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온라인게임을 여러 업체가 동시에 서비스하는 ‘채널링 서비스’가 최근 온라인게임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거에는 NHN, 야후, 엠파스 등 비교적 게임컨텐츠가 취약한 포털들이 구색 갖추기 형태로 운영됐던 것이 최근에는 경쟁기업 간에도 윈윈전략의 일환으로 ‘채널링’이 도입되는 등 관련 서비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 채널링 서비스, 새로운 맞벌이 수단?
채널링 서비스가 관련업계에서 이렇게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개발사의 ‘유저풀 확대’와 게임포털의 ‘포트폴리오를 위한 라인업 확대’라는 상호간의 이해관계가 적절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채널링 서비스를 진행 또는 희망하고 있는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서비스 이용자가 충분히 확보된다면 파트너가 비록 경쟁상대라도 상관없다며 적극성을 띠고 있다.
한 게임개발사 관계자는 “채널링 서비스는 유저풀 확대라는 장점 외에도 다양한 마케팅, 홍보 채널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개발사로서는 매력적인 비즈니스 툴”이라고 말했다.
중, 대형 퍼블리셔들도 "퍼블리싱에 비해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원하는 라인업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채널링 서비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무한경쟁을 이루기에는 아직 시장규모가 턱없이 작기 때문에 우선은 경쟁보다 상호협력을 통해 시장규모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업계는 ‘채널링 서비스’를 새로운 ‘맞벌이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채널링 서비스’를 기업 간 전략적 비즈니스 툴로 적극 활용해 이윤을 최대화하고 규모를 키우겠다는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윈디소프트 관계자는 “채널링 서비스는 평균 기존 유저의 20~30% 정도의 유저풀 확대를 도모한다. 단기적인 수익개선보다 런칭 이슈 및 유저확대 등 장기적인 서비스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죽은 게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채널링 서비스는 경쟁에 따른 위험도를 줄이고 시장규모를 확대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이런 채널링 서비스가 당초 기대대로 ‘시장규모 확대’보다는 ‘특정게임에 대한 붐업’에만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규모 확대라는 표면적인 목표보다 밥그릇 챙기기 정도의 이해관계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타깃이 되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이 흥행에 참패한 것들이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채널링 서비스를 진행해도 큰 실적을 내기에는 어렵다고 시장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 서버분리 등 서비스 환경에 따른 계약조건에 따라 수익의 60~80% 정도를 분배받게 되는 개발사나 라인업 확대를 위한 퍼블리셔 모두 채널링 서비스를 통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는 <프리스타일> 등 일부 타이틀을 제외하곤 거의 전무하다.
결국 채널링 서비스는 성공모델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수익창출보다 흥행에 실패한 게임의 지속적인 서비스를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마케팅 관계자는 “맞벌이 수단으로 채널링 서비스가 도입되긴 했지만 다방면으로 시장조사와 성공가능성을 타진하고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트랜드에 편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대만큼의 실효는 거두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개발사, 마케팅 이상의 범위에선 독
게임포털이나 퍼블리셔들이 가지고 있는 마케팅 툴이나 유저풀 등은 확실하기 때문에 개발사에 있어 채널링 서비스는 일정부분 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채널링 서비스에 대한 이렇다 할 효과나 성공모델이 아직 없기 때문에 광고, 마케팅의 범주 밖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게임서비스 및 서비스 운영에 대한 신뢰도도 아직 낮은데다 성공모델 부재로 인해 서비스의 한 방편으로 채널링 서비스를 통한 개발사-퍼블리셔 또는 게임포털과의 협력이 그리 효과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시장상황에 따른 경쟁구도 변화를 위해 CJ인터넷, NHN, KTH, 프리챌, 엠파스 등의 포털업체나 예당온라인 같은 퍼블리셔들이 제휴, 협력 등 채널링 서비스의 모델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업계관계자들은 "이는 ‘기업의 경제성’을 따지는 큰 기업의 논리에 불과하다"며 다소 회의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채널링 서비스에 대한 시장성 검토나 세부계획 마련 없이 접근하게 되면 광고, 마케팅 툴로서의 효과도 보지 못할 것”이라며 “채널링 서비스를 새로운 퍼블리싱 형태로 받아들이기보다 게임의 효율적인 서비스를 위한 일종의 마케팅 툴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채널링 서비스가 이렇게 죽은 게임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 또는 광고, 마케팅의 트랜드로서 사용되다가 사그라드는 ‘독’이 될지, 아니면 퍼블리싱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 잡아 시장확대에 견인차 역할을 할 ‘약’이 될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