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콘텐츠 저작권 문제 해결에 국회가 나섰다. e스포츠 지적재산권을 공개적으로 논하자는 자리였지만, 법적인 해석의 차이를 보이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허원제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e스포츠 콘텐츠 저작권 쟁점과 해결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오늘 공청회에는 블리자드 안 혁 법률대변인과 MBC플러스미디어 조정현 센터장을 비롯해 오원석 국제e스포츠사무총장, 드래곤플라이 김범훈 게임사업실장, 프로게이머 이제동 선수 등 각계각층의 e스포츠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참가했다.
이 밖에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김민규 교수와 연세대 법대 남형두 교수, 건국대 법대 정연덕 교수, 대한올림피언협회 송석록 사무총장이 발표자 및 토론자로 참가했으며,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과 미국 상공회의소 관계자도 청취자로 참석했다.
■ 재산권과 스포츠권의 충돌이 문제
공청회는 ‘법리적 해석’을 위주로 진행됐다. 발표자로 나선 남형두 교수(오른쪽 사진)는 먼저 블리자드에서 최악의 경우 <스타크래프트> 방송에 대한 저작권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현행법상 공표된 저작물을 인용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또는 비영리로 인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게임방송사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 만큼 이를 정당한 범위로 보기 어렵고, 비영리 방송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스포츠 경기라도 방송사에서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콘텐츠에 대한 중계권을 보장받는 만큼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영상저작물로 본다면 방송사에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발사의 저작권과 중계권을 별도로 본 것이다.
남 교수는 “블리자드에서는 엄청나게 반발하겠지만 <스타크래프트>를 스포츠적으로 볼수록 공공재적인 요소가 생겨나고, 결국 재산권과 스포츠권이 충돌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에 포함된 비영리 경기를 자유롭게 열 수 있도록 하자는 항목도 재산권을 침해한 위헌의 소지가 있는 만큼 이를 피해갈 수 있는 입법 기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 안 혁 법률대변인은 “e스포츠 종목으로 선정된 게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작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정당하지 않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만약 베트남에서 <카트라이더>가 인기를 끌자 앞으로는 허가 없이 <카트라이더> 대회를 열겠다는 입법이 행사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저작권자와 입장을 바꿔 자문해 볼 것을 주문했다.
■ 프로게이머 경기의 창작성과 실연 여부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창작적인 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국내 저작권법에서 2차 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이를 활용한 ‘창작성’이 인정돼야 한다. 혹은 저작물을 자신만의 예능적 방법으로 표현한 ‘실연자’로 인정받을 경우 자신의 실연방송을 복제하거나 방송할 권리를 갖는다.
예를 들어 A가 작곡한 노래를 B가 부를 때, B에게는 다른 장소에서도 자신의 노래를 복제하거나 방송할 권리가 있다. B는 A가 작곡한 노래의 실연자이기 때문이다. 만약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창작성과 실연자가 인정된다면 선수와 게임단은 자신이 플레이한 경기를 방송할 권리를 갖게 된다는 논리다.
남형두 교수는 “중계방송만 봐도 선수들의 플레이를 특정 지을 수 있는 만큼, 이를 실연으로 보고 선수를 또 다른 저작권자로 고려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틀넷에서 이뤄지는 활동의 결과물도 일종의 2차적 결과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블리자드에 귀속시킨다는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리자드 안 혁 법률대변인은 즉각 반발했다. <스타크래프트> 경기의 결과물이 창작적인 행위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안 혁 대변인은 “게임물은 CAD나 파워포인트처럼 다른 결과물을 제작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플레이를 창작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물론 노력과 시간의 투자는 인정하지만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선택하는 전략을 ‘사상과 감정 등을 예능적으로 전달하는’ 실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혁 대변인은 “대신 특정 인물 자체의 재산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퍼블리시티권과 초상권으로 선수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연덕 교수 역시 “프로게이머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약간의 숙련도밖에 없다”며 “실연권을 인정할 경우 아마추어 게이머의 실연권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 ‘모 아니면 도’식의 협상은 피해야
결국 이번 공청회는 저작권에 대한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다만 대부분의 참석자가 단순히 법의 판결에 매달린 극단적인 선택은 피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MBC플러스미디어 조정현 센터장은 “(지금의 상황을) 정서적인 면으로도 풀고 싶다. 협상 도중 양측 모두 수익보다 e스포츠 저변 확대를 먼저 생각하는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방학 시즌의 <스타크래프트> 시청률은 13~35세를 기준으로 케이블 방송 1, 2위를 다툰다며 방송사의 프로모션 툴로서의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주문했다.
조정현 센터장이 밝힌 주요 리그와 중계권 지급 내역.
조정현 센터장은 “지금까지 4년 동안 IEG를 통해 약 7억5,000만 원의 중계권료를 지급했는데, 현재는 무단으로 프로리그를 강행한 것처럼 비춰져 약간 억울하다며 의도적인 재산권 침해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블리자드 안 혁 대변인도 “블리자드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지금의 법안이 모 아니면 도 식의 승자독식 방식이기 때문이다. 블리자드가 e스포츠의 걸림돌이라는 생각은 오해고, 라이선스 계약으로 얻는 수익의 일부를 e스포츠 기금으로 사용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