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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분석] 인수합병 열풍의 현황과 이유, 양극화

사라지는 중견업체들, 양극화와 성장 가능성

정우철(음마교주) 2010-10-08 18:12:46

올해 국내 게임업계 최대 이슈는 인수합병이다. 이미 올해 초부터 인수합병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1월 CJ인터넷이 씨드나인을 인수했고, 지난 7월 위메이드가 조이맥스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어느새 11건의 인수합병이 이루어졌다. 이런 추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졌다.

 

7월 말 넥슨은 게임하이의 지분 23%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경영권 인수 굳히기에 나섰고, 샨다게임즈가 <드래곤네스트>의 개발사 아이덴티티게임즈를 9,500만 달러(약 1,07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그라비티의 바른손인터랙티브 인수, NHN의 와이즈캣 인수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인수합병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활활 불타오르는 인수합병 시장

 

최근 인수합병의 모양새를 살펴보면 개발사 인수부터 중견업체 인수까지 다양하다. 그만큼 목적도 여러 가지. 자산이나 매출 증가를 위해, 또는 IP(지적재산권)와 개발력 확보 등 이유는 많다.

 

CJ인터넷과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는 판권과 개발력 확보를 위해 각각 씨드나인과 넥스트플레이, 씨알스페이스를 인수했다. 이는 보통 쉽게 볼 수 있는 인수합병의 모양새를 띠며, 차기작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지난 6일 <슬러거>의 개발사 와이즈캣 인수를 발표한 NHN도 여기에 속한다. NHN은 스포츠 장르의 라인업과 경쟁력(=개발력) 강화를 와이즈캣 인수 이유로 들었다. 이는 당장 <슬러거>를 NHN이 서비스한다는 것이 아니라 와이즈캣이 만드는 <슬러거> 후속작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한편 넥슨은 상반기에만 2개의 중견업체를 인수하면서 올해 인수합병의 큰손으로 나섰다. 넥슨은 <아틀란티카>의 엔도어즈와 <서든어택>의 게임하이를 20여 일의 차이를 두고 잇따라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며 열풍을 주도했다.

 

넥슨의 중견 게임업체 2곳 인수는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연매출 1조 원 시대를 노리는 승부수라는 분석이 많다. 또한 일본에서 준비 중인 상장을 위한 몸집 불리기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히트작(아틀란티카와 서든어택)의 IP와 차기작, 개발력 확보는 기본적인 인수의 효과다.

깜작 발표 중 하나였던 샨다게임즈의 아이덴티티게임즈 인수.

 

 

■ 살림합치기와 자금마련 등 이유도 여러 가지

 

올해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였던 게임업체들이 하나로 거듭나는 경우도 있었다. 바로 엔플레버와 이온소프트, NHN게임스와 웹젠의 합병이다.

 

이들은 사실상 회사 규모를 키우고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해 합병했다고 볼 수 있다인수합병이 중장기 전략 및 대형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준비의 일환인 셈이다.

 

게임과 관계없는 업체로 인수된 경우도 나왔다. 출판사인 황금가지가 YNK코리아를 인수했고, 모바일 플랫폼 업체 아로마소프트가 <헤센>의 개발사 이프(IF)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경우는 주로 경영난에 빠진 게임업체가 자금을 마련하려고 인수합병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YNK코리아를 인수한 황금가지는 인수 직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확보에 나섰다. 아로마소프트는 2배 이상 몸집이 큰 이프를 인수하겠다고 달려든 모양새다. 아로마소프트는 아직까지도 이프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 인수합병 시기와 방법, 하반기에 매달 1건꼴

 

인수합병의 시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상반기에 진행된 인수합병 11건 중 6건이 5월 한 달 동안 이루어졌다. 수치만 보더라도 약 50%의 인수합병이 5월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상반기 결산을 앞둔 6월이 넘어가기 전 인수합병을 마무리 짓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월에 2, 2월에 2, 7월에 1(사실상 6월에 발표)으로 분기 결산을 앞둔 3월과 6월에는 인수합병이 1건도 진행되지 않았다.

 

게다가 인수합병의 주체를 보면 대형업체가 중견업체를 인수하는 모양새가 대부분이다. 인수한 회사의 독립경영을 유지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국내 게임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다.

 

위메이드는 해외에서 강세를 보이는 조이맥스를 인수해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GSP) 강화를 꾀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자체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디지몬 마스터즈>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자 GSP로 기반을 닦은 조이맥스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가 시작된 7월 이후에는 매달 1건 정도 인수합병이 이루어지고 있다. 7월이 시작되자마자 위메이드의 조이맥스 인수가 있었고, 9월에는 샨다게임즈의 아이덴티티게임즈 인수가 진행됐다. 2건의 인수합병을 더하면 규모만 약 1,900 억 원에 이른다.

 

이후 9월에는 그라비티의 바른손인터랙티브 인수가, 10월에는 NHN의 와이즈캣 경영권 인수가 발표됐다. 이처럼 하반기에 접어들자마자 인수합병이 시작됐다는 것은 그동안 꾸준히 협상이 오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상황과 조건, 뜻이 맞는지 계속 검토하는 인수합병 후보들이 적지않은 것으로 안다. 연말까지 몇 건이 더 발표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련기사 모음] 2010년 게임업체 인수합병

 

CJ인터넷 씨드나인 인수, 모나크 판권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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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포인트블랭크의 제페토 지분 30%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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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제왕 출판사, YNK코리아 최대주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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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플레버 − 이온소프트 공식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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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아틀란티카의 엔도어즈 경영권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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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넥스트플레이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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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게임스+웹젠 합병, 4천억 규모 게임사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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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위즈게임즈, 127억에 씨알스페이스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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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소프트, 380억에 이프 지분 50% 인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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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732억 원에 게임하이 경영권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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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 693억 원에 조이맥스 경영권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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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다, 1,200억에 아이덴티티게임즈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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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비티, 드래고니카의 바른손인터랙티브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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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 슬러거 개발사 와이즈캣 경영권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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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게임업계의 성장 가능성과 우려

 

국내 게임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인수합병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형업체가 중견업체를 인수하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다양화보다 획일화와 대형화로 쏠릴 수도 있다는 우려다. 또 도전적인 투자보다 성공한, 검증된 개발진의 IP만을 선별해서 인수한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실제로 인수합병 열풍이 몰아친 상반기에만 상당수 중견업체들이 대형업체의 자회사로 재편됐다. 그 결과 현재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중견 게임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는 국내 게임업체 생태계가 대형과 소형으로 양분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계가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실력 있는 개발사들이 계속 대형업체에 종속되는 현상은 안정적인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창작성과 다양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요즘은 경쟁사에서 서비스 중인 히트작의 개발사도 마구 인수하고 있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수합병 열풍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형업체 중심의 게임업계 재편은 이미 미국이나 일본에서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 국내 개발사 대표는 “국내시장에서 신작의 성공확률이 극히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업체들이 검증된 IP와 개발력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개발사도 퍼블리셔로의 변신이나 상장보다 개성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개발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인수합병을 선호하고 있다. 인수합병 열풍 이후 한국 게임업계가 어떻게 경쟁력을 키워 나갈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넥슨은 인수합병을 통해 해외 공략을 위한 IP와 기반을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