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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에픽의 품 안에서 움트고 있는 ‘진짜’ 메타버스?

레고, 디즈니는 왜 조단위 투자를 감행했나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4-02-15 15:57:57
레고로부터 20억 달러(2조 6,700만 원), 그리고 디즈니로부터 15억 달러(2조 49억 원).

최근 2년여 사이 에픽게임즈(이하 에픽)의 <포트나이트> 사업에 투입된 거액의 투자금이다. 워낙 많은 기업 및 아티스트와 협업을 단행해 온 에픽이기에, 이 소식은 그 놀라운 규모에 비해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감이 있다.

그러나 에픽이 몇 년째 조용히 추진 중인 큰그림을 들여다보면 레고와 디즈니의 행보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에픽은 한 가지 웅대한 꿈을 꾸고 있다. 이제 그다지 참신하지는 않은, 메타버스의 꿈이다.

지난 몇 년간 족히 수억 번 호명됐을 메타버스는 그러나 아무런 메아리를 만들지 못했다. 처음엔 지평 너머의 신지형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으나, 현재는 신기루에 불과했단 인식이 단단하게 뿌리내린 것도 절대 무리가 아니다.

심지어 메타버스의 이론적 잠재력을 확신하는 이들조차 그것이 원시적 형태로나마 근시일 내 구현될 확률은 매우 낮게 전망했다. ‘진짜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이고, 구현할 길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픽은 <포트나이트>와 언리얼 엔진이라는 강력한 도구들을 통해 진짜 메타버스에 계속 다가서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부분의 메타버스 추진 기업들이 소극적으로 다루는 ‘상호운용성’을 적극 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사업 모델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 ‘진짜 메타버스’가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진짜 메타버스’라는 표현은 사뭇 말장난처럼 느껴진다. 화제성을 노려 온갖 상업적 맥락에 동원되는 ‘버즈워드’(buzzword) 이상은 아닌 듯하다. 실제로 뚜렷한 비전이나 기술적 경쟁력 없이 메타버스를 무분별하게 부르짖은 기업들이 수없이 존재했음을(과거형인 점에 주목하자) 돌이켜 보면 이것은 부분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상적 메타버스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정의될 수 있으며 심지어 우리 대부분은 이 표현을 한 번쯤 들어본 적도 있다. 완성형 메타버스는 ‘3D 인터넷’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현재의 인터넷이 지닌 모든 기능을 계승하지만, 가상 3D 공간에 구현되는 특성 덕에 기존 인터넷의 여러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업계와 학계 일각의 설명이다.

예시를 들어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직장인이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회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물리적 공간에서 얼굴을 정말로 마주하는 회의와 비교하면 의사 전달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화상 회의로 진행한다면 사정이 낫겠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이때 (아직 존재하지 않는) 고도화된 3D 기술을 접목하면 한계를 어느 정도 뛰어넘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완벽히 반영하는 아바타가 구현된다면, 물리적 거리를 무시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메타의 가상회의 앱 호라이즌 워크룸. (출처: 메타)

더 나아가 메타버스는 현실에서 꿈꾸기 힘든 편의성과 확장성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앞선 가상회의를 예시로 들면, 참가자들은 3차원의 비주얼 자료를 함께 보며 이야기하거나 아예 회의 아젠다에 관련된 장소를 ‘회의실’로 삼아서 더 심도 있고 효율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 외에도 실용적, 오락적 쓰임새는 다양하다. 친구들과 가상의 총격전을 벌이며 놀 수도, 모르는 이들과 먼 나라의 자연을 즐길 수도 있다. 옷 가게를 방문하지 않고 의류를 입어 보거나 내 집과 똑같은 가상 공간에 실존 가구 제품들을 배치하며 인테리어를 해볼 수도 있다.

여기서 딱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상 공간을 현실 공간에 ‘겹쳐 놓는’ 기술까지 더해지면 테크 기업들이 이야기하는 ‘메타버스 세상’의 완성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면 최근 출시한 애플의 VR기기 ‘비전 프로’ 홍보 영상의 ‘공간 컴퓨팅’ 관련 내용을 참고하면 좋다.

애플 비전 프로와 메타 퀘스트 3 등 최신 VR 기기는 고해상도 ‘패스스루’를 지원한다. 패스스루란 VR 기기의 외부 카메라로 주변을 볼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이를 활용하면 물리적 주변환경 위에 가상의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접목할 수 있다. 이를 공간 컴퓨팅이라고 부른다.

현재의 공간 컴퓨팅은 웹브라우저를 허공에 띄워 둔 채 현실의 업무를 수행하는 등의 제한적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나 관련 기술 및 서비스가 더 발전한다면 실제 의자 위에 동료 아바타를 앉혀 둔 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더 고도화된 활용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애플 비전 프로는 '최초의 공간 컴퓨터'로 홍보되고 있다. (출처: 애플 공식 홈페이지)


# 우리가 실제로 만난 메타버스

다만 우리는 아직 위와 같은 수준의 3D 기술과 통신 기술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런 현실적 제약 때문에 많은 기업은 메타버스의 ‘열화 버전’ 내지는 ‘초기 버전’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제안해 왔다.

가상의 3D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일상을 영위할 수만 있다면 이를 전부 메타버스의 일종(혹은 전신)으로 볼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런 관점에 따라 지난 3년여간 여러 기업과 기관이 나름의 서비스를 만들고는 ‘메타버스’로 명명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 대부분은 기술적 미비점을 차치하더라도 메타버스로 기능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비단 관념상으로는 메타버스의 몇몇 기능을 실현했을지 모르나, ‘인터넷의 대체’라는 더 중요한 요건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대체’를 위해선 우선 유의미한 수준의 이용자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이용자와 기업이 그 안에서 공통의 규약을 통해 자유롭게 콘텐츠 및 서비스를 제작하고, 결과물을 상호 기술 장벽 없이 이용·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이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라고 부른다) 현재의 인터넷은 바로 그러한 속성을 통해 전 세계인의 필수품이 될 수 있었다.

반면 우후죽순 만들어진 절대다수의 메타버스들은 첫 번째 요건에서부터 자격에 대거 미달한다. 내로라하는 메타버스들조차 월간 이용자 수십만 명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고, 이조차 NFT 에어드롭 등 수익성 이벤트 참여를 원하거나, 가상 부동산을 선점해 차익을 얻으려던 단발성 이용자가 대부분이었다.

상호운용성은 더 실현되기 어려운 지점이었다. 복수의 기업이 당장의 유익이 아닌 잠재력만을 바라보고 장기적으로 긴밀히 협업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 메타, MS 등 유수의 테크 기업이 이를 위해 메타버스 연합체를 발족시키기도 했으나, 기술 장벽을 허물기 위한 구체적 시도가 가시화되지는 못했다.

이용자가 한두 명에 불과한 지자체 메타버스 등을 인터넷의 후신으로 여기기는 힘들다. 사진은 서울시가 만든 <메타버스 서울>


# 저변 넓혀 온 <포트나이트>

국내에선 인기가 빈약한 탓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소식이지만, 에픽은 수년 전부터 <포트나이트>를 ‘메타버스화’ 하겠다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그 일환으로 2020년부터 ​시도한 몇몇 이벤트가 ‘메타버스 하이프’에 맞물려 세계적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래비스 스콧이나 아리아나 그란데 등 실제 아티스트의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포트나이트>의 게임 외적 경험을 강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된 대다수의 ‘신흥 메타버스’들과는 반대 방향의 접근이다. 타 기업들이 새롭게 범용적 온라인 공간을 만든 뒤 메타버스 간판을 걸어 유저를 끌어모으려 했다면, 에픽은 이미 많은 유저를 확보한 자사 서비스를 메타버스로 바꿔나가는 전략을 선택한 것.

다만 초기엔 실제로 <포트나이트>가 ‘메타버스’로 도약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더 컸다. 몇몇 ‘비(非)게임’ 이벤트만으로 메타버스적 범용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로 에픽은 <포트나이트>에 몇몇 게임 모드를 추가하면서 확장을 가속했다.

도널드 머스타드가 엑스에 업로드한 <포트나이트>의 장기 비전 개요 (출처: 엑스 @DonaldMustard)

에픽의 전 CCO(최고 크리에티브 책임자) 도널드 머스타드에 따르면 이것은 메타버스가 화제를 모으기 한참 전부터 에픽 내부에서 확립되어 있던 방향성이다. 머스타드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2017년 포트나이트 개발팀이 그렸던 한 장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포트나이트>의 향후 서비스 계획을 개괄한 해당 이미지에는, 하나의 중심축(허브)으로부터 ▲PvE ▲PvP ▲생존 ▲크리에이티브 ▲음악 ▲카트 등의 콘텐츠가 뻗어 나오는 모습이 도식화되어 있다.

머스타드는 “이때(2017년) 처음으로 <포트나이트>를 하나의 ‘장소’로 만들겠다는 우리의 과감한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냈던 것 같다. 단일한 허브(아이템 보관함, 외형 아이템, 진척도 등)를 중심으로 여러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경험이 서로 연결되는 형태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이미지는 약 6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현실이 됐다. 머스타드는 “수없는 개선과 변화를 거쳐야 했지만, 여러분은 현재 <포트나이트>의 진정한 비전을 즐기고 계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지금 <포트나이트>에는 리듬게임 <포트나이트 페스티벌>, <로켓 리그>와 협업한 <로켓 레이싱>, 레고와 협업한 샌드박스 크래프팅 <레고 포트나이트>, 그리고 자유롭게 인게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포크리’ 등 모드가 추가된 상태다.

(출처: 에픽)


# 부러움 살 만한 <포트나이트> 세상

물론 아직 <포트나이트>는 메타버스보다는 종합 게임 플랫폼에 가까운 상태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도 이미 그간 명멸했던 수많은 메타버스가 앞다퉈 추구하거나 홍보했던 요소들을 갖춘 상태란 점을 우선 염두에 둘 만하다.

먼저 <포트나이트>는 <로블록스> 등 극소수 경쟁자를 제외하면 견줄 대상이 거의 없는 수준의 유저 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 11월 ‘포트나이트 리부트’ 출시를 통해 동시접속자 620만 명을 돌파하며 이전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평균적으로 2억 명가량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막대한 이용자 수에 기반해 그간 수많은 외부 기업과의 협업도 진행할 수 있었다. 마블, DC 코믹스, 페라리, 유니버설, 세그웨이, NFL, WWE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만큼 많은 메이저 기업들과 함께 유료 인게임 아이템을 제작해왔다.

외부의 대기업과 손을 잡고 상징적인 인게임 아이템을 제작해 홍보 효과와 수익을 나눠 갖는 사업 형태는 거의 모든 메타버스 기업이 목표했거나 부분적으로 구현했던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제대로 된 상업적 결실을 보기 전에 이용자 수 급감을 먼저 겪어야 했다.

<포트나이트>는 '컬래버레이션 많이 하는 게임'으로 유명하다. (출처: 에픽)


# 상호운용성으로 확장되는 <포트나이트> UGC 생태계

한편 <포트나이트>에는 인게임 유저제작콘텐츠(UGC) 중심 ‘크리에이터 경제’의 기반까지 마련된 상황이다. 크리에이터 경제는 <로블록스>, <제페토> 등 게임들이 먼저 선보였던 요소로, 유저들이 인게임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이를 다른 유저들에게 제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크리에이터 경제는 메타버스 서비스의 지속성 확보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진다. 콘텐츠 확보, 이용자 규모 성장, 수수료를 통한 개발사 수익 창출 등 생태계의 조성 및 유지에 필요한 사항들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에픽은 한 발 더 나아가 <포트나이트>를 상호운용성을 지닌 별도 메타버스 체제로 편입, 확장하고 외부 기업의 참여까지 유도하겠다는 포부다.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이 계획이 얼마간 설득력을 지니는 이유는, 에픽이 언리얼 엔진이라는 세계 최대의 3D 게임 제작 엔진을 보유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향후 <포트나이트>는 에픽의 언리얼 엔진 기반 메타버스 체계 상의 일개 콘텐츠가 될 예정이다. 또한 <포트나이트>의 인게임 유저제작콘텐츠(UGC)들은 모두 <포트나이트> 외부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해진다.

<포트나이트> UGC와 언리얼 엔진 연동은 이미 부분적으로 구현된 상태다. 유저들은 인게임 창작 모드인 ‘포크리’ 뿐만 아니라, 언리얼 엔진 기반의 창작툴 ‘UEFN’을 통해서도 자유롭게 <포트나이트> UGC를 만들 수 있다.

(출처: UEFN 공식 홈페이지)

한편 UEFN의 스크립팅 언어 버스(Verse)는 언리얼 엔진과 직접 호환되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의 <포트나이트> 콘텐츠는 모두 버스 레이어와 메타버스 레이어의 두 계층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리고 에픽은 메타버스 레이어의 코드를 언리얼 엔진에 호환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론 <포트나이트> UGC를 외부 환경에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스위니는 “해당 시점에 도달한다면, <포트나이트> UGC에서 <포트나이트> 고유 IP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스탠드얼론 언리얼 엔진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저가 <포트나이트> 숨바꼭질 UGC를 만들었다고 가정하면, 여기서 <포트나이트> 전용 에셋들을 일반 에셋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거쳐 ‘스탠드 얼론 숨바꼭질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해당 게임을 외부 마켓에서 자유롭게 판매하거나 서비스할 수도 있다.

이런 상호운용성을 구현하기 위해 에픽은 <포트나이트> 게임 전체를 가상 레이어 상에 다시 작성할 계획이다. 스위니는 “과정이 완료되고 나면, <포트나이트> 본게임은 다른 <포트나이트> 유저 제작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버스 코드 뭉치가 될 것이다. 현재는 언리얼 엔진과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들이 많지만 결국은 분리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활용될 에셋 마켓 팹(Fab)도 준비 중이다. <포트나이트>와 언리얼 엔진은 물론 기타 콘텐츠 제작 툴, 게임 엔진, 메타버스 플랫폼과 호환되는 개방형 에셋 마켓플레이스다. 2024년 오픈을 목표로 하는 팹은 현재 UEFN에서 플러그인 형태로 알파 버전을 이용해 볼 수 있다. 기존의 언리얼 엔진 에셋 마켓플레이스는 팹으로 통합된다.

팹은 개방형 에셋 마켓플레이스를 표방한다 (출처: 에픽)


# ‘진짜 메타버스’ 될 가능성은 회의적, 하지만…

정리하면 에픽은 <포트나이트>의 유저 베이스와 언리얼 엔진의 범용성을 무기로 상호운용성을 지닌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에픽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생태계가 모든 참여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 있었던 외신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팀 스위니 에픽 CEO와 색스 퍼슨 부사장은 이러한 시각을 자세히 밝혔다.

근거는 ‘멧칼프의 법칙’이다. 멧칼프의 법칙은 네트워크의 가치가 참여자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이론이다. 스위니는 “서로 호환되는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지금 당장에라도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스위니는 또한 “(우리가) 현재 게임 기업들의 생태계를 새로운 무언가로 대체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호 연결된 미래를 구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여기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에픽 주도 메타버스의 '공익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스위니의 암시와는 달리, <포트나이트>를 앞세운 에픽의 메타버스는 최종적으로 에픽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에픽은 UGC로 벌어들인 수익뿐만 아니라 게임 전체 수익 중 40%를 창작자들과 나누겠다고 밝혔다. 방문자 수가 많은 UGC일수록 더 큰 수익을 배분받는다. (출처: 에픽)

에픽의 계획이 완성되면 <포트나이트> 안팎으로 콘텐츠와 에셋이 손쉽게 오갈 수 있다. 이는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에픽 생태계에 진입할 좋은 유인이 된다. <포트나이트>로부터 얻는 수익과 외부 시장에서의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소규모 개발사, 1인 개발자에게 더욱 매력이 큰 제안이다.

이를 통해 언리얼 엔진은 시장에서 이미 차지하고 있는 우위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에픽은 팹 마켓에서 12%의 판매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이는 기존 에픽 에셋 스토어의 수수료 정책과 동일하다. 하지만 메타버스 활성화로 기존 대비 이용자가 늘어난다면 그만큼의 매출 신장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포트나이트>의 UGC 생태계도 기존보다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BM을 가지고 있는 <로블록스>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로블록스> 크리에이션 툴이 실제 업계 상용 툴과 크게 이질적이라는 사실을 자주 단점으로 꼽는다. <로블록스> UGC 게임 제작자로서의 경력이 ‘외부 세계’에서는 통용되기 어려운 것이다.

시장 주도권이 <포트나이트>나 팹에 완전히 넘어가지 않는 이상 경쟁사들이 에픽의 메타버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반면 <포트나이트>의 UGC는 비교적 손쉽게 외부 환경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만큼, <로블록스>와 비교해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더 매력적 플랫폼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것은 앞서 말했듯 신생 개발사, 혹은 소규모 개발사들에 주로 해당하는 이야기다. 이미 자체적인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기존 게임사들은 사정이 아주 다르다. 자원을 들여 굳이 에픽의 생태계로 편입되면서 에픽의 ‘배를 불려줄’ 이유가 없다.

따라서 에픽의 ‘메타버스’가 모든 기업이 활발히 참여하는 이상적 형태로 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에픽이 현재 운영 중인 <포트나이트> 및 언리얼 엔진의 사업적 접촉면을 다방면으로 확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월등히 높다.

에픽이 말하는 ‘진정한 메타버스’. 스스로가 주장하는 미래지향적 가치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히지만, 당장의 경쟁력은 뚜렷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