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일 전 게임하이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했다.
김건일 전 회장은 지난해 게임하이를 연대보증 대상으로 내세워 돈을 빌렸는데, 아직까지 모두 갚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그는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자신이 보유한 게임하이 지분을 넥슨에 매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 게임하이, 코스닥에 전 회장의 배임 혐의 공시
15일 코스닥시장본부는 게임하이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심사하기 위해 주식 거래를 중지시켰다. 이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게임하이는 15일 공시를 통해 “현재 구체적인 혐의 사실 및 회사에 대한 피해 액수를 확인하고 있다.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되는대로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게임하이는 예상 피해 액수에 대해 “현재 85억 원 미만으로 추정되며, 배임 혐의자(김건일 측)의 변제 등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어 정확한 피해액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 김건일, 게임하이에 연대보증을 걸고 대출
김건일 전 회장(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자신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게임하이를 연대보증 대상으로 앞세워 자금을 빌렸다.
당시 김건일 전 회장의 게임하이 지분은 증권예탁원에 보호예수(증권회사가 고객의 유가증권을 고객의 명의로 보관하는 것)돼 있어 담보물로 설정해 돈을 빌리기 어려웠다.
이에 김건일 전 회장은 게임하이에 연대보증을 걸고 대출을 받았다. 당시 그는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고, 투자자들에게 알리지(공시)도 않았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지위를 남용해 저지른 배임(주어진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이었다.
만약 김건일 전 회장이 돈을 다 갚지 못 하면, 그 채무는 고스란히 연대보증을 선 게임하이로 돌아오게 된다.
■ 뒤늦게 안 넥슨, 김건일에게 변제 요구
넥슨은 김건일 전 회장의 배임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김건일 전 회장은 게임하이 경영권을 넥슨에 팔 때도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넥슨은 최대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게임하이 인수에 나섰으나, 김건일 전 회장이 단독으로 저지른 배임 행위는 몰랐다.
상황을 파악한 넥슨은 김건일 전 회장 측에 조속한 변제(채무의 이행)를 요구하는 한편, 15일 코스닥 공시로 상황을 알렸다.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횡령·배임은 반드시 공시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건일 전 회장이 지난해 저지른 횡령·배임으로 갚아야 할 금액은 최대 194억 원이다. 이는 원금과 이자가 합쳐진 채권 최고액을 법적으로 계산해 뽑은 것이다. 현재 김건일 전 회장은 109억을 갚아 약 85억 원의 채무가 남아 있다.
넥슨은 자회사 게임하이를 통해 김건일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공시했을 뿐, 아직 고소·고발 같은 법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시급한 것은 김건일 전 회장의 변제를 통해 게임하이의 금전적 손실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법적인 수단에 대한 검토는 이미 완료된 상황이지만, 무엇보다 채무 변제를 진행시키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코스닥시장본부는 게임하이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아야 할 대상인지 검토하고 있다.
■ 코스닥, 게임하이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인지 검토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100억 원이 넘는 채무의 연대보증이 걸려 있는 회사를 팔면서 그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 사기다. 넥슨이 김건일 전 회장을 고소·고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게임하이가 코스닥 상장사인 만큼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서 공시한 것이다. 김건일 전 회장이 최대한 변제를 마무리하도록 유도해서 주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코스닥시장본부는 게임하이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아야 할 대상인지 검토하고 있다. 즉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심사의 대상인지 먼저 검토하는 것이다.
만일 심사 대상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정식으로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15일 게임하이 주식의 거래가 정지됐다.
한편, 넥슨은 지난 5월과 7월 두 번에 걸쳐 김건일 전 회장의 게임하이 지분 52.11%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게임하이는 넥슨의 자회사로 편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