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간 해외 시장은 한국 온라인게임의 든든한 '플러스 알파'였습니다. 2000년대 초, <리니지>는 그 나라의 인터넷망을 다운시킬 정도 대만에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미르의 전설 2>는 국내보다 중국에서 훨씬 큰 인기였죠. 여전히 중국 매출은 화수분에 가까운 역할을 합니다.
<라그나로크>는 일본에서 활짝 폈죠. <건바운드>는 남미 스페인어권에서 '국민게임' 대접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도 많은 게임들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두어왔죠.
하지만, 해외 시장도 더 이상 '엘도라도'가 아닙니다. 각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경쟁이 무척 치열해졌으니까요. 과거처럼 빵 터진 게임들이 나오기 힘들어졌죠. 깃발만 꽂으면 됐던 좋은 시절은 지났고, 이제 제대로 알고 제대로 공략해야 하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디스이즈게임은 올해 7~8월 국내 게임업체(25개 업체)의 해외 담당자을 대상으로 해외 시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많이 부족한, 첫 시도였습니다. 설문 문항의 정합성이나, 표본 규모의 총체성, 결과 해석의 논리성에 오류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향후 좀더 발전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아둥, 알트
■ 성장 가능성 No. 1 러시아!
러시아가 유럽과 남미를 제치고, 향후 5년 간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해외시장으로 꼽혔습니다.
러시아는 최근 불과 4년만에 온라인게임 시장이 10배 수준으로 성장한 곳입니다. 2002년 'e 러시아 프로젝트' 시행 이후, 국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대도시의 초고속통신망 인프라가 빠르게 확장한 덕분이죠. 그런 까닭일 겁니다. 다른 나라나 권역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은요.
유럽과 남미는 러시아에 이어 공동 2위에 올랐습니다.
유럽은 다양한 국가와 언어 등 진입장벽이 결코 낮지 않지만, 시장 사이즈와 높은 객단가(ARPU) 등이 매력적인 곳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큰 잠재력을 인정받는 남미는 인프라 성장이 기대보다는 조금 느린 점이 아쉽지만, 조만간(?) 터질 '포텐셜'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은 성장 폭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아랍권과 일본은 큰 변화 없이 약간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향후 5년간 해외 온라인게임 시장의 권역별 성장 가능성은? (Y=응답자 수)
■ 화성에서 온 우리, 금성에서 온 그대 역시 커뮤니케이션이 문제였습니다. 해외수출 과정에 있어 애로점을 묻는 설문에서 해외 파트너와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25개 업체 중 22 곳이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거나 많이 있다'고 답해 주었습니다. 현지화 작업에도 애로점 있다(있거나 많이 있다)고 답한 곳도 18 곳이나 됩니다. 또한, 정부기관 주도로 각종 수출상담회와 게임관련 행사 개최, 정기간행물 및 출판물을 배포하고 있음에도 해외업체 관련 정보에 목말라하는 업체가 19곳에 달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국내온라인게임 수출 시 회사나 게임의 인지도가 부족하여 고생했다는 의견이 적은 것은 그 만큼 높아진 국내 게임산업의 위상을 방증하는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래 표는 설문조사 결과를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계량화한 수치입니다.
■ 이런 해외 퍼블리셔가 좋다
국내업체가 해외 퍼블리셔를 선택할 때, 반대로 해외업체가 국내게임을 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과연 뭘까요?
이에 대해 국내업체들은 해외 퍼블리셔의 '경험'에 가장 큰 무게를 두었습니다. 반면 해외 업체들은 국내시장의 '성적'에 방점을 찍었고요. 이와 더불어 현지 시장과 '어울림'에도 주목했습니다.
국내시장에서 성공한 게임이 해외 시장의 트렌드에 부합하고, 현지에서 퍼블리싱이 풍부한 업체와 만난다면 대박이 나는 거겠죠. ^^;
국내업체가 경험 다음으로 고려하는 사항은 해외 퍼블리셔의 현지 시장점유율입니다. 그 뒤를 계약금이 따랐습니다.
반면 해외업체는 국내 게임의 성적과 현지 시장과 어울림에 이어 계약조건, 현지화 지원 등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문 문항이 다소 겹치는 부분도 있고, 비중이 다른 면도 있어서 이 설문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피해야 할 듯합니다. 그럼에도 양 측에서 첫 번째 조건으로 꼽은 항목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현지 퍼블리셔 선택 시 고려 기준 평균 (Y=점수(10점 만점))
국내업체 선택 시 고려 기준 (Y=점수(10점 만점))
■ 중국의 추격이 위협적이다
중국은 가장 큰 시장일 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 분야에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게임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향후 5년 간 국산 온라인게임 수출의 가장 큰 위협요소로는 25 곳 모두 '중국 등 타국가의 경쟁사들의 증가'에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 중 80%가 넘는 21개 업체는 '매우 그렇다' 고 답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해외 온라인게임 시장의 포화도 응답자 절반이 위협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최근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모바일, 웹, 소셜네트워크 게임의 유행은 응답자 중 10곳만 위협적으로 보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권역 별로 조금 차이는 있으나 국내 온라인게임의 주력 수출 장르인 RPG의 경우 해외 퍼블리셔 역시 유저층이 다르다고 판단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과거 국내게임의 해외서비스 시 발목을 붙잡곤 했던 해킹 및 불법서버의 경우 응답자의 10곳이 위협적이거나 매우 위협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아래 표는 설문조사 결과를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계량화한 수치입니다.
■ 한국 온라인게임 vs 중국 온라인게임
그렇다면, 국내 온라인게임 수출의 가장 큰 위협으로 될 것으로 지적된 중국 온라인게임의 수준을 해외사업 담당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국산 온라인게임과 비교해서 물어봤습니다.
응답자의 17곳이 그래픽과 콘텐츠의 질, 14곳이 현지화 수준은 한국이 강하거나 매우 강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인적 자원을 필요로 하는 콘텐츠 량과 업데이트 부분은 각각 19곳, 13곳이 중국 게임보다 약하거나 매우 약하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그 밖에 커뮤니티 요소, 보안, 서비스 지원은 한국과 중국의 게임이 비슷하다고 판단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래 표에서는 6점이 기준입니다. 그 위일 경우, 한국의 경쟁력이 뛰어난 분야를 의미하며, 그 아래로 표시되는 항목은 한국의 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뒤진 영역입니다.
콘텐츠 량과 업데이트는 다소 중복되는 영역이지만, 분발이 필요한 부분인 듯합니다. 보안과 커뮤니티 요소도 마찬가지고요.
중국 온라인게임과 비교 국내 온라인게임의 강점, 약점 (Y=점수(10점 만점))
■ 마치며
이번 설문에서 놀랐던 건 중국 온라인게임이 국내시장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국내 온라인게임을 위협하고 있으며, 현장을 돌아다니는 해외담당자들이 느끼는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우물 안에만 있다가, 우물 밖을 한번 점프해서 엿본 느낌입니다. 그만큼 바깥 세상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물론 점프 한번으로 바깥을 객관적으로 묘사할 수는 없겠죠. 바쁜 중에도 설문에 응해준 해외사업 담당자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파이팅!'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