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버추얼 유튜버', '성우 아티스트', '애니송' 등 다양한 서브컬처 콘텐츠를 다루는 종합 전시 행사인 'Anime X Game Festival'. 즉 'AGF'가 지난 12월 2일과 3일, 일산 KINTEX에서 양일간의 일정으로 성공리에 2023년 행사를 마무리했다.
특히 올해 AGF는 전시 규모가 지난 해 대비 2배 가까이 증설되었고, 방문한 관람객들의 규모 또한 '역대 최고의 AGF'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공식 집계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사전 예약' 만으로도 지난 해 총 관람객수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행사장 내부는 양일간 '발 디딜틈' 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차 성황을 이루었다.
행사 첫날에는 오후 14시에 행사장을 방문해도 건물 밖에서부터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상의 '입장 대기'를 해야 간신히 입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인기 부스 앞에서는 '이동' 자체가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AGF는 '게임'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원신>, <붕괴: 스타레일> 등으로 유명한 호요버스가 메인 스폰서(공식 스폰서)로 참여하는가 하면, <승리의 여신: 니케>의 레벨 인피니트,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넷마블, <에픽세븐>의 스마일게이트 등. 다양한 게임사들의 참여가 이루어졌고, 관람객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단순하게 게임사들의 참가 규모와 이슈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에서 지스타 다음 가는 게임쇼' 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그렇다면 AGF에 대한 참여 게임사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그리고 올해 행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 혹은 풀어야 할 과제는 없을까?
공식 스폰서로 참여해서 <붕괴: 스타레일>, <원신>, <젠레스 존 제로> 등 다양한 게임 관련 이벤트 및 체험 코너를 제공한 호요버스
<라스트 오리진>의 스튜디오 발키리, <유희왕> 시리즈의 대원, <카운터사이드>의 스튜디오 비사이드 등. 다양한 게임사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그리고 어딜 가나 인산인해였다.
전반적으로 AGF 2023에 참여한 게임사들은 올해 행사에 대해 '만족스러운 행사' 였다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수도권에서 대규모 인원이 모일 수 있는 게임쇼가 몇 개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오프라인 행사 개최'에 대한 갈증을 AGF가 해갈해줬다는 데서 호평이 많았다.
서브컬처 게임에서 '오프라인 행사'의 개최는 점점 중요성이 주목 받고 있다.
이번 AGF 2023에 참여한 한 게임사 관계자는 "서브컬처 게임을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오프라인 행사'는 유저들에 대한 '소통' 및 '재투자'의 관점에서 점점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지스타는 여러 이유로 참여하기가 힘들고, 게임사 단독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이런 상황에서 AGF 같은 행사는 가뭄의 단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실제로 이번 AGF 2023은 우리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관람객들이 몰렸고, 이슈화 측면에서도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매년 AGF에 참가하고 싶을 정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 또한 "솔직히 올해는 반신반의하며 참여한 면이 없지 않은데,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굉장히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셨다. 굿즈 판매 실적도 예상치를 아득히 뛰어 넘어서, 더 많은 유저들에게 판매하지 못해 너무 아쉬울 정도다.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부스 규모를 늘려서 참가하고 싶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기 있는 게임의 굿즈 판매는 대부분 오전을 넘기지 못하고 당일 판매분이 '매진' 되는 모습을 손 쉽게 볼 수 있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올해 AGF에 참여한 '게임'사들의 부스는 대부분 인산인해를 이루며,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공식 스폰서'인 호요버스는 첫 날의 경우, 개장 1시간 만에 굿즈 판매 입장 대기열이 마감되는가 하면, 코스프레 포토존을 비롯한 각종 이벤트존도 발 디딜틈 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승리의 여신: 니케>로 부스를 꾸민 레벨 인피니트 또한, 굿즈 판매코너와 '스탬프 랠리' 등의 이벤트에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특히 이 게임사는 개발사인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와 유형석 디렉터 등. 그동안 유저들과 만나기 힘들었던 유명 개발자들이 오랜만에 무대 위에 올라 유저들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등. '소통의 장' 으로서도 AGF를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스를 방문했다가 알아보는 게이머와 즉석에서 소통에 나선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유형석 디렉터 (우측)
한편 <페이트/그랜드 오더>로 나온 넷마블은 단순하게 게임 관련 전시만 진행한 것이 아니라, 6주년 기념 발표 및 '카노 요시키' 개발 디렉터의 내한이 이루어져,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전반적으로 단순하게 '전시만 보는' 행사가 아니라, 여러 의미로 게이머들 입장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었던 '알찬 게임쇼' 였다는 평가가 가능한 이유다.
게임에 참여한 유명 성우 및 디렉터와의 간담회가 진행된 <페이트/그랜드 오더>
게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버추얼 유튜버, 만화, 애니송 및 성우 아티스트 등. 올해 AGF 2023는 다양한 서브컬처 분야에서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한 알찬 행사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평소에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일본의 유명 아티스트들의 무대 행사도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슈화도 이루어졌다. 덕분에 개최 기간 동안 AGF 관련 키워드가 관련 커뮤니티나 SNS에서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평소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유명인들의 내한과 관람객들과의 만남이 성사되어 계속 화제가 되었다. 사진은 부시로드의 '키다니 타카아키' 사장이 관람객들의 사진 촬영에 응하는 모습
팬덤이 거대한 것으로 유명한 '버튜버' 관련 무대도 진행되어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AGF의 고질적인 문제로 매년 지적되는 '관람환경'은 올해 들어서 개선되기는 커녕, 더 악화되었다는 악평이 지배적이다.
당장 '입장'만 하더라도 주최측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입장 지연' 문제가 심각했다. 행사 첫날인 2일에는 오전 시간에 최소 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간신히 입장할 수 있을 정도였고, 심지어 오후 14시에 행사장에 오더라도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행사장에 가면 당장 대기열의 위엄(?)에 압도될 정도였다. 참고로 올해 행사장은 지난 해 보다 2배 증설했음에도 이랬다.
첫 날인 2일에는 실내 뿐만 아니라 실외, 그것도 KINTEX 제 1전시장을 넘어 2전시장까지 입장 대기열이 형성되었다.
무엇보다 많은 논란을 야기한 것은 '철야' 이슈였다. AGF 2023은 유명 아티스트들의 내한이나, 개별 부스들의 한정 굿즈 판매 등이 이슈가 되면서 이를 목적으로 개최 전날부터 '철야'로 대기열이 길게 형성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물론 일본의 코믹마켓이나 도쿄 게임쇼, 중국의 차이나조이, 심지어 우리나라의 지스타에서도 일부 관람객들의 철야가 이슈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 AGF는 주최측에서 철야에 대해 어떠한 제재를 가하거나 해산을 시도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앞장서서 철야 대기열을 관리. 마니아들에게는 '철야 권장' 이라고 비춰질 만한 행보를 잇달아 보이면서 대규모 철야 대기열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일과 3일 새벽에 형성된 '철야 대기열'은 비공식 집계로 최소 수 천 명에서, 심지어 1만 명 이상이 형성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12월 2일 새벽, 서울 지역 최저 기온은 영하 4도였다.
2일 새벽, 1천 명이 넘는 유저들에 의해 철야 입장 대기열이 형성된 모습. 행사 개막 직전엔 1만 명까지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 정도였다.
AGF 2023은 메인 스테이지 이벤트의 경우 '선착순' 으로 입장권(정리권)을 배포했기 때문에, 더더욱 메인 스테이지를 보고자 하는 열성 팬들은 철야를 감행했다. 이 때문에 리셀러(이른바 되팔이)도 성행했다. 추첨제의 도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행사장 내부에서 관람객들의 이동 동선 통제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역시 많은 비판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승리의 여신: 니케> 레벨 인피니트 부스와 행사장 출입구, 그리고 메인 스테이지인 '레드 스테이지'의 입장 동선이 겹친 구역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다행' 일 정도의 혼잡도를 보여줬다.
이 밖에도 다양한 지점에서 '통제가 되지 않는' 유저들의 대기열이 형성되는가 하면, 입장동선이 겹쳐서 혼잡이 발생하는 등. 계속 문제를 야기했다.
일부 지역은 큰 사고 없이 끝난 것이 다행일 정도로 혼잡했다.
이에 대해 관람을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던 한 관람객은 "2시간 넘게 기다려서 입장했고, 입장권에만 2만원을 넘게 들였지만 안에서 이동하는 것조차 힘들어서 그냥 돈 날렸다 셈치고 빠져나왔다" 라면서 "직장인이라 철야도 못하고, 주말에 잠깐 시간 내서 보러 온 것인데,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안 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NS 등 커뮤니티에서 드러난 AGF에 대한 불만은 대부분이 관람환경에 대한 성토일 정도로 올해 AGF 2023은 '관람하기 힘든' 박람회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느 정도 열의를 가진 서브컬처 마니아들 사이에서 조차도 '철야하지 않으면 보기 힘든 행사' 같은 불만이 나올 정도면, 앞으로 행사 발전이나 규모 확장에도 악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다. 당장 내년에는 올해 행사에서 확인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관람하기 쉬운' 전시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실제로 올해 AGF는 대규모 박람회에서는 의례적으로 보이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행사장 내에서 찾아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