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에서 좀비만큼 자주 기용되는 소재도 드물다. 그만큼 좀비는 게임 개발과 궁합이 좋다. 워낙 잘 알려진 괴물이기에 복잡한 배경 설정이 필요 없다. 외계인, 로봇, 군인 등과 비교하면 외형 디자인도 쉽다. 길 찾기 능력이 조금 떨어져도 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자연스럽다. 등장 숫자와 달리기 속도만 조절해도 게임 난이도를 바꿀 수 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좀비는 만족도 높은 과녁이자 적당히 무서운 적이다. 한없이 익숙하지만 또한 늘 자극적이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실제로 좀비 게임이라면 일단 눈길을 주고 보는 게이머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만큼 남용이 심한 소재이기도 하다. 좀비 소재에만 게으르게 의지한, 성의 없는 게임들도 많다. 최근 유저들에게 실망을 안긴 <더 데이 비포>가 대표적이다. 이와는 반대로 좀비 테마를 개성 있고 완성도 높게 다룬 좀비물도 물론 많다. <더 데이 비포>가 남긴 분노와 당혹, 쓴웃음을 즉시 씻어내 줄, 괜찮은 좀비 게임을 몇 개 살펴봤다.
가장 기초적이지만 그만큼 대중성을 자랑하는 좀비 게임의 대표작 중 하나다. 도시나 교외를 배경으로 생존자를 조종, 최대한 오래 생존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화된 그래픽과 아이소메트릭 시점 덕에 비교적 덜 무섭다는 평가다. 하지만 캐릭터 측·후방에 있는 좀비가 표시되지 않는 시야 시스템, 그리고 각종 효과음을 통해 특유의 공포감을 조장한다.
2012년부터 이어진 기나긴 개발기간에 걸맞게, 차량, 건강, 농사, 제작, 건설, 스킬, 총기 등의 다양한 기초 시스템과 콘텐츠를 가진 점이 최대 특징이다.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물자를 모으고 좀비와 싸우거나 도망치는 등 장르 내에서 기대하는 거의 모든 활동을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방대한 도시 규모와 높은 자유도까지 더해지면서 자연스러운 생존극이 펼쳐진다. 좀비의 밀집도, 지각 능력, 이동 속도 등 설정과 계절, 전기 및 수도 공급 여부 등을 세부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모딩 커뮤니티까지 활발해 입맛대로 즐길 수 있어 접근성이 더욱 높다. 멀티플레이 또한 지원한다.
<프로젝트 좀보이드>가 스릴 넘치고 현실적인 생존극이라면, <월드 워 Z>는 쏟아지는 좀비떼를 상대로 펼치는 화끈한 액션물이다. 4인 코옵 슈터 작품으로, 모티브가 된 것은 동명 영화 및 소설이다.
영화판 <월드 워 Z>는 평가와 흥행에서 다소 실패했지만, 물 흐르듯 쏟아지는 대규모 좀비 떼 묘사로 화제를 모았다. <월드 워 Z> 역시 이와 유사하게 지면을 뒤덮으며 몰려드는 좀비 떼를 각종 화기로 막아내는 것이 게임플레이 핵심이다.
더 나아가 원작 영화와 소설은 전 세계에 퍼진 좀비 사태를 여러 국가를 배경으로 묘사하는데, 게임 역시 이러한 콘셉트를 살려 지역색이 뚜렷한 맵들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러시아,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유람선, 백화점, 설원 등을 뒤덮는 수천 마리 좀비 떼를 감상(?)하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기나긴 출시 연기와 제작사 중도 변경 등 문제로 우려를 안겼지만 준수한 결과물로 반전을 이뤄낸 액션 어드벤처 타이틀이다. 규모로 밀어붙이는 <월드워 Z>에 비교했을 때 <데드 아일랜드 2>는 좀비 한 마리 한 마리와의 실감 나는 육탄전 묘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게임은 F.L.E.S.H라는 고유 시스템을 통해 고어하고 현실적인 신체 훼손을 구현한다. <데드 아일랜드 2> 속 좀비들의 신체는 주인공이 가하는 공격의 성질과 방향, 힘에 따라 적절히 파괴, 절단된다. 여기에 더해 전투 방식 역시 회피, 막기, 공격 차단 등 몸과 몸을 부딪히는 요소들을 활용하면서 긴장감과 박진감이 배가된다.
한편 <데드 아일랜드> 1편을 포함해 많은 좀비 액션 게임이 오픈 월드와 샌드박스 시스템인 것에 반해, <데드 아일랜드 2>편은 한정된 지역 안에서 정해진 임무를 진행하는 선형 구조를 채택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것이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좀비를 상대로 밀도 높은 액션을 펼치는 핵심 기획에는 잘 맞아떨어지면서 호응을 얻었다.
<데드 아일랜드 2>와 유사하게 개발 단계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다잉 라이트 2> 또한 유일무이한 매력을 가진 좀비 타이틀로 꼽힌다.
제작사는 출시 전 완성도 높은 스토리, 유저의 선택이 유의미하게 반영되는 게임 월드 등을 특징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출시 이후에는 두 가지 모두 유저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특히 스토리의 경우 작가 크리스 아발론이 스캔들로 중도 하차하면서 전반적으로 엉성해졌다. 하지만 시리즈의 특징적 파쿠르 시스템, 그리고 이를 이용한 화려한 액션과 탐사는 여전히 다른 좀비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다.
따라서 정교한 세계관이나 스토리 전개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다면 단순한 좀비 액션으로 즐기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사이드퀘스트를 모두 섭렵할 경우 전체 수십 시간에 달하는 플레이타임 역시 호평받는 요소다. 또한 개발진은 2022년 2월 출시 후 2023년 12월까지 적 유형 및 무기 추가, 편의성 개선 등 업데이트를 지속하고 있다.
VR로 출시한 여러 좀비 게임 중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타이틀. 드라마 <워킹 데드>와 동일 세계관을 배경으로 매일 탐사를 통해 전투와 생존 물자 수집을 반복하는 것이 핵심 게임 플레이다. 별도 스토리라인이 존재하며, 엔딩 이후에도 게임플레이를 이어나갈 수 있다.
2020년에 출시한 비교적 최신작이지만, VR 플랫폼의 한계를 고려해 다소 투박한 그래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니터로 플레이하는 일반 게임에 비해 현장감이 높은 VR 장르 특성상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총기, 활, 근접무기 등을 이용해 두 손으로 직접 벌이는 전투가 게임의 최대 매력 중 하나. 비어 있는 손으로 좀비의 접근을 막고 다른 손으로 가격하거나 제한된 총탄으로 정확히 머리를 겨냥해 쏘는 등의 전투 상황이 땀을 쥐게 한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좀비, 업그레이드와 제작 시스템, 메인 스토리 등 기본적 게임 시스템의 깊이와 완성도에서도 호평받았다.
한때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7편으로 반등한 이래 연전연승 중인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최신작이다. 캡콤이 자체 개발한 RE 엔진으로 제작되었으며, 같은 엔진의 리메이크 작품인 <RE:2>에 이어 호평받는다. 부실한 분량으로 평가가 박한 <RE:3>역시 스팀에서는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작 <바이오하자드 4>는 액션 장르에 획을 그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히기에 리메이크 소식이 들렸을 때 많은 팬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바이오하자드 4>는 새로운 카메라 시스템과 종기 조준 시스템을 도입하고 액션성을 강화하면서 IP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더 나아가 이후 출시한 여러 ‘숄더뷰’ 게임들의 원류로 평가받기도 한다.
다행히 <바이오하자드 RE:4>는 팬과 평단 모두의 호응과 함께 2023년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4편의 타이트한 액션과 기묘한 컬트적 분위기를 정교한 밸런스와 진일보한 그래픽/음향 연출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원작의 재미를 현대 게이밍 씬의 표준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