 따라부르거나, 어디 아이돌 가수 공연에서나 등장할 법한 도구들을 일사 분란하게 흔드는 등 대단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별다른 혼잡 없이 질서 정연하게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은 확실히 TGS 및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컬쳐쇼크’가 아닐까요?
▼ 깨쓰통의 ‘아쉬웠던’ 것 - 부스 특전 상품
‘게임쇼’라고 하면 행사장을 빠져 나올 때 가득 들고 나오는 ‘특전 상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죠. 올해의 TGS 역시 각각의 부스들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해에 비해 그 숫자가 엄청나게 줄어 들었고, 얻을 수 있는 상품의 갯수도 적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이번 TGS에서 얻을 수 있었던 상품을 보면 대부분이 ‘가방’ 이었고, 가방 외에는 안내책자나 부채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레벨 5의 <니노쿠니> 가방과 캡콤의 <몬스터 헌터 포터블 3> 가방 등은 품질이 좋아 소장 가치가 충분했지만 그 외에 다른 부스는 이렇다 할 상품이 없었는데요.
온라인 게임업체인 감마니아는 이번 TGS에서 어깨에 매는 큰 가방을 선물로 나눠줬지만, 정작 그 가방 속에 담을 부스특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