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게임 씬의 문을 화려하게 연 작품은 단연 판매량 2,000만 장을 넘긴 <팰월드>다. 그런데 이례적 수준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게임이 하나 더 있다. 애로우헤드 스튜디오의 <헬다이버스 2>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4인 협동 슈터’ 계열의 작품이지만, 이렇게 많은 유저가 몰린 사례는 없다. 현재 게임의 동시접속자는 25만~45만 수준을 기록 중이다.
다만 몰려든 사람들만큼이나 문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서버 수용량 초과, 매치메이킹 오류로 인해 게임의 평가는 인기와는 달리 스팀 플랫폼에서 ‘복합적’을 기록중이다. 거듭된 패치로 이제는 정상 작동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미 접속자가 몰리는 일부 시간대에는 서버 만석으로 접속을 기다리는 일이 발생한다.
다행히도 게임 씬에는 <헬다이버스 2> 외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협동 게임이 많다. <팰월드>로 ‘오픈월드 생존 협동’에 대한 전반적 관심이 올라간 것처럼, <헬다이버스 2>로 장르 전반에 대한 관심도가 동반상승한 지금이야말로 다른 동일 장르 작품들에 발을 담가 볼 적기다. 당장 즐길 만한 작품들을 몇 가지 꼽아봤다.
<헬다이버스 2> 이전까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4인 협동 슈터 게임이다. 중세 판타지의 ‘드워프’ 종족과 SF적 상상력을 접목시킨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드워프를 소재로 삼은 만큼, 유저들은 우주 채광기업의 드워프 광부가 되어 여러 행성의 지하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전까지 출시했던 동일 장르 게임 상당수가 전투에 주로 집중되었던 것과 달리, <딥 락 갤럭틱>에서는 넓은 공간을 빠르게 탐사하며 목표지점을 찾고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이 중요시된다.
임무는 ▲특정 자원 채굴 ▲희귀 오브젝트 수집 ▲액체 자원 정제 ▲드릴 장비 호위 ▲주요 몬스터 처치 등으로 나뉜다. 물론 모든 미션에서는 해당 행성의 토착 생물들이 나타나 공격해 오기 때문에 전투의 비중도 임무만큼 높다.
매 라운드를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는 입체적 맵 활용이다. 수평적 맵 구조를 가진 다른 협동 슈터들에 비해 <딥 락 갤럭틱>은 별도의 장비나 도구가 없으면 탐사가 불가능한 수직적 구조를 지닌다. 절차적 생성법을 통해 높은 천장, 가파른 절벽, 좁은 갱도 등 극복해야 할 지형적 난관들이 매번 다양하게 제시되며, 이것은 게임의 반복 플레이 가치를 높여준다.
이러한 지형 정복과 전투 양면에서 긴밀한 협동이 필요하다는 점이 <딥 락 갤럭틱>의 백미다.
게임에는 엔지니어, 거너, 스카웃, 드릴러 등 각자의 특기를 갖춘 4개 클래스가 존재하며, 각자 임무 및 전투에 필요한 특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스카웃은 그래플링 훅으로 높은 곳의 목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공격력 높은 스나이퍼 라이플로 적의 약점을 노릴 수 있어 강한 적과의 전투에 특히 도움이 된다. 드릴러는 다른 클래스는 비교가 안 될 정도 속도의 굴착으로 통로 개척과 생존, 전투 모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클래스마다 별도의 장비, 퍽(perk), 무기 등을 가지고 있어 각각을 성장시키는 재미도 찾을 수 있다. 3만 1,000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 잦은 할인도 인기 요인 중 하나.
<워해머 40,000> 세계관의 4인 코옵 슈터 게임이다. <워해머 버민타이드> 시리즈로 높은 명성을 얻었던 팻샤크의 작품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출시 직후에는 엉성한 최적화, 빈약한 성장 요소, 부족한 엔드 콘텐츠 등 여러 문제가 겹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다행히 거듭된 패치로 스팀에서 최근 평가 기준 ‘매우 긍정적’을 기록하는 등 나름의 반등에 성공한 상태다. 앞서 언급된 단점들, 특히 최적화 문제에서 괄목할 만한 개선을 이루면서 ‘할 만한 게임’에 등극했다는 평가.
게임은 4가지 클래스를 바탕으로 협동을 매우 강조하는 전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높은 체력과 근접 전투력을 지닌 오그린, 군중제어 기술과 아군 보조에 능한 사이커, 원거리 전투에 특화된 베테랑, 빠른 속도로 승부하는 질럿 등의 네 개 병과는 저마다의 특색을 살려 함께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개발사는 <워해머 버민타이드> 시리즈에서 회피, 막기, 밀어내기 등 메카닉을 활용한 박진감 넘치는 근접전 연출로 호평받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노하우를 그대로 계승하는 한편, 세계관에 어울리게 총기 및 폭발물을 사용할 수 있다. 탄약 지급을 되도록 제한함으로써 ‘결정적 위기’에만 화기로 상황을 돌파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췄다.
유저의 ‘단독행동’에 리스크와 패널티를 부여하는 반면, 반대로 함께 뭉치는 플레이에는 보너스를 주는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협동을 끌어내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것이 원작 테이블탑 게임에도 존재하는 ‘결집도’ 개념이다. 아군끼리 특정 반경 내에 있을 경우 ‘결집’ 상태로 판정되며, 각 병과에는 결집한 아군에게 버프를 주는 패시브 스킬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병과별 기타 특성도 뭉쳐 있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이커의 ‘사이킥네틱의 분노’ 스킬은 넓은 범위의 적들을 한 번에 붙잡아 둘 수 있지만, 그 자체로 큰 대미지를 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팀의 도움이 필요하다. 총기 의존도가 큰 베테랑은 평상시 두드러지는 활약이 어렵지만, 원거리형 적들이 특히 강한 게임 특성상 팀의 생존율을 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출시 초기에 많은 비판을 받았던 성장 시스템은 23년 10월경 이뤄진 대규모 ‘스킬트리’ 패치 이후로 특히 호평받는 중이다. 같은 클래스 안에서도 조금씩 다른 플레이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으며, 유의미한 대공세(궁극기) 스킬들이 추가됐다는 점에서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더 나아가 다양해진 총기와 총기별 강화 시스템은 파밍의 재미를 크게 끌어올렸다.
단점이 적지 않지만, 대체제가 오랫동안 등장하고 있지 않다는 면에서 그 독보적 입지를 부정하기 힘든 시리즈다. 실제로 현재 시장에서 밀리터리 콘셉트, 루트 슈터, 스킬 기반의 협동플레이를 모두 즐길 수 있는 트리플A급 슈팅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리즈는 ‘더 디비전’이라고 불리는 가상의 미국 특수부대를 주인공으로 한다. 전염병 확산에 의한 사회체계 붕괴 상황을 상정해 만들어진 ‘더 디비전’은, 실제로 펼쳐져 버린 대규모 팬더믹 사태에 분연히 일어나 약자를 보호하고 정부를 재건하는 소임을 다하게 된다.
‘미군의 비밀병기’라는 콘셉트에 어울리게, 디비전 요원들은 민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각종 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방탄 방패, 고성능 스캐너, 드론, 유도형 지뢰 등 다양한 가젯이 스킬 형태로 등장하며, 어떤 조합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특색 있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게임의 또 다른 중심축은 파밍 시스템이다. LMG, 기관단총, 지정사수 소총, 돌격소총 등 여러 총기 유형과 방어구 아이템을 수집해 스킬과 조합, 유저 각각의 빌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주요 콘텐츠다. 아이템에 부여된 특성은 대부분 게임적 허용에 기댄 다소 초자연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밀리터리적 리얼리티를 다소 타협하고 캐주얼한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루트슈터를 표방하지만 각 빌드별로 방어, 군중제어, 공격력 등 집중할 수 있는 육성 방향이 제각각이어서 협동의 재미가 높은 점 또한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특히 전편에 비해 적 AI가 협공이나 우회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도록 개선되면서, 위기를 함께 파헤쳐나가는 재미도 동반 상승했다.
트리플A 게임 다운 볼륨과 비주얼도 플레이 가치를 높인다. 출시 5년째에 접어드는 만큼 최신 그래픽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파괴된 워싱턴 D.C.의 시각적 묘사는 여전히 호평받는다. 전투에서의 시인성이나 UI적 완성도 역시 준수하다. 더 나아가 실내외의 흥미로운 지형을 넘나드는 전투, 다양한 적 유형, 팩션별 특색 등도 게임플레이의 지루함을 방지해주는 요소다.
그러나 정반대로 트리플A 게임치고는 잦은 편인 버그 및 접속 장애 등 문제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원성을 사기도 했다. 꾸준한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으나 엔드게임에 가서는 반복성이 높아지는 장르 특유의 맹점은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다만 정가 3만 3,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현재의 가격대는 이런 단점들을 상쇄할 만하다. 수십 시간에 달하는 평균 플레이타임을 보장하는 만큼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가볍게 즐기기엔 큰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