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방패 앞에서는 어떤 전략도 소용없었다.
임요환 선수가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2 리그(이하 GSL)에서 중국의 다이 이 선수에게 2:0으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다이 이는 의료선 드랍과 화염차 기습 등 다양한 전략을 선보이며 선공을 가했지만 임요환의 방어는 그보다 단단했다.
임요환의 방어는 전승으로 GSL 8강에 오르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의 본진에 상대방의 입성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탄탄했다.
■ 바이킹을 자유자재로 활용한 압박 전술
경기 초반 1기의 화염차와 5기의 해병으로 임요환 선수의 본진을 공격한 다이 이는 임요환의 해병에 막혀 화염차를 잃고 물러난다.
이후 다이 이는 의료선을 생산하면서 소규모 해병과 공성전차를 임요환 선수 본진에 드랍하는 전술을 펼쳤다. 하지만 임요환 선수는 이미 2기의 바이킹을 생산, 의료선 드랍에 대한 대비를 갖춘 상태였다. 다이 이는 별다른 성과 없이 의료선과 공성전차를 포함한 병력을 잃고 만다.
다이 이의 공격을 막아낸 임요환은 바이킹 1기를 더 생산해 상대의 본진에 역습을 가한다. 1경기의 판도는 여기서 거의 결정됐다.
상대방의 건설로봇에 많은 피해를 입힌 임요환은 여세를 몰아 다수의 해병과 바이킹 4기, 공성전차 2기로 상대의 본진을 압박했다. 황제의 압박을 풀기위대 다이 이는 모든 병력을 동원해 저지선 돌파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바이킹의 모드 변환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공중과 지상 모두를 점령한 임요환은 조금씩 상대 본진을 압박하며 GG를 받아냈다.
■ 맵핵과도 같은 황제의 눈썰미
경기초반부터 소규모 접전이 이어졌다. 다이 이는 1경기와 마찬 가지로 화염차 1기와 해병 5기를 몰고 공격을 시도했지만 임요환은 이미 건설로봇을 동원해 이에 대비한 상태였다. 다이 이의 화염차 공격은 임요환의 방어 앞에 맥없이 막히고 만다.
이후 두 선수는 각각 군수공장과 우주공항을 추가하며 해병과 공성전차, 바이킹으로 병력을 구성해나가기 시작한다. 임요환은 두 번째 사령부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펼쳤으며 다이 이는 자신의 병력을 임요환의 앞마당 바로 아래까지 이동하며 전선을 갖췄다.
승패를 가른 것은 임요환의 눈썰미였다. 자신의 해병 1기를 다이 이에게 보낸 임요환은 다이 이가 아직 공성전차의 공성모드 업그레이드를 끝내지 않은 것을 눈치쟀다. 곧바로 공세에 나선 임요환은 자신의 앞마당 앞에 있는 다이 이의 병력을 제거하는데 성공한다.
공성모드 업그레이드가 끝나지 않는 다이 이의 병력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임요환은 기세를 몰아 다이 이의 앞마당까지 진격해 나간다.
뒤늦게 공성모드 업그레이드를 끝낸 다이 이는 방어에 나섰으나 임요환의 공성전차는 이미 진열을 갖춘 후였다. 결국 방어선을 뚫지 못 한 다이 이는 GG를 선언한다. GSL 8강에 오른 임요환은 오는 11월 2일, 8강전에서 이윤열과 맞붙게 된다.
한편, 마지막 프로토스끼리의 잔인한 격돌로 주목 받은 정민수 선수와 송준혁 선수의 경기는 2:1로 정민수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로써 정민수는 8강에 진출한 유일한 프로토스 유저가 됐다.
다음은 8강에 오른 임요환의 경기 후 인터뷰다.
8강 진출 소감은? 선구자의 길을 걷기 위해 <스타크래프트 2>로 전향했는데, 길이 잘 닦이고 있는 것 같다. 코드 S를 확보했다. 코드 S 덕분에 이제부터 팬들이 내가 예선에서 떨어질까 걱정할 일은 없어진 것 같다. 이제 무엇보다 이윤열 선수와의 경기를 생각해야 할 때다. 바이킹의 활용이 돋보였다. 상대 선수의 스타일에 잘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중국 선수라 연습 상대가 없었을 거란 판단에 준비했다. 경기 준비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경기를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럴 수 없어서 힘들다. 굳어 있던 얼굴은 스트레스 때문이었나? 그렇다.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스트레스는 이겨야 풀리는 거니까(웃음). 8강에 이윤열과 만난다. 처음 한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다. 또 처음 만나서 이겨야 상대 전적에서 앞서 나가며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경기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한 명이 반드시 탈락해야만 하는 상황인 만큼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정민수 선수가 임요환 선수를 견제하는 것 같다. 날 보너스로 생각하는 것 같다. 결승에서 피하고 싶은 상대다. 블리즈컨 때 봤는데 너무 잘하더라(웃음). 옛 이윤열을 보는 것 같다는 이정훈 선수 어떻게 생각하나? 우승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 계속 뛰어난 빌드를 쓰고 있다. 침착하게 잘하는 것 같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주변에 피해를 준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연습을 도와준 한규종, 한이석, 전용수 모두 고맙다.