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노쿠니>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을 만든 지브리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레벨5에서 게임을 개발한다고 해서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도쿄게임쇼에서는 닌텐도DS로 개발 중인 <니노쿠니: 칠흑의 마도사>의 시연 버전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6월, 레벨5는 닌텐도DS 버전과 별개로 PS3 버전의 <니노쿠니>를 발표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고스란히 HD 고화질 게임으로 옮기는 작업의 결과는 어땠을까? 올해 도쿄게임쇼에서 직접 체험한 <니노쿠니: 하얀 성회의 여왕>의 첫인상을 정리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니노쿠니> 시놉시스 게임 속 현실의 세계 이치노쿠니에 사는 주인공 올리버는 사랑하던 어머니를 여의고 슬픔에 잠긴다. 그런데 뚝뚝 떨어지던 올리버의 눈물이 인형에 닿자, 놀랍게도 인형이 니노쿠니의 요정 시즈쿠로 되살아난다. 올리버는 시즈쿠의 손에 이끌려 어둠의 마도사가 지배하는 니노쿠니를 구하기 위해 환상적인 모험에 나서게 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살린 그래픽
<니노쿠니: 하얀 성회의 여왕>(이하 니노쿠니)은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RPG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정해진 동선을 따라 필드를 이동하고, 마을을 방문하며 각종 퀘스트를 풀면서 스토리를 감상하게 된다. 중간 중간 (지브리가 만든) 컷신을 볼 수 있고, 필드나 던전 등을 탐험하고 몬스터와 전투를 치를 수도 있다.
<니노쿠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그래픽이다. PS3 버전은 카툰 렌더링 기법을 사용한 풀 3D 그래픽인데, 전반적으로 지브리 애니메이션 특유의 포근하면서도 부드러운 연출을 게임 안에서 잘 녹여내고 있었다.
진행 도중 지브리표 컷신이 재생되는데, 애니메이션과 게임이 전환될 때 별다른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할까? 이 부분은 확실히 닌텐도DS 버전이 갖지 못한 ‘가정용 게임기’ PS3 버전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닌텐도DS의 저해상도 그래픽에서 오는 아쉬움을 달래줄 PS3 버전의 그래픽.
커맨드 입력 방식의 익숙한 전투
TGS 현장의 <니노쿠니> 시연대에서는 2가지 모드 중 하나를 골라 게임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하나는 주인공 올리버가 니노쿠니에서 처음 도착한 마을을 배경으로 간단한 퀘스트와 이벤트 영상을 즐기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숲을 배경으로 전투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이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전투. <니노쿠니>의 전투는 ‘액티브 턴’ 방식으로, 플레이어가 자신의 턴에 커맨드를 입력하면 해당 동작을 실행하는, 최근 일본에서 제작된 대부분의 RPG에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이다.
시간이 지나면 적과 자신의 턴이 번갈아 돌아오고, 자신의 턴에서 커맨드를 입력하면 해당 동작이 실행된다.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주인공 올리버와, 소환수 ‘루치’, 그리고 히로인 ‘마루’와 그녀의 소환수까지 모두 4명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올리버와 루치 뿐이고, 나머지 2명은 자동으로 알아서 싸우는 방식이었다.
플레이어의 턴이 돌아오면 올리버와 루치 중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해 ‘근접전투’, ‘마법사용’ 같은 커맨드로 싸울 수 있다. 조작하지 않은 캐릭터도 중간 중간 플레이어가 ‘전력을 다해 공격’, ‘수비에 집중’ 같은 방침 정도는 지정해 줄 수 있었다.
참고로 마법의 경우 닌텐도DS용 <니노쿠니: 칠흑의 마도사>는 터치펜을 이용해서 문양을 직접 그리면 발동하는 방식이지만, PS3 버전은 단순한 커맨드 입력 방식이었다.
검을 든 루치는 근접형 캐릭터, 올리버는 마법을 사용하는 원거리형 캐릭터다.
전반적으로 간단한 전투 시스템이고 어렵지도 않다. 이런 종류의 RPG를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면 금세 익숙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전투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보스전은 몬스터의 패턴에 따른 커맨드 입력이나 순발력이 있어야 수월하게 풀어 나갈 수 있었다.
TGS 시연버전 보스 ‘혼 타우로스’ 전투 영상
위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보스는 일반 몬스터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패턴을 갖고 있다. ‘혼 타우로스’ 같은 경우에는 중간에 분노하며 돌진해오는 패턴이 있는데, 이 때 적절하게 ‘가드’ 커맨드를 입력해서 막아내면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식이다. 앞으로 정식으로 출시되면 다양한 패턴을 사용하는 적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쉽고 무난했던, 앞으로가 기대되는 시연 버전
TGS에서 공개된 <니노쿠니: 하안 성회의 여왕> 시연 버전은 한마디로 ‘무난했다’. 그만큼 쉽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인 난이도 역시 대중성을 고려했기 때문인지 쉬웠다. 마을에서 수행하는 퀘스트만 해도 가이드 역할을 하는 ‘시즈쿠’만 따라다니면 바로 목표로 하는 NPC나 오브젝트를 찾아내고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니노쿠니>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특유의 포근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게임 안에서도’ 잘 살리고 있었다. 10분 남짓한 짧은 체험이었지만, 스토리와 연출 면에서도 충분히 기대를 가질 만했다.
<니노쿠니>는 닌텐도DS용 <칠흑의 마도사>가 오는 12월 9일 일본에서 발매되며, PS3용 <니노쿠니: 하얀 성회의 여왕>은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